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많아졌다. 아마 누구나가 그렇지만 그동안 누적된 스트레스 마일리지로 "항공권"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가 아닐까?
사실 올해 6월 가족모두와 홍콩을 다녀왔다. '우리가 디즈니랜드를 와보다니' 하는 기쁨도 컸고, 아이들도 즐겁게 체류하며 뜻깊은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올해는 나 혼자든, 가족들과 함께든 항공권 예약을 안 하려고 했다. 무엇보다 비용적인 부담이 컸기 때문이겠지. 그런데, 올해는 유독 굵직한 일들이 더 많은 해인 거 같다.
이미 며칠 전부터 네이버 항공권에서 오사카, 교토, 타이완, 홍콩 등 혼자 어디 가볼 만한 곳을 찍어 두고, 4일의 체류기간을 입력하고 가장 저렴한 항공권을 살펴보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아니다 됐다.'라고 혼잣말하며 열려있던 항공권 예약 창을 닫곤 했다. 아마도, 아이들이나 와이프를 데려가지 않고 홀로 떠나려 하는 미안함이 앞서 그랬겠지.
며칠 전, 내가 구독하고 있는 전자책 플랫폼에서 현봄이라는 작가가 지필 한 "교토의 햇살을 간직해"라는 책을 읽었다. 이 작가는 춘하추동 사계절에 걸쳐 약 한 달 정도씩 체류하며 자신의 이야기와 여행사진을 엮어 멋들어지게 여행 에세이를 만들어 냈다. 갑자기 나도 그곳에 가고 싶어 졌다. 심지어 도쿄를 아직 못 가봐서 이번에 일본을 간다면 반드시 도쿄를 가리라 다짐했지만, 현작가님의 에세이를 본 뒤, 나 또한 카메라를 들고 원 없이 사진을 찍어 오고 싶어졌다.
사실 내년 봄, 벚꽃 시즌에 예매를 하고 싶었지만, 티켓 값이 두 배가 넘게 차이가 나더라. 와이프한테 미안한 생각이 들어 차마 그 기간으로 끊을 수는 없었다. 대신 벚꽃이 피기 약 10일 전으로 가장 저렴하게 항공권을 예매했다. 숙소는? 이번에는 교토역 앞에 1인 다다미 방에, 공용 욕실이 딸려있는 숙소로 정했다. 어차피 여행 가면 집에 체류할 시간은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에, 숙소에 돈도 크게 들이지 않기로 했다.
이럴 때, 같이 사진 찍으며 함께 갈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카오톡의 친구 목록을 위아래로 스크롤링했지만, 역시 없는 거 같다. 다 내가 뿌린 업보인 셈이다. 여행같이 가자고 할 친구조차 없다는 사실이니 말이다.
여하튼, 내년 3월까지,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가 생겼다. 어서 지금의 시간이 슝 하고 지나가고, 내년 3월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져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