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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담 Dec 14. 2021

조직개편

카더라였으면 좋겠다.

"오피셜은 아닌데...."

 바야흐로, 조직개편의 시즌이 다가왔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연말, 이 시기가 되면 매해 조직개편을 진행한다. 사실 나는 그간 큰 관심이 없었다. 어차피 "내가 하는 일" 이 바뀌지 않을 건데, 조직의 수장이 바뀐다고 크게 나에게 실이 되는 경우는 없었다. 아울러, 사원-선임 시절에는 윗사람이라고 해봤자 위에 개발 리더, 그리고 PM정도 되었었고, 조직장을 독대하는 일 도 거의 없었다. 그래서 더더욱 강 건너 불구경하듯 지켜보기만 했던 거 같다.

 그러던 오늘 오후, 잠깐의 짬이 나서 사무실에서 곧 있을 조직개편의 내용을 관리자로부터 잠깐 전달받을 수 있었다.

"오피셜은 아닌데.. 우리가 A팀으로 갈 거 같아"

"그러면 지금 팀장님은요?"

"아마 다른 데로 가시지 않을까?"

 그 이야기를 듣고, 사실이라면, 이번 개편을 통해 향후 나에게 '영향'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갖게 되었다. 현재 팀장님은 내가 입사할 때부터 뵈어 왔던 분으로서, 내가 사원 때 조직장을 맡으셨던 분이다. 이분은 특히 후배들에게 두터운 신망을 갖고 계셨다. '내 아랫사람에게 나의 스트레스를 내리지 않는다.'라고 말씀하셨던 적이 있는데, 그 말이 나에게는 크게 기억에 남는다. 잠깐 이야기를 나누어도 항상 담백하게 안부를 물어주시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 해결해 주시려고 하는 모습에서, 그분에 대한 믿음을 자연스레 갖게 만드는 능력을 지니 셨다. 그런 분을 회사생활 10년간 거의 만나질 못했었기 때문에, 새로 오시는 리더가 현재 팀장님을 능가할 정도로 후배들을 챙기고, 진솔하신 분일 거라는 생각은 솔직히 없다. 


"이번 개편의 주안점은 양 조직의 시너지를..."

 시너지, 내가 좋아하지 않는 말 중 하나이다. 일단 이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짚고 가자.

시너지(synergy)  
1          분산 상태에 있는 집단이나 개인이 서로 적응하여 통합되어 가는 과정.      
2          한 집단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소모하는 에너지의 총체.
      

 첫 번째 줄이 조금 더 와닿는다. 시너지라는 말은 보통 회사대 회사, M&A 과정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단어이며, 두 이질적인 조직의 통합 간 '시너지'를 기대한다며 개편의 당위성을 이야기할 때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단어이다. 글의 첫 번째 단락에서 내가 언급했던 대로 조직개편이 이루어진다면... 아마 '그 단어'를 사용하며 당위성을 피력할 것으로 보인다. 

 조직이 하는 일이 다른데 왜 합치는 걸까? 내가 속한 조직과, 상대방의 조직 간에 공통점을 쉬이 찾을 수 없다. 도대체 무엇을 기대하고 통합하려는 건지 잘 이해가 가질 않는다. 보통의 경우, 이렇게 이질적인 집단이 하나의 빅텐트를 치게 되면, 필연적으로 밥그릇 싸움이 벌어지게 되어 있다. 자원은 한정적인데, 인구는 늘어나니, 자기 식구 챙기기에 더욱더 여념이지 않겠는가. 사원들이 '일 하기도 바쁜 시간'에 누구 라인이니, 누구한테 잘 보여야 하니 하는 정치적인 생각을 갖지 않게, 일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조성이 되는 조직개편인지 큰 의문이 든다. 

 물론, 서로 으쌰 으쌰 하며 1+1=3의 시너지를 내는 개편 사례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가 그간 겪은 사례 중에 이런 사례는 애석하지만 아직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내가 믿고 따랐던 현재 '팀장님', 이제 곧 그분과 업무적 이별이라니, 내가 많이 아쉬운 모양이다. 하물며 조직개편의 결과로 합쳐질 대상이 기존에 우리 팀과 왕래 한번 없던 A팀이라니... 잡탕밥이 따로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변화된 조직에 잘 적응해 생활할 것이다. 각자 서로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가면을 쓰고 대화할 것이다. 또 언젠가는 서로의 '영역'만 확인 한채, 물과 기름처럼 합쳐지지 않고 언젠가 다시 조직이 분리되겠지. 그런 경우를 종종 봤기 때문에 전혀 어색하지 않다.

 며칠 뒤면 조직개편 '오피셜'이 뜨겠지. 이런 '카더라'가 사실이라면, 팀장님께 따스한 인사말을 드릴 생각이다.

 "팀장님, 고생하셨어요, 저희 흘러가는 강물처럼 다시 또 만나요! 저도 그동안 더 성장해 있겠습니다."

구불구불한 많은 길들을 거치며, 우리 모두는 바다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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