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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6일제 근무

by 빛담

필자는 요새 부쩍 주말에 회사로 출근하는 일이 잦아졌다.

주된 이유로는 주말에 출근하여 할 수 있는 업무들을 미리 마무리해 두면 다가올 평일이 조금 편해지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게다가 휴일 근로수당도 받을 수 있는 것 또한 매우 강한 동기요인 중 하나이다.


그뿐만 아니라 휴일에 출근을 하면 평일보다 사람이 적기 때문에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여건 보장이 된다고 생각한다. 집중에서 쿼리를 짜야할 경우라든지 혹은 로직 설계 및 검증 후 기능 개발등을 해야 하는 경우, 주변 사무실 소음도 없을뿐더러 다른 동료들이 나를 찾는 경우도 없어 좋은 것 같다.


가장 만족하는 부분은 '여유'다. 남들에 비해 스스로의 납기가 하루 더 주어지는 셈이니 평일에 다 못 마쳤다 해도 주말을 이용해서 부족한 결과물을 채워 넣을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그래서일까? 작년 7월 이후 주말에 결혼식 촬영을 나가지 않게 된 이후부터 자연스레 그 시간은 회사에 나가 일을 하는 시간으로 활용해 오고 있었다.


지난주 토요일 평소와 같게 사무실에 일찍 출근하여 내 자리 파티션에 형광등을 켜고 주중에 고민하지 못했던 다가올 업무 등에 대해 정리하고 있었다. 어느 정도 업무에 대한 얼개를 마련한 뒤 화장실을 가는데 반대편 복도에서 예전에 같은 프로젝트에서 함께 일하던 후배를 만나게 되었다.


"선배님, 어쩐 일이세요?"

"아, 일이 좀 있어서요^^ 많이 바빠요?"

"네네 그냥저냥 그래요"

"응, 나두요. 프로님도 어서 일 마무리하고 일찍 퇴근하세요!"

우리는 다소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오랜만에 안부를 물었다. 이렇게 주말에 만나니 반가움이 평소보다 좀더 큰것 같았다. 아무래도 둘은 서로 이 시간에 이 장소에서 만날 줄 모르고 있었으니 더욱더 그렇지 않았을까?


그와 인사를 나눈 뒤 자리로 돌아왔다. 그리고 예전 프로젝트에서 후배들에게 자랑스럽게 말하고 다니던 나의 부끄러운 언행이 생각나기 시작했다.


"프로는, 제시간에 나갑니다. 시간을 못 맞추면 프로가 아닌 거죠."

"월 160시간만 딱 일할 거예요. 아주 알차게요. 오버타임은 능력이 없는 거니까요."


사측이다. 이건 분명 사측이다. 내가 몇 년 전에 저런 말을 뱉고 다녔을 리 없다고 생각을 해보려고 했으나 사실이었다. 나는 과거에 사측임이 틀림없다. 임원들이나 할 법한 말을 고작 대리급 사원이 동료들한테 이야기를 하고 다녔으니 말이다.

역으로 생각하면 회사는 나한테 사원들의 프로의식 함양에 큰 도움을 주었다며 포상을 해 주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그런 건 아쉽게도 없었다.)


저런 즐겁지 않은 언행을 후배들에게 하고 다녔으니 그 후배는 나를 주말에 만나면 안 되는 거였다.

나는 주말에 나오면 안 되는 사람이었어야만 했다. 그런데 이렇게 우리 둘이 만나게 되었으니 나는 화장실에서 쥐구멍이 있으면 쏙 하고 숨어 들어가고 싶은 부끄러움을 느꼈었다.


며칠 후 그 후배와 단둘이 1층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함께 탄 적이 있었다. 나는 다소 멋쩍은 듯 말을 붙여봤다.


"프로님, 일이 좀 많아요?"

"아.. 아뇨 엄청 일이 몰리지는 않아요."

"그런데.. 왜?"

"아 주말에 나와서 일하면 수당도 받고 괜찮더라고요. 일도 여유 있게 할 수 있고요."

후배의 말을 듣고, '난가' 모먼트에 잠시 빠졌었다. 내 얘기를 대신해 주는 거 같아서 나도 모르게 씁쓸함이 말에서 묻어 나왔다.

"그래요, 저도 좀 그런 게 있어요. 옛날엔 안 그랬는데.. 허허. 휴일에 나와서 여유롭게 일해요"

"네 선배님 살펴가세요"

우리의 엘리베이터에서의 대화는 그렇게 끝이 났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치열하게 업무시간에 몰입하고 주말에는 휴식을 취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 왔었다. 업무시간에 최대한의 몰입을 통해 성과를 내고 자연스레 좋은 평가를 받아 연봉이 오르는 경험을 해왔던 터라 그렇게 믿고만 싶었다.


하지만 우리 사회 전체적으로도 그렇지만 필자가 몸담고 있는 회사도 활력을 많이 잃어버렸다.

정확하게는 성장의 기회가 많이 없어진 듯하다. 불황에 우리 같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을 쉬이 계약해 주는 고객사는 잘 나타나지 않았다.

그도 그럴 듯이 대부분의 회사들은 'IT' 시스템에 대해 돈 먹는 하마 정도로만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이 비용은 최대한 줄이면 줄일수록 본인들의 이익이 난다고 생각하여 한 두 명 계약하고 말도 안 되는 업무를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다.

그러니 실제 입찰공고가 올라와도 소위 '단가'가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는 더욱더 사업을 영위하기가 힘들어지는 것이다.


사업의 정체 현상은 조직의 정체로도 이어진다. 일이 없으니 밑으로는 후배들이 들어오지 않는다. 결국 '좋은 평가'라고 하는 과실은 실질적으로 일을 많이 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닌, '이 조직에 얼마만큼 몸담고 있느냐'가 더욱 중요해지는 경우도 발생할 여지가 많다고 생각한다.


앞서 나와 함께 이야기 한 후배도 일을 정말 잘하는 친구로 기억하고 있다. 맡은 바 일을 아주 깔끔하게 적기에 처리를 잘하던 사람인데 그동안 선배들이 진급을 못하면서 그 친구도 함께 밀려서 누락을 하여 마음고생이 다소 있었다고 알고 있었다.


결국, 우리는 '성장'이 사라진 사회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이 삶을 유지하기 위해 월급 이외에 다른 가처분소득을 느릴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를 고민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러한 고민의 결과 중 하나로서, 나는 회사 일을 더 하고 받을 수 있는 '휴일 근로 수당'을 선택한 것이었다.


물론 회사입장에서야 다소간의 추가 근무 수당을 지불해야 하기에 좋을 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나는 회사에 크게 미안한 마음은 없다. 왜냐하면 일을 좀 더 잘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은 변치 않았기 때문이다.

서두에 이야기했듯, 직급이 올라가면서 자연스레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다 보니 '납기'를 더 여유 있게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 자주 봉착하게 되었다. 나는 이러한 업무 챌린지속에서 아직은 '지고 싶지는 않은'것 같다. 아울러 월급에 합산되어 나오는 추가 수당 또한 '소중' 하다.


그렇기에, 당분간은 주 5일도 모자라 휴일마저도 회사 신세를 져야만 할 것만 같다. 당분간 만이다... (계속은 안 할 거야 걱정 마)


누가 뭐래도 현생을 살아가야 하지 않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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