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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담 Sep 13. 2023

외로운 건가?

그럴수도 아니면 우울한 거 일수도

"빛담 프로, 오늘 번개 하러 안 갈래?"

"아.. 괜찮아요 집에 갈래요"


"옆에 프로젝트는 캠핑 간다는데, 빛담프로 너도 우리 캠핑 가면 갈래?"

"요샌 다 귀찮네요... 저는 안 갈 듯요ㅠ"


 우울증 초기 증세인가 아니면 정말 에너지가 바닥이 난 것일까.

요새 다른 사람들이 약속을 잡자고 하면 '거부' 하는 버릇이 생겼다. 회사에서 업무시간에야 일을 해야 하니 딱히 티를 내지 않지만, 누군가 나에게 농담 및 Ice Breaking 등을 이유로 번개 권유나 식사 자리 스케줄등을 이야기하면 내가 거절하기 일쑤가 되었다.

  

 최근에는 꽤 오랜 기간 동안 '1일 1식'을 실현하느라 점심을 굶는 것이 뉴 노멀이 되었다. 

누군가를 싫어해서 그렇게 한 것도 아니고, 점심시간에 트레드밀을 타야 하는데 밥을 먹어버리면 배가 당겨서 제대로 뛸 수가 없어 점심을 잘 안 먹게 되었는데, 이러다 보니 다른 사람들과의 식사자리를 갖지 않게 되면서 자연스레 소원해지기 시작했다. 


 동료들과는 사이가 나쁘지 않지만, 내가 알게 모르게 '벽'을 만드는 것 일수도 있겠다는 사실을 최근에서야 자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딱히 무언가 이를 극복한만한 액션을 만들지는 못했다. 그 주된 이유로는, "가까운 거리에 있는 회사 동료들과 엮이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다.


 나도 신입일때가 있었다. 분명 그때에는 그러지 않았는데... 나는 그당시 에너제틱했고 외향형에 가깝다보니, 회식 자리라면 뭐든 다 참여하는 'Yes'맨이었었다. 

 하지만  지금은 회식의 회자만 나와도 'Nope'을 외치는 사람이 되었다. 사람들과의 관계가 아쉽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누군가에게 내 마음속의 이야기를 하고, 또 누군가에게 나의 이야기를 건네 건네 듣고 싶지 않아 하는 부분 때문인 걸까... 아마 두 개 다이겠지. 


 신입사원 때야, 관계를 맺어야만 유리한 상황이었다. 내가 할 줄 아는 것도 많이 없어 선배들로부터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도 많았겠지만, '내가 시킬 수 있는 권한'도 없었다. 즉, 내가 모르는 부분에 대해, 혹은 잘 못하는 부분에 대해 '위임'을 통한 결과물 도출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지금에야, 팀원들도 많고, 그간 쌓아놓은 관계를 기반으로 다른 동료에게 도움을 쉽게 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해서 그럴 수도 있겠다.


 다른 동료들과의 관계가 긴밀하지 않아도, 딱히 아쉽지 않은 상황. 그래서 일지 모르겠다. 

나는 다른 동료들과의 관계에서 예전처럼 진취적으로 다가가지도, 관계를 더 좋게 만들기 위해 에너지를 쓰지 않게 되었다.


 회사나, 업무적으로야 '안 엮이는 게' 더 나에게는 이득이라 생각하여 인간관계를 소홀히 했을지 몰라도,

'취미'영역에서는 여전히 많이 외로운가 보다. 같이 사진도 찍고 여행도다니 던 친구가, 작년에 결혼을 하면서 소원해진 것도 큰 영향을 받은 거 같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친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사내 동호회를 기웃기웃하며 동호회 소개를 보던 도중, 

오늘 내 눈에 들어온 한 동호회에 용기 있게 가입신청을 눌렀다. 그것은 바로 "마라톤 동호회".


 다시 농구를 해볼까도 고민했다. 분명 스트레스 해소에 좋을 것이다. 그렇지만 방향전환이 너무 많은 종목 특성상 다시 또 내 무릎인대가 다칠 가능성이 있어, 후보에서 제외했다. 그리고 또 나이도 이제 40이 돼 가는데 다른 사람들과 몸 부딪치면서 신경전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최근 스마트워치를 구매한 이후, 운동을 정말 꾸준히 오래 하기 시작하여, 현재 달리기는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

그런 점을 감안해서, 주로 마라톤 행사를 같이 신정하여 함께 뛰는 동호회가 있는듯해 보여 가입신청을 하게 되었다. 


 예전 회사 농구동호회도 가입한 후 꽤 진실된 사람들과 오래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걸 기억하며, 이번 마라톤 동호회도 가급적 참석을 많이 하며 친하게 지낼 사람을 찾고 싶다. 물론 내 개인적 욕심이긴 하겠지만, 누구나 희망해 볼 수 있는 거 아닐까? 말도 편하게 하라고 하고, 형 동생할 수 있는 관계를 다시 만들어 가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빛담 프로님, 저녁에 마라톤 동호회 벙개 있는거 아시죠?"

"네네, 알고있어요"

"네 그럼 이따 뵈어요~"


 또 다시 나에게 가장 어려운 미션, '첫 만남'을 성사 시켜야 하겠지. 술자리에 가서는 내 소개를 간략하게나마 하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친해지기 위한 노력을 해야할지도 모르겠다.


 의도적으로라도, 나의 인간관계를 확장시켜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어떨지 모르겠다. 새로운 동호회 분들과 함께 뛰면서 나의 살짝 우울한 심리 상태가 조금이라도 나아졌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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