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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담 Aug 03. 2024

내가 이룬 것에 대한 감사

 필자와 함께 일하는 친한 선배님들이 두 분 계시다. 일로 만난 사이지만, '카카오톡' 단톡방이 있는 정도면 나름 친구 사이?라고 해도 될 거 같다. 


 우리 셋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외벌이'라는 점이다.

근래 뉴스 기사들을 보면, 아이를 낳고 가정을 이루고, 그 아이들을 양육하기 위해선 '외벌이'로는 감당할 수 없다는 기사를 심심치 않게 볼 수가 있다. 그런데 어쩌랴, 외벌이라 조금 여유는 없을 수 있겠지만, 아이들을 기르거나 돈을 저축하거나 소비하는 데 있어 '부족' 할 뿐, 못 살 정도는 아닌 것에 나는 감사하고 있다. 물론 '나의' 경우이다.


"빛프로... 부럽다. 한강변 아파트도 빚 없이 가지고 있고, 돈도 모을 수도 있고"

잉? 항상 이런 이야기를 나한테 하는 선배 1의 말을 들으면 당황스러울 뿐이다. 용적률도 높아서 재건축이 안 되는 낡은 구축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한 것뿐인데, 허허.


 "그러게, 나는 월급 받거나 추가 상여받으면 마이너스 통장에 돈 갚기 바쁜데... 불헙"

선배 2님의 추임새가 이어졌다. 


 "에이, 2 선배, 위를 보지 말고 아래도 좀 보세요, 우리가 잘 산다고는 못해도, 못 사는 건 아니잖아요ㅎㅎ"

 "응.. 글킨 한데, 진심으로 나는 회사 사람들 중에 내가 제일 못 사는 거 같다고 생각해 ㅎㅎ"


 그 이야기를 들으니 웃펐다. 평소 나도 남하고 비교해 봤자 나만 자괴감이 드는 걸 잘 알고 있어서 잘 물어보지도 않는 편이다. 사람의 욕심이 끝이 없기 때문이다. 


'영어 유치원 학비가 비싸서 걱정이에요'

'몰던 차가 낡고 좁아서 바꾸려고요'

'사립학교 보내는데 애들이 여름휴가 때 어디 가냐고 물어볼 때 참 난감해'


 같이 일하는 동료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이런 그들의 '급'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가 많다. 동료들의 생활수준을 들으며 은연중에 그들의 재력이 부럽기도 하면서, 과연 그들의 재력이 부모 도움 거의 없이 일궈낸 것인가에 대한 쓸데없는 궁금증도 함께 가질 때가 있다. 내가 그렇다는 이야기는 다른 사람들도 그렇다는 거고, 선배 2도 그런 이야기가 베이스가 되어 나에게 본인이 직장동료들 중에 제일 못 산다고 이야기를 하신 게 아닐까 추측한다.


 그래도, 선배 2도 그렇게 못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다소 생활 간 힘이 들 지언정, 그보다 못 사는 사람은 정말 이 세상에 넘쳐난다고 나는 믿고 싶다.


 필자도 결혼할 때 부모도움을 거의 받지 못해 성남 구 시가지의 낡은 빌라, 벌레가 항상 출몰하고 겨울엔 외풍이 안돼 바닥만 따뜻했던, 주변 이웃들이 모두 중국 동포들로 구성된 곳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했었다. 와이프한테 더 좋은 걸 못해주고 남들 다 해오는 집 한 채 못해온 것이 그렇게 미안할 수 없었다. 지금은 돌아가신 장모님께서 세대 합가를 제안 주셨을 때도 내가 집에서 눈치 보는 건 고민의 대상도 아니었다. 조금이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그렇게 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그런 더부살이 와중에서도, 주변 동료들이 나를 보며 '눈치 보며 사느라 불편하시겠어요'라고 할 때마다 웃으며, '이렇게라도 도움 못 받는 사람도 많고 많죠. 저는 복 받은 사람입니다.'라고 이야기를 하곤 했던 기억이 난다. 


 몇 년이 지난 후, 지금 살고 있는 낡고 작은 집을 한 채 구매하게 되었고, 대출원리금을 갚느라 와이프한테 생활비도 잘 못 갖다 줘 그때도 참 미안했던 기억이 있다. 주변 엄마들이, '아니, 서현엄마, 그 돈 갖고 어떻게 생활을 해요?'라고 비아냥댈 때 쥐구멍에 숨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집도 못 갖고 여기저기 쫓겨 다니는 사람도 많다. 우리는 복 받은 거야' 라며 서로를 위로하던 모습도 생각난다.


 또 필자는 주말에 부업까지 뛰지 않았는가. 물론 다른 사람들에겐 '취미가 돈벌이가 되었다.'라고 이야기를 하고 다니지만,  사실 '돈'때문에 한 이유가 컸다. 간혹 결혼식장에서 촬영 중 회사 동기들을 만나면, 마치 '불쌍하다는 듯' 나를 위아래로 스캔할 때도 쥐구멍에 숨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이 일조차도 나에게 밀려하지 못한 촬영 기사들도 많다. 진짜 내가 복을 많이 받은 거다'라고 생각하며 어깨 펴고 당당히 촬영했던 경험이 있다.


 이젠, 낡고 작은 아파트와, 10년 전 중고로 산 나의 아반떼, 그렇게 우리 '자산'이 되었다. 선배 1은 나보고 차 좀 바꾸라고 하기도 하고, 자율주행 안 되는 차라고 놀리시기도 하는데, 조금 불편하고 낡은 거 빼고 만족하며 타고 다니고 있다. 이젠 차가 웬만한 긁힘에도 딱히 신경안 쓰게 되는 편안함도 참 좋다. '이 차도 못 가진 사람도 분명 많을 거야, 그간 사고 안 나고 잘 굴러가는 차를 데려온 것도 참 복이다'라고 생각하곤 한다.


 비록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 비해 재산적으로 내세울 건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마음이 편한 것도 많은 거 같다. 아울러, 내가 모르지만 나나 선배 2보다 더 힘든 직장동료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잘살든 아니든 간에,  나는 앞으로도 '어제의 나'보다 나아질 거다. 나는, 내가 여태껏 이룬 것에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고, 앞으로도 조금씩 이루어 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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