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빛담 Dec 02. 2021

사람 필요 없는 사회

"사람 안 받아요"

"시급 8,720원(최저), 주 5일, 홀/주방 알바 찾아요 - OO짜장"

 최근 포털사이트 기사들을 살펴보면, '거리두기, 안 하는 거야 못하는 거야', '코로나 이러지 마, 우리 다 죽어' 등의 자극적인 기사들이 무수히 쏟아지고 있다. 오늘 퇴근길에 동네 짜장면집 앞에 걸려 있는 아주 반가운 플랫카드를 발견했다."11월 30(화)부터 24시간 영업합니다".  그 짜장면집을 비롯하여 제목과 같이 알바 구한다는 출력물들이 가게에 많이 보여서 이제 드디어 펜데믹의 끝이 보이는구나 싶었다.

 하지만 코로나 19가 드디어 끝나 가나 했는데,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처음 발견된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의 등장, 그리고 일일 확진자가 5,000명이 넘어가는 상황까지는 사실 누구도 계산할 수 없었겠지. 이렇게 흘러가다가는 점차 거리두기의 현실론이 우세해질 것이고 생각한다. 정부 또한 언제라도 거리두기를 강화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연일 내 보내고 있다. 거리두기가 결국 강화가 된다면, 이제 겨우 입에 풀칠을 할 수 있게 된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정말 다시 한번 힘든 인고의 시간을 견뎌야만 할 수밖에는 없는 것이다.

 집 앞 OO짜장 사장님께서는... 아르바이트 구인 출력물을 내리실까? 아니면 그대로 두실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일단 24시간 가게를 운영할 수가 없다면, 아르바이트를 구하기는 쉽지 않아 보일 듯싶다. 사장님께서 구인 글을 내리시면, 일자리를 원하는 사람도 결국 노동의 기회를 잃게 되겠지. 결국 Lose-Lose싸움이다. 이기는 사람은 고용인-피고용인 모두 없는 셈이다.


 "2004년, 2,840원 -> 2022년, 9,160원"

 2004년의 최저임금과, 내년 최저임금을 구글에 검색해 보았다. 단순 산술계산으로 2004년부터 2022년까지는 20년이 채 안 되는 기간이지만, 우리나라의 최저 임금은 대략 3배 넘게 인상되었다. 예전 나의 브런치 글 어서 와, 사회는 처음이지? (brunch.co.kr)를 보게 되면, 3,200원을 받던 그 당시 나의 아르바이트 시절 글이 게재되어 있다. 그땐 '나름 돈을 많이 주던 곳'이었구나를 오늘 알게 되었다. 2004년 최저 시급은 3,000원도 채 안 되는 금액이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의 물가와 구매력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세계적으로 꽤나 공인된 '빅맥 지수'를 살펴보자. 2004년 빅맥 1개의 가격은 2,500원, 1시간을 일 했을 때 1개를 사 먹으면 거의 남는 게 없었다. 2022년, 오늘날의 지수는 어떨까? 빅맥 가격을 올해와 같다고 가정했을 때 1개 가격이 4,500원, 즉 1시간 노동을 하면 빅맥 2개를 먹을 수 있는 셈이다. 20년이 안 되는 사이, 우리 사회의 구매력은 2배가 올라갔다. 물가만 놓고 비교했을 때, 2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빅맥 1개의 가격은 두배도 채 오르지 않았고, 우리나라의 구매력도 예전보다 훨씬 좋아졌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즉, 같은 노동시간을 들여도, 살 수 있는 물건의 양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 사회는 예전보다 더 어려워졌다고 하고, 고용을 줄이며 점차 무인점포가 늘어나고만 있는 것일까? 코로나 19가 불러온 팬데믹 현상으로 인한 '비대면 선호'의 탓만은 아닌 거 같은데...


"통제 가능한 변수는 오직 하나, 인건비"

 내가 편의점을 창업하게 되었다고 가정하자. 프랜차이즈를 얻기 위해 업체 본사 점포 개발 부서를 찾아가겠지. 그곳에서 내가 가진 종잣돈을 보증금으로 책정하고, 그 보증금 대비 본사에 상납할 비용이 나올 것이다. 게다가 상가 건물을 임대해야 하므로 이에 대한 보증금과 월세가 책정이 될 것이다. 이것만 해도 숨이 막히는데, 주/야간 모두 나 혼자 할 수는 없어 아르바이트를 구해야만 한다. 주휴수당을 제외하고, 주 5일에 16시간을 놓고 계산해도 4,543,360원 정도가 나온다. (9,160*16H*31D) 게다가 야간 수당 등이 제외된 금액이다. 아울러 각종 세금, 추가 비용 등, 내가 미리 계산하지 못했던 금액 출혈이 예상된다.

 사실 나는 회사만 다녀서 자영업의 세계를 잘 모른다. 그런 내가 지금 대충 계산을 해도 위에서 열거한 고정 비용 중, 오직 '인건비' 만이 내가 통제를 할 수 있는 부분이다. 내가 더 일을 한다던지, 아니면 가족들과 함께 일을 해서 소위 '몸빵'을 통해 인건비를 이윤으로 남겨야만 하는 것이다.(물론 아주 장사가 잘되면 예외다.)

 예전보다 사회의 구매력이 향상된 상황이지만, 발 빠르게 무인점포가 지속해서 늘어가고 있다는 점은 우리가 한번 생각해 볼만한 주제인 거 같다. 즉, 자신이 번 돈들이 보이지 않는 '빨대'에 의해 대부분을 뺏기는 상황이 발생해서는 아닐까?라는 가정을 해 본다. 구매력도 늘었지만 '임대료'는 그 이상 늘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본사의 '통행세'들도 계속해서 오르기만 했을 것이다. 절대 내리지 않았을 테니까. 이 세상에 내리는 것은 '비와 눈' 밖에는 없다.

 위에 열거한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인하여, '무인점포'가 나날이 우리 곁에 늘어나고 있다. 물론, 코로나 19로 인해 비대면이 선호되는 현상 때문에, 서비스업종 아르바이트 채용 자체가 줄기도 한 이유도 주된 원인일 것이다.



"이제는 뉴 노멀, Not Human"

 무인점포의 업종은 날로 늘어가고 있다. 가장 만만한 과자 할인점부터 시작해서 편의점, 그리고 최근에는 밀키트 가게들도 무인으로 운영되는 곳들이 늘고 있다. 나도 처음에는 어색해서 사람이 있는 가게만 찾다가, 한번 '비대면 결재'의 맛을 본 이후로는 무인을 많이 찾게 된다. 사실 좁은 가게에 나와 주인 단둘이서 함께 있는 어색함도 싫다. 마치 살 것처럼 좁은 가게에 들러 이리저리 과자를 헤 집어놓다가, 안사고 돌아갈 때 주인이 나를 쳐다보는 눈빛도 여러 번 맞았던 기억이 난다. 적어도 무인점포는 그런 일을 당할 경우는 없어 좋다.

 아울러, 한국은 지금 생각해보면 무인점포의 천국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사회 성숙도'가 높아 도난 등으로 입는 경제적 피해가 적은 편이라고 무인점포 사장님들은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한다. 사실 가게에 주인이 있어도, 도난은 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마음먹고 훔치려는 사람을 점원이 잡아내기는 여간 쉬운 게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카페에서도 마음 놓고 노트북을 켜놓고 화장실을 갔다 와도, 그 자리에 노트북이 사라지지 않는 '성숙한 나라'이다. 자신의 물건이 아닌 것은 기본적으로 터치하지 않는 사회로 접어든 것 같다. 아무리 인건비를 아끼고 싶어도, 사회가 성숙하지 못하다면, '무인점포'는 절대 성공하지 못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반면에, 한편으로는 '사람 냄새'가 실종된 사회가 되어가는 거 같아 안타깝다. 가게에 들어가도 사람은 없고 '감시 카메라'만 존재한다. 물건을 고르고 결재가 이루어질 때까지 사람과 대화가 없다. 이제는 사람이 없어도 전혀 문제없이 돌아가는 사회가 어색하기만 하다. 기계가 사람을 대체하는 세상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이다.


호두랑 땅콩과자 가게도 무인으로 대체될까? 그러면 카드 계산도 되겠지..?

"소프트웨어가,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미래"

 가장 중요한, '나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10년 후 나의 일터도 기계로 대체되어 있을까? 내가 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 업무는 현재, 기능 구현을 위해 무수히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것을 개발하고 검증하는 점진적 개발 프로세스를 모두 사람이 진행 하지만, 향후 슈퍼 컴퓨터 기계 몇 대가 대체하여 자동으로 요건을 받고 성능을 최적화하여 불과 몇 줄의 코드로 재탄생시켜 소프트웨어가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가는 미래가 될지도 모른다. 소프트웨어가,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미래가 올지 모르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모두가 로라 같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