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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담 Nov 15. 2021

BDC

삶은 죽을 때까지 언제나 선택의 연속

"출근길부터, 선택의 기로"

 양일간의 휴식을 뒤로 한채, 무거운 발걸음을 회사로 향하는 길이다. 현관문을 열었는데, 왜 이렇게 안개가 끼었는지, "중국이 또 석탄을 떼나 보네... 쯧" 그렇게 엘리베이터 3 대중 2대를 누른다. 한층은 전층, 다른 한층은 짝수층, 우리 집은 14층이다. 그래서 보통 엘리베이터가 14층보다 위로 올라가면 탄식을, 서면 환호를 부른다. 한 번은 25층, 24층 이렇게 엘리베이터가 서서 아주 열 받았던 적이 있다. 게다가 거기서 한층 한층 다 서서 내려오면... 그야말로 지옥이다. 전층이 먼저 올 것만 같다. 선택을 해야만 했다. 전층 엘리베이터 VS 짝수층 엘리베이터, '그래도... 짝수층이 성공 확률이 높아' 나는 짝수층을 기다리고 엘리베이터를 탑승했다. 중간중간에 몇 층 정거하더니, 1층에 도착했다. 나는 맞은편 전층 엘리베이터를 바라보았다. '5층 흐흐, 내가 이기따 이기써.' 별거 아닌 것에 진심으로 좋아하며 아파트 문을 나섰다.

 아파트를 지나 가느다란 골목길을 걸으면 또다시 선택을 해야만 한다. 버스를 탈 것인가 지하철을 탈 것인가, 나의 선택은 버스가 오는 시각이다. 내가 타려는 버스가 5분 미만 걸릴 거 같으면 버스를, 그렇지 않으면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편이다. '오늘은 다행히 3분 컷이군' 나는 버스를 기다리기로 선택했다. 내가 타려는 버스가 정류장에 멈춰 섰다. 지하철로 환승하기 위해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지하철을 타기 위해 내린다. 누군가는 내리고, 누군가는 탄다. 타는 누군가 중 한 사람이 바로 나다.

 버스를 타서는 내가 가장 선호하는 자리가 있다. 나의 1순위는 옆에 누가 없는 좌석, 즉 홀로 떨어진 자리이다. 두 명이 타는 자리는 안에 들어가든, 바깥에 있든 눈치 보이고 신경 쓰인다. 옆에 누가 없는 좌석은 안타깝지만 이 버스에서는 자리가 없었다. 그다음 선택을 해야만 한다. 창가 쪽 두 명이 타는 자리를 갈 것인가 VS 맨 뒷자리로 갈 것인가, 나의 선택은 맨 뒷자리였다.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다리 공간이 더 있어서 앉는데 여유가 더 있달까... 맨 뒤 네 자리 중, 가운데 오른쪽 자리를 선택했다. 이유는 맨 오른쪽에 남성분이 다리를 더 오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버스는 목적지인 잠실에 도착했고, 무사히 회사에 출근도장을 찍을 수 있었다.

여러분이 선호하시는 자리는?

"일터에서도, 선택의 기로"

 "박 프로 우리 도란도란 회식해야 하지 않아?" 예감, 촉은 절대 틀리지 않는다. 내 나이 37살인데 아직도 막내라니... 아직도 막내라니! "강제는 아니고, 희망자들 해서 도란도란 인원 좀 그루핑 해봐바, 강제 아니다?" "암요, 제가 해야죠" (전) 팀장 이면서 과장 직급이면서.. 막내. 이게 나의 회사에서의 포지션이다. 낄끼빠빠를 내가 잘못 선택해서 그런 거 같다. 저 멀리서 선배들이 대화하는 게 보여서 잠깐 다가가서 대화에 꼈건만... 내가 선택을 잘못한 탓이다.

 점심시간이 되었다. 나는 우리 회사의 자랑을 '점심'이라고 생각하며 다닌다. 무려 20여 가지가 넘는 메뉴를 제공한다. 맛도, 가격도 매우 훌륭하다. 오늘의 점심 메뉴 선택은... 파인애플 볶음밥+미니 쌀국수 VS 투움바 파스타, 어렵다... 이 두 개로 압축하는 것도 어려웠는데... 둘 중에 하나를 골라야만 한다. 나는 전자를 선택해서 'Asian' 메뉴 앞에 줄을 서서 나의 핸드폰을 POS기에 댔다. "파인이요" 맨 앞에 아주머니가 뒤에 동료 이모님께 노티 하셨다. 내 차례가 되어간다. 나는 또다시 갈등에 빠졌다... 많은 양 VS 보통 양, 하 어렵다. 저번 주 금요일 건강검진에서 나의 원하는 몸무게는 이미 달성했다. '그래, 건강검진까지 2년 남았으니까...' "이모님, 파인 많은 양 주세요" 나는 당당히 밥을 받아 정말 한 톨도 안 남기고 다 먹었다... 아직 배고프지만 참아야지

나의 선택이 항상 선물을 가져다주길 바라지만..

"퇴근길에도, 선택의 기로"

 보통 저녁밥은 회사에서 잘 안 먹는다. 요새 체중 관리한다고 굶어왔는데, 저번 주 건강검진이 끝나니까 스스로 고삐 풀린 망아지 같다. 덮밥까지 잘 먹고, 살찔까 봐 회사 주변 한 바퀴 돌고 자리에 앉았다. 밥 먹기 전 빌드 돌려놓은 Job이 잘 끝난 거 확인하고, 검증계 요건 반영 잘된 것 확인하고, 자리에 앉아 인스타 그램에 올릴 사진을 선택한다. 인스타를 하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여러 장을 올릴 때는 '메인'사진이 시선을 끌어 줘야 '좋아요' 폭탄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삼청동의 가을 사진을 주제로 피딩을 해야 하는데... 가을 색감 가게 앞 자전거 VS 민속박물관 돌담길 앞 은행나무 하, 너무 어려웠다. 진짜 5분 고민한 거 같다. 스스로 여 VS 야 당간 조율을 마친 끝에 전자를 선택했다. (피드 업로드 후 약 4시간이 흘렀지만, 의미 없는 하트만 조금 달리고, 댓글이 별로 없다. 망한 거 같다)  퇴근하면서, 스스로에게 고생했다며 술 한잔 사러 편의점에 들어갔다. 맥주 VS 막걸리 하 어렵다. 진정 어렵다. 이번엔 후자를 선택해보았다. 맥주는 어제도 먹었으니까...

선택해 보시라, 무엇이 1픽이겠는가?

"도돌이표"

 '내일도, 이러한 하루가 반복되겠지.' 싶다. 그럼에도 기분이 좋다. 오늘 하루를 무사히 보낸 나에게 일단은 셀프 리워딩 중이고(사실, 음주 글 작성 중이다), 내일도 안전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은 선택을 할 것이라 믿는다. 내일도 엘리베이터부터, 버스냐 지하철이냐, 점심 메뉴, 그리고 인스타그램 사진 선정 등, 하찮은 것 같고 선택에 기로에 놓이겠지..

비슷해보이지만 엄연히 다르다, 궤적도 다르고, 보정법도 다르다. 같은 도돌이 표지만, 어떤걸 선택 해야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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