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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담 Apr 26. 2023

본의 아니게

이번엔 진짜 내 의도가 아니었...

"평소와 다른 행동이 감지되었습니다."


 어제 아이폰에 밤 중에 위와 같은 Warning Noti가 내 눈에 비쳤다.

'설마, 뭔 일 있겠어?'라는 안일한 생각이, 결론 적으로 오늘의 인스타 그램 해킹을 당하게 된 1등 공신이다.

 한 밤중에 누군가 내 계정으로 불특정 다수의 많은 사람들을 '팔로우' 하게 만들어 둔 것이었다. 나는 스크린 타임 기능을 통해 해당 앱의 사용시간을 하루 30분으로 제한을 해 두었었던 터라, 자는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감지하지 못했다.


 아침이 되었다. 출근할까 재택 할까를 고민하던 찰나, 오늘은 중고로 충동 구매한 카메라 렌즈와 함께 해외 직구를 한 레트로 미니 월광보합이 오는 날이라 재택 하기로 마음을 먹고, 회사 가상 데스크톱으로 능숙히 접속하여 근태 결재를 받은 후, 커피 한잔을 우아하게 내리고 인스타 그램을 켰다. 그런데, 뭔가 조금 이상했다.

 나는 평소 '사진 계정'만 팔로우를 하고 있었고, 주로 한국사람들 위주의 팔로워들하고만 교류가 있었던 터였는데... 갑자기 내 피드에 못 보던 서양사람들이 급격히 늘어난 것에 대해 의아함을 갖게 되었다. 정신 차리고 팔로잉 수를 찾아보니 1400명, 음... 분명히 내가 600명 정도만 팔로잉하고 있던 거 같은데, 이건 뭔가 이상해졌다 여기기에 충분했다.


 오전 회사업무를 어찌어찌 마친 이후, 인스타 언팔로우 앱도 동원해서 비 정상적으로 늘어난 팔로잉 목록을 복구해보려 했지만, 뭔가 잘 안되더라.. 그래서 한 땀 한 땀 막일로 팔로잉-> 언팔로우 작업을 약 200명 정도 마친 찰나, 인스타그램 앱에서 '커뮤니티 가이드'라는 명목하에, 이상징후로 감지되어 내가 하는 행동(팔로잉 취소)을 제한한다고 알려왔다. 그 이후 팔로우 취소도 하나도 안되었다. 나는 그런 줄도 모르고, 계속 팔로우 취소를 했지만, 다시 내 프로필로 가보면, 팔로잉 수가 전혀 줄어있지가 않더라.


 이러한 해킹사태에서, 나의 결정은 간단했다. 바로 '새 계정으로 이사'

인스타그램을 처음 시작한 2019년 이래로, 한 5번은 계정을 만들어 운영하다가 폭파하고, 다시 만들기를 반복한 거 같다. 주된 이유는 '내가 하는 행동 대비, 상대방의 반응'을 기대했던 나의 잘못이랄까...

 아무리 내가 좋아요를 누르고, 답글을 써도, 그만큼의 상대방의 반응이 오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각자의 피드는 한정되어 있고 보여줄 콘텐츠가 너무 많으므로, 한 번이라도 유저의 Pick을 받은 팔로워 많이, 상대방의 피드에 노출되는 간단한 구조임에도, 그걸 잘 몰랐던 어제의 나는, 주저 없이 잘 운영하던 계정을 폭파하고 다시 만들기를 여럿 반복했던 것이었다. 어제의 나는, 정말 인스타 그램에서 '관종'이 될 수 있을 줄 알았나 보다.


 반면, 오늘의 나는, '관종'이 되길 포기했다. 고로 인스타 그램에 전력을 다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앞서 말한 스크린타임등을 걸어 두었고, 그 때문에 내 피드에 올라온 몇 개의 게시글에만 좋아요를 누를 수밖에 업게 되었다. 아울러나 또한 상대방의 하트를 기대하지 않게 되었다. 나름 '공정'한 Rule이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지금의 계정을 잘 이어 나가고 있다고 판단했다.


'지금은... 인스타 닫고 싶지 않은데...'

 결국 이사는 가야겠고, 묘수를 생각하다가, 해킹당한 계정에 게시글을 하나 올렸다.


"해킹으로 인해, 제가 새 계정을 만들었습니다. 교류를 지속하고 싶은 분은, 이 계정으로 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쓸데없는 긴장감이 흐르는 시간이 계속되었다. 자주 교류하던 프로필 사진들이 내 머릿속에 맴돌면서, '과연, 이분은 와주실까?'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며 하나 둘, 고맙게도 내 피드에 와 주시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나도 모르게 '휴' 하고 혼잣말을 하며 그제야 안심이 되었다.


 제목처럼, 이번의 인스타그램 '이사'는 처음으로 나의 본의가 아니었다.

하지만 좋게 생각하면, 이번일을 계기로 마치 드립백 필터를 통해, 커피를 내리듯, '나와 교류하고 싶은 사이버 친구들'이 존재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대부분은 디엠 한번 해보지도 못했고, 내가 댓글하나 달아드리지 않은 분들이지만, 내 사진이 좋아 와 주신 소중한 고객들이 되었다.


 해킹으로 인해 기분이 나쁘면서 내 인스타 그램이 '관계의 밀도'가 본의 아니게 올라간 그런 오묘한 하루였다.

앞으로 더 좋은 사진으로 보답하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리고 이렇게 내 새로운 계정에 연을 이어오신 분들께는 조금 더 활발한 소통을 이어 나가려고 노력할 생각이다!


※ 혹시 독자분들중, 인스타 그램으로도 소통하고 싶으신 분이 계시면 언제든 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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