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나에겐 그러하다.
"빛담, 너는 맨날 뭘 패드에 적거나, 일본어 공부하거나 쉬질 않냐."
"빛담, 담배도 안 하고, 술은 끊었고, 틈나면 운동하고, 인생 심심해서 어쩌냐"
원래는 이 정도까진 아니었던 거 같은데, 작년부터 술을 끊고 그 시간을 달리기를 하거나, 집에 와서 밀리의 서재를 읽는 등의 활동을 하면서부터, 부쩍 앞서 이야기한 대로 동료들의 시샘(?) 어린 이야기들을 자주 듣게 된다.
오늘의 주제이자 제목이지만, 내가 사는 삶은, 나에게 있어 그다지 '재미없는 삶은 아니다.'라는 생각을 갖고 살아가고 있다.
내가 담배도 안 하고 평소 마시던 술을 끊은 이유는, 내 건강이 위태롭다고 여겨서는 절대 아니었다. 어차피 나는 흡연을 하지도 않았고, 술도 일주일에 맥주 몇 캔 정도 소비할 따름이었고, 그마저도 번개나 회식자리도 즐겨 가는 스타일도 아니었었다. 음주를 하게 된 계기는, 바로 '시간의 소중함'때문이었다.
어느 틈엔가, 평소 어울려 놀던 동료들과 퇴근 후 술자리를 가는 것이 그다지 즐겁지 않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 자리에서는 대부분 매번 같은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맛있는 음식, 맛있는 술, 거기에 취기가 조금 오르면 평소 서로 알고 지내던 동료들의 근황들에 대한 이야기들까지.
술자리에서 소비하는 콘텐츠의 즐거움보다, 헬스장 혹은 달리기 등을 통해 땀을 흘리는 즐거움, 책을 보며 사색하는 즐거움, 그리고 브런치에 글을 쓰는 행위에 대한 즐거움을 알아 가게 되었다.
아울러, 보통 업무를 할 때에도, 9시부터 6시까지 업무가 계속 몰리는 일은 잘 없다. 틈틈이 시간이 남는 경우가 있는데, 필자는 이럴 때 태블릿 PC에 내가 책을 보며 '기억하고 싶은' 경구들을 곱씹어보며 필사를 하곤 한다. 물론, 필사를 한다고 하여 해당 저자의 생각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지금의 나와 비교를 하며, 스스로에게 '자문자답'을 해볼 수 있는 사색의 기회가 되어 참 좋은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그렇게 필사한 내 메모는, 클라우드로 동기화되어 출퇴근길 내가 보고 싶은 경구들을 재차 살펴보며 다시 한번 나를 돌아볼 수 있게 해 주는 것 같아 요새 내 즐거움 중의 하나이다.
"아, 오늘도, 빛담. 너는 말이 너무 많았어. 상대방과의 대화인데, 네가 거의 7은 말한 거 같은데"
"오늘도, 쓸데없는 사족을 너무 많이 상대방에게 말했어. 굳이 이야기해도 되지 않을 말인데, 너만 신난 거 같은데?"
근래에는 필자의 말의 빈도에 대해 상당히 민감하게 스스로를 돌아보곤 한다. 나와 대화하는 사람이, 내 이야기를 듣자고 나와 대화하는 건 아닐 텐데... 내 이야기만 주야장천 늘어놓은 것은 아닌지, 말이다.
서두에 이야기한 것처럼, 동료들의 말에 크게 신경 쓰지는 않으려 노력한다. 사실 평소 같으면 말 한마디에 흔들렸을 수도 있는데, 요새는 좋은 책들을 보며 필사를 해서 그런가, 정신적 멧집도 조금 더 강해진 느낌이 든다.
그리고 업무 중간중간, 혹은 점심 저녁을 먹고 난 뒤, 짬을 내어 외국어 공부도 하곤 하는데,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는 일본어를 여전히 공부하고 있다.
사실 나는 외국어를 공부할 때 즐거움을 얻곤 했다. 이 회사에 들어와서도 가장 좋았던 복지 중에 하나는 '외국어 교육' 비용이 사실상 공짜 수준이었던 점이었는데, 애석하게도 비용문제를 이유로 6년 전에 폐지가 되어 아직도 아쉬움이 있다. 그때는 회사에서 중국어 공부를 많이 하라고 하던 때라, 신나게 새벽에 회사를 나와, 지루 할 틈도 없이 오전에 중국어 수업을 듣고 하루 업무를 했던 기억이 있다.
나에게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순간'을 누군가 물어본다면, 나는 단언컨대 대학교 재학 시절이라고 답을 할 것이다. 수능이라는 어찌 보면 인생의 가장 큰 산을 넘고, 본인들이 하고 싶은 걸 하며 가장 즐거웠던 순간이라고 답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이겠지만 필자에게는 정말 악몽 같았던 순간이었다.
뭘 좋아하는지도. 무엇을 잘하는 지도, 스무 살 빛담에게 나는 스스로 물어본 적이 없었다. 그저 이과를 가야 취업이 잘된다고, 수학 못해도 대학 가서 생각해도 된다고, 그렇게 선생님들과 친구들은 나에게 이야기해 줬고, 나는 가장 중요했던 '나'에게 진로에 대한 고민과 상의 한마디 없이 컴퓨터 공학과에 간신히 입학할 수 있었다.
'대학을 가면 좀 나의 길이 보이지 않을까?' 지금 돌이켜 보면, 정말 큰 착각이었던 거 같다.
이미 자신의 진로를 게임개발, 프로그래머 등으로 정한 친구들은, 동아리 방에서 밤을 새 가며 프로그래밍에 몰두했고, 그 실력의 격차를 내가 고등학교때 했던 수학 방법으로는 따라갈 재간이 없었다. 따라가기만 해도 좋았겠지만, 흥미를 갖지도 못한 자가, 흥미를 갖고 달리는 사람과 같은 속도로 달릴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나는 인생에 가장 중요한 4년이라는 대학시절을 그저, '빨리 졸업하고, 군대나 다녀왔으면' 하는 심정으로 낭비하고 허비해 버렸다. 무언갈 좋아하는지 찾을 생각도 안 했고, 여전히 군대 다녀오면 길이 열릴 거라고 착각 속에서 4년이 지나갔다.
돌이켜보면 그 4년의 시간이 나에겐 참 아쉬운 시간이란 생각이 든다. 그 시간을 어영부영 보낼 것이 아니라, 책이라도 더 보거나, 운동이라도 더 하거나, 아니면 자바의 정석 책을 취업 준비할 때처럼 10번넘게 봐 보거나, 그런 노력을 스스로 했으면 어땠을까. 아마 그렇게 했다면 지금의 나는 조금 더 성장해 있는 내가 되어있지는 않았을까?
그래, 그래서였었다. 내가 시간의 소중함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가 바로 아깝게 허비해 버렸다고 생각한 대학 4년의 시간 때문이었다.
다행히 아직은, 앞서 이야기했던 운동, 책 읽기, 글쓰기, 외국어공부 등등, 콘텐츠 소비 및 생산활동을 함에 있어, 아주 재미가 없지는 않다. 오히려 즐거움으로 다가올 때가 더 많은 거 같다.
동료들의 이야기는 크게 신경 쓰지 말고, 오늘의 하루도 조금 더 가열하게 살아보기로 다짐해 본다.
이러한 나의 재미없는(?) 행동들이 쌓이고 쌓여 나중에 어떤 좋은 기회를 잡고, 어떤 좋은 미래를 선사해 줄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아무 일도 안 일어날 수도 있겠지)
"오늘 하루를 어영부영 쓰지 말자. 내일의 내가 이 시간을 허비한 걸 두고, 뼈저리게 후회할 날이 올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