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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담 Dec 18. 2021

언제나 미스매치

때론 길을 잃어야, 새로운 길을 만날 수 있다.

"올해 평가 말인데... C다. 그렇게 되었다."

"제가 왜...? 이유라도 있나요?"

"뭐, 프로젝트 규모도 작고, 암튼 그렇게 되었어"

"저는 이 평가를 기대한 건 아녔는데요..."

"알지"


 지금 내가 다니는 회사는 한창 개인평가 중이다. 편하게 설명하기 위해 A, B, C, D등급이 있다고 나눈다면, A와 B는 연봉 인상률이 높고, C는 물가 상승률보다 조금 안 되는 퍼센트의 인상률로 결정되고, D는 올해와 같이 동결이 되는 구조이다. 평가는 상대평가라, 내가 받으려면 누군가 받지 못하는 그런 룰을 갖고 있다. 결국 나는 위에 대화처럼, 올 한 해 농사는 'C'로, 내년엔 물가상승률보다 조금 안 되는 퍼센트의 연봉 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렇듯, 내가 다니는 회사의 경우, 개인의 평가에 따라 내년 연봉과 함께 특별 상여금도 달라지는 문제라, 이 시대에 화두가 되고 있는 '공정 평가'에 대해 조직원들이 갖는 피로감은 상당하다. 동료를 잠재적 경쟁자로 간주할 수밖에 없는 이 시스템은, 협업을 하면서도 업무 무관 한 불필요 '에너지'를 써야 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나 또한, 소위 말하는 '챙겨주어야 할 사람' 등의 우선순위에 밀려 정당한 평가를 못 받았던 경우도 많이 있었고, 반대로 수혜를 받기도 하였다. 이 부분에서 지금 가장 내가 화가 난 부분은, 올 한 해 업무 성과에 대한 도의적 고마움의 대한 표현이 없었다는 점이다.


"올 한 해, 정말 고마웠다. 네가 없었으면 나 엄청 힘들었을 거야. 평가 부분은 정말 미안하게 되었다. 이해해주면 고맙겠어" 나의 기대치가 너무 높은 것일까? 평가 결과와 업무 성과가 매치가 안될 때가 많았는데, 이런 말 한마디 못해줄 정도로 일을 못했다고 생각되지 않아 분함이 가시지 않았다. 아울러, 내년에도 같이 일할 사이라면, 더더욱 저 정도 표현을 왜 안 해줄까 오해를 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오해가 아닐 수도 있지만)

 

위에 대화 이후, 그 당시 더 이상의 이유는 묻지 않았다. 그냥 어안이 벙벙할 뿐. 무슨 말로도 그때 기분을 표현할 수 없다. 그러한 이유였을까, 친한 동료 형들, 그리고 지금은 퇴사한 수석님까지, 이 답답함을 풀어보려 애를 썼지만, 마음 한 구석에 남는 찝찝함이 아직 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는 중이다.

 

 어제 잠을 한 숨도 못 잤다. 오늘은 와이프가 일을 나가는 날이라 애를 봐야 하는데, 아침 점심해준 거 빼고 미안하지만 잠만 잤다. 애들은 알아서 숙제하라고, 게임하라고, 시켜놓고 말이다. 그 날밤, 다가오지도 않을 수 있는 무수히 많은 일들이 떠오르며 머릿속을 괴롭혔다. 프로젝트를 나가는 꿈, 옮기는 꿈, 퇴사하고 여행 가는 꿈, 퇴사하고 프리랜서로 다시 여기 오는 꿈 등...(상상력도 엄청 좋다 이런 거 보면)

감정 이입하고 찍은 자전거


 한 가지 그래도 깨달은 바가 있다. 평가자와 다시 한번 이야기를 해보겠다 마음을 먹은 것이다. 서로 오해가 있을 수도 있고, 그 사람 특성상 표현이 서툴렀을 수도 있겠다. 사실 방금 언급한 문제였으면 좋겠다. 그게 아니라면, 결국 지금 상태로는 나의 이슈 해결이 안 되는 문제에 봉착할 것 같다. 그래서 이번 면담을 나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으로 간주하고 임하려고 한다. 그런 이후, 제목처럼 '정답은 없다. 그저 내 선택에 대한 책임만' 지려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아쉽다. 누군가를 납득시켜가며 일을 할 필요도, 평가를 줄 필요도 사실 나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납득시킬 수 있으면, 혹은 고마운 마음을 표한다면 받아들이는 사람은 자기 능력 이상을 해줄 것으로 나는 믿기 때문이다. 이럴 때 내가 항상 다짐하는 건, '나는 안 그러겠다는 것'이다. 같은 상황에 봉착했을 때, 나는 안 그러겠다 다짐해 본다. 누구나 평가를 하거나 당하는 건 괴로운 일이지만, 그래도 한해를 되돌아보고 서로 고마웠다고 훈훈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건만... 개인적으로 올해 평가 면담은 너무나도 아쉬운 순간으로 오래 기억될 것 같다.

땅을 보고 걸었어, 저 통로를 통과하면 빛이 있을 거라 했지. 그런데 빛은 없더라. 절망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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