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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담 Oct 30. 2021

Music is my life

나의 전성시대

"음악은 상처 난 마음에 약이다" - <알프레드 윌리암 헌트>
종화야, 가요톱텐 앞 뒤 광고 없이 깔끔하게 잘 녹화해 두면 과자 사줄게

1993년, 8살의 종화는 오늘도 5살 차이 나는 형의 꾐에 빠지고 말았다. "자 여기 테이프 아래쪽에 테이프를 붙이면 녹화가 되는 거야. 광고 끝나기 5초 정도 전에 녹화 버튼 누르면 돼" 지금 생각해보면 무슨 '녹화 사관학교' 수업인 거 같았다. 형은 그렇게 쿨하게 "지시"를 내리고 친구들을 만나러 나갔고, 집에 나만 남아서 아빠 엄마가 집에서 올 때까지, 아니지, 아빠 엄마가 혹시 오더라도 반드시 '가요톱텐 사수작전'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야만 하는 책임자였던 것이다. 그렇게 나는 어린 나이에 대중가요를 접하게 되었다.

 티브이에서는 '서태지와 아이들'이라는 그룹이 인기가 많은 모양이었다.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랩과 노래인데, 뭔가 신났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 다른 가수들과 "아주 많이 달랐다" 세련된 춤 실력에 호흡이 척척 맞는 안무, 그리고 빠른 비트가 나의 심장을 두근대게 하였다. 그 당시 가요 톱텐은 5주 연속 1위를 하면 '골든상'을 수상하며 명예로운 퇴진을 하게 되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불공평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퇴진'이므로 역주행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90년대 브레이브 걸스가 활동해서 '골든상'을 수상했다면, 다시 차트에는 못 들어왔을 것이다. 물론, 브레이브 걸스가 골든상을 수상했을 가능성도 희박했겠지만...

"자 이번 주 영예의 1등은..." 손범수 아나운서의 감질맛 나는 멘트가 이어졌다. "서태지와 아이들은, 이번 주까지 1위를 하게 되면, 골든상을 수상합니다" 두구두구 심장이 콩닥 뛰었다. 서태지=나로 감정이입이 되던 시기였다. 그들이 꼭 골든상을 수상하길 바랬다. "이번 주 가요톱텐 영예의 1위는... 김수희의 애모!" 빠 빠바바 빠빠 바바~ 서태지와 아이들은 멋쩍은 듯이 대 선배인 김수희 님께 축하 인사를 건네고 아쉽게도 골든 상의 기회를 놓치고 왕좌의 자리를 내어주게 되었다. 그 당시 김수희 님이 잘못한 거 하나 없는데, 괜히 그 여자가 미웠다. '우리 태지형' 하면서 거의 울었던 거 같다. 응원을 온 많은 그 당시 누님들과 같은 생각이었겠지... 그렇게 자연스레 나의 유년 시절은 대중가요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정말 미웠다... 우리 형들 상인데...
"사람들의 정치 및 종교와 더불어, 즐겨 부르고 좋아하는 노래도 성인이 되면 잘 바뀌지 않습니다. 보통의 경우 10대 및 20대 때가 가장 시간도 많고 외모적으로도 예쁠 인생의 최 전성기인데, 이때 즐겨 듣고 부르던 노래가 사실상 평생을 가게 됩니다" - 작가가 떠오르진 않습니다
왜 가요무대만 하면 우리 엄마 아버지는 눈을 떼질 못하실까

 어려서부터 갖던 궁금증이었다. '저 재미없고 느릿한 템포의 트로트곡들을 왜 좋아하실까, 지금의 화려하고 멋진 안무의 노래들이 훨씬 더 멋진데 말이야.' 나도 이제 그 당시 어머님 아버님 세대가 되어 요새 핫한 BTS나 트와이스와 같은 유명한 가수들의 노래를 찾아서 안 듣게 되는지 이유를 고민해보기 시작하면서, 그 당시 부모님의 생각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내가 생각하는 지금의 그룹들의 노래를 듣지 않는 이유는 아래와 같다.

내가 알던 가수들이 아니다. 나의 유년기 시절부터 이어온 전통(?) 있는 가수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이 부르는 노래들과 나와는 교감이 없다. 정확하게는 교감을 찾고 싶지 않다. 조금 더 양보하여 교감을 찾고 싶어도 이제는 나도 시간적 여유가 없다.

가사를 알아들을 수가 없다. 이제는 '영어'가 너무 많이 쓰인다. 라테는 그래도 10프로 미만이었는데, 이이제는 거의 50프로 이상은 영어인 거 같다. 자막을 내보내지 않으면 알아들을 수가 없다.

 우리 부모님들도 이리 생각하셨을 것을 상상하니 가슴이 먹먹해졌다. 지치고 고된 하루를 마치고 돌아오셔서, TV 앞에 앉아 소주 한잔에 웃고 떠드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생각이 났다. 그런 줄도 모르고 나는 내가 좋아하던 키즈 채널이나 가요 채널을 못 보면 입이 시무룩하게 나와 삐지곤 했었다. 철이 없었다.

 스물아홉에 첫째를 보게 된 이후, 몇 년 동안은 그래도 쇼미 더 머니 등 신문물(?)을 따라가 보려 노력했지만, 이제는 그런 노력조차 안 한다. 요새 나오는 다비치 컴백 소식에 기쁨에 환호를 보낼 뿐이었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도 해 보았다. 앞으로 10년 정도 지나면 가요무대에는 양파, 강타, 이재훈 같은 그 당시를 호령했던 가수들이 나올 수 있으려나 하는 생각들 말이다. 그러나 그렇게 해도 안 보게 되겠지... 그리 생각한 이유는,  토토가도 그렇고, 슈가맨도 그렇고, 추억팔이 이벤트 한 번으로는 '일시적' 관심만 갖게 될 뿐, 점차 제자리를 찾게 된 것을 경험으로 알기 때문이다.



당신 마음속 가요톱텐, 무엇입니까?

 유튜브 자동 알고리즘은 신통방통하다. 내가 시간을 투자해 보고 싶을 만한 콘텐츠를 교묘하게 잘 제안해준다. 나는 옛날드라마 요약이나 옛날 노래 소개를 좋아한다. 그 당시 안방에 티브이가 한대 있었고, 다섯 살 차이 나는 우리 형과 아버지, 그리고 일일 드라마를 항상 챙겨보시던 어머니에 이어 리모컨 서열 4순위였으며, 내가 보고 싶던 드라마는 밤에 아버지와 어미니가 주무셔야 해서 못 보던 일이 태반이었고, 노래 프로그램도 시간이 지날수록 그 당시 아버지가 사 왔던 '마이마이' 카세트테이프에 의존해 음원만을 청취하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유튜브를 통해 옛날 TV를 다시 볼 수 있음에 감사할 따름이다. 현재 옛 콘텐츠들을 즐기면서 추억을 되새김질하곤 한다.

 본론으로 회귀하여, 구독자들 마음속의 '가요톱텐'을 생각해보자. 어린 시절 학원에서 만난 이성친구를 짝사랑하며 고백할까 말까 가슴설레게 해주던 노래(누구보다 널 사랑해-비쥬), 사랑인 줄 알았지만 '좋아함'이었던 그 시절 듣던 노래(기다리는 이유-임창정), 고1, 그 당시 정말 하나도 두려울 것이 없던 인생의 최 전성기를 구가할 때 나의 가슴을 웅장하게 해 준 노래(태양은 가득히-문차일드)등의 '톱텐'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 글을 읽으신 독자 여러분들에게도 기억될 소중한 노래의 존재가 있었음을 생각해 보시면서, 짬을 내어 들어보고, 미소 지어 보자. 과거에 나에게, "지금까지 삶을 버텨 내느라 고생했어" 라며 위로해 주는 시간을 갖자. 그 노래들에게도 "네가 있어 여까지 왔다. 앞으로도 잘 부탁해" 라며 고마움을 표시해 는 건 어떨까


가사가 완전 나네-_-, 남고 다닐때 항상 여고학생들보면...저렇게 다니곤 했다.
네가 있어, 여까지 왔다. 앞으로도 잘 부탁해.
2021년 10월 30일, 나의 톱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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