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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담 Aug 25. 2022

기시감이 든다


기시감(旣視感, 프랑스어: Déjà Vu 데자뷔[*])은 처음 보는 대상이나, 처음 겪는 일을 마치 이전에 보았다는 느낌을 받는 이상한 느낌이나 환상을 말한다.

기시감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wikipedia.org) 


                     

 나이가 들어가면서 몸의 대사량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을 느끼고 있다.

예전 같으면 다이어트한다고 식사조절 및 운동을 하면 금방금방 몸이 반응하곤 했는데, 이제는 불러만 오는 '나잇 배'가 그냥 훈장처럼 자리를 떡 하니 차지하고 있다. 물론, 위에 언급한 다이어트와 대사량은 관계없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집에서 아령 들기나 조금 덜 더웠을 때는 팔굽펴 펴기를 주기적으로 하며 기초 대사량을 늘리기 위해 사실 많은 노력을 해왔었다.


 올해 6월 말이었다. 날은 점점 더워져 여름으로 들어가려는 초입, 내 기억이 맞다면, 집에서 8Kg짜리 아령을 들었다 놨다 하며 땀을 뻘뻘 흘리며 운동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인가부터 왼쪽 어깨가 너무나도 아픈 것이었다. 나는 그저 시간이 지나면 괜찮겠거니 하고 별일 없이 생활해 나가려 했지만, 자려고 누워있는 동안, 왼쪽 어깻죽지부터 왼쪽 팔, 그리고 목 가운데부터 왼쪽 어깨까지가 너무나도 바늘을 찌르는 거 같은 통증을 느끼고 있었다.


 하루 이틀, 괜찮아지겠거니 하는 참는 습관은 어디서부터 비롯되었을까? (아마 어려서부터...?)

그저 견디고 또 견뎌냈지만, 너무나도 아펐다. 진심 어깨를 콕콕 찌르고, 목도 너무나도 아파서 목을 돌리다 보면 두둑 소리가 나며 통증이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회사에 출근 한 어느 여름날, 한의원에 갔다. 업무가 덜 바쁜 날 하루를 택해 가까스로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는데, 의사 선생님은 그저 단순한 스트레스성 통증이라며 옆으로 누워있는 내 몸에 사정없이 침을 꽂기 시작했다. 그런 통증도 잘 이겨낼 수 있었던 이유는, 맞으면 나아지겠지 하는 희망 하나였다. 그래도, 침을 맞은 다음에는 며칠이 지나자 조금 나아진 모습을 보였다.


 "이렇게, 통증이 없어지는 건가...?" 하며 안심하고 러닝머신에 몸을 맡기고 운동을 하던 그 순간, 왼쪽 팔이 올라가고 내려가며 또다시 통증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순간 내가 직접 경험해보진 못했지만, 이건 단순한 통증이 아니라는 걸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7월 8월이 순식간에 흘렀다.

그때 그 달리기 간 지독한 어깨 통증을 경험한 이후로는, 사내 피트니스에서 러닝머신에 올라가지 않는다. 그저 고상하게 '자전거'만 탈뿐이다. 어깨를 크게 크게 움직이는 운동은 조금만 해도 아직도 통증이 밀려오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유튜브 알고리즘에서 내 고민을 들어주셨는지, "회전근개 파열"과 관련된 유튜브 영상을 추천 콘텐츠로 노출시켜 주었다. 무언가 홀린 듯, 나는 그 영상을 봤고, 여러 가지가 내가 겪고 있는 통증과 유사함을 깨닫게 되었다.

잠을 자는 늦은 시간 어깨 통증이 밀려온다.

양쪽 귀를 팔에 붙이고 11자로 팔을 들어 올리는 것은 문제가 없으나, 90도로 팔을 들고 있을 때 통증이 온다.

어깨뿐만 아니라, 목 뒤, 그리고 팔 아래 부분까지도 통증이 있을 수 있다.


 이런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한 이후, 나는 지금 이 통증을 회전근개 파열 때문으로 단정 짓고 있다.

가끔은 회사에서 일을 한다고 오래 앉아 있을 때에도 목 뒤 쪽이 너무나도 아플 때가 많고, 팔을 뒤로 틀어 가려운 걸 긁는 것도 왼 팔 어깨에 통증이 온다. 아울러 잠잘 때에도 특정 자세를 유지한 채 잠을 자려고 하면 아플 때가 종종 있다.


 유튜브를 통해 내 증상을 확인한 후, 나는 오늘에서야, 내가 5년 전 십자인대 파열 수술을 했던 병원에 전화를 걸어 내 왼쪽 어깨 통증에 대한 진찰을 위해 예약을 하였다.

 어깨 통증으로 병원에 내원한 적은 한 번도 없지만, "기시감이 밀려왔다."


 나의 집도의는 능숙하게도 통증 부위를 만져보고, 인터뷰를 할 것이며, X-Ray를 찍고, 뼈는 이상이 없다고 말할 것이며, 분명 MRI를 찍고 수술 여부를 판명해 주실 거 같다. 나도 MRI까지 다 한방에 찍기 위해 내가 수술했던 전문 병원을 찾는 것이다. 어정쩡하게 집 앞에 통증의학과를 가봤자, 그곳에서는 수술할 수 있는 여력이 안돼 다른 곳으로 포워딩하기 때문이었다. 내가 옛날에 십자인대 수술을 할 때 집 앞에 통증의학과를 갔다가 사실상 돈만 날렸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곳에서는 정말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다.


 무엇보다 나는 십자인대 수술을 한 이후, 나의 그 당시 유일한 취미였던 '농구하기'가 내 인생에서 지워져 버린 아픈 기억이 있다. 수술이 잘 끝나 겨우 무릎을 회복하여 걷게 되었는데, 또다시 농구를 하다 다쳐서 가족들에게 민폐를 끼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금의 취미인 '사진기'를 겨우 들이게 되었는데, 이마저도 어깨 통증으로 인해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든다.


 물론, '앞서 생각하는 걱정'일 수도 있다. 지금도 왼쪽 어깨다 보니 사진 찍을 때 딱히 문제는 없다. 게다가 회전근개 완전 파열 혹은 부분 파열 일지, 아니면 가벼운 근육통인지는 지금은 알 수가 없다. 그럼에도, 5년 전 농구장에서 다친 내 무릎을 가지고, 한의원에도 가보고, 약도 먹어가며 '좋아질 수 있다'라고 믿으며 농구장에 여전히 가서 운동하다가 더 나빠졌던 내 몸을 생각해 보며, 제발 이번에는 그 정도의 무거운 수술은 안 받기를 간절히 바라보는 수밖에 없을 거 같다.


 다음 주 월요일 병원을 방문하기로 했는데, 이번에는 의사 선생님께서 수술을 권하시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병원에서도...심지어 NBA를 봤다...저 공놀이때매 몸이 망가졌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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