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편안해져 가는 이브
이브를 데려온 지 1주일이 넘었고, 이제 2주일 차로 접어들고 있다.
처음 데려와서 이틀 동안은 상당히 괴로웠다. 녀석이 사람도 아닌데 골방에 처 박혀서 나오질 않았기 때문이다. (https://brunch.co.kr/@c9d642ac94b141d/66)
칩거 기간 동안 그래도 밥과 물을 주변에 놔두었었는데, 아주 잘 먹어줘서 너무나 다행이었다.
사실 나도, 초등학교 2학년 때 칩거를 했던 적이 있다. 어머니와 별거 아닌 다툼 끝에, 방문을 걸어 잠그고 단식투쟁을 진행했던 기억이 난다. 밥이야 안 먹으면 그만인데, 문제는 생리현상이었다. 화장실이 너무 가고 파서 방문을 나와 화장실을 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어린날의 나의 반항은... 항복. 그때부터였을까.. 나는 사실 화장실이 2개인 집이 너무나도 가고팠다. 지금도 1개라서 아쉽긴 하지만...
이브는 칩거 기간 동안 대소변도 안 봤다. 혹시나 해서 그쪽에 화장실을 갖다 놨더니, 그제야 녀석은 나와서 볼일을 해결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며 서서히 문을 열고 우리와 함께 생활해 가기 시작했다.
현재 녀석은 집에 완전히 적응해 나가는 모습이다.
놀아달라고 애교도 부리고, 내가 퇴근해서 집에 와도 방묘문 앞에서 '야옹야옹' 노래를 힘차게 부르곤 한다.
그럴 때마다 먼저 고양이 별로 떠난 로라 생각이 간절한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어쩌면 로라가 고양이 별에서 전문을 보내와 이브에게 집사 사용 설명서를 전달해 주고 갔을지도 모르겠다.
한 가지, 아직 이브는 좀 더 교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 바로 '입질'이다.
녀석은 꽤 쉽게 흥분한다. 놀아달라고 관심을 표현하는 부분에 있어 입이 먼저 나온다. 자기가 갑자기 흥분해서 사람의 발이나 손을 물어서 우리 가족은 지금 비상에 걸렸다. 아무래도 조금 느긋하게 이브를 기다려야 할 것 같다.
물론, 현재 훈육 중에 있다. 유튜브에서 본 것처럼, 입질을 할 때 바로 "안돼"소리를 내고 그 자리를 뜨고 있으며, 일정 시간 눈도 마주치지 않고 투명인간 취급을 한다. 그리고 사냥놀이를 했을 때만 비로소 간식으로 보상을 해주며 입질이 교정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다행이다. 그래도, 이렇게 착하고 귀여운 냥이가 우리 집에 와줘서.
녀석과 함께 행복한 일상을 만들어 갈 생각에 아직도 기쁘다.
"이브야 고맙다. 우리 집에 와 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