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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담 Feb 14. 2022

Again

언제쯤 갑이 될까

 작년에 1번밖에 나가지 못하고 그만뒀던, 웨딩 스냅 일을 다시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보통 토요일 결혼들을 많이 하는데, 그 당시에는 토요일에 일을 나가는 바람에 육아와 겹쳐 나갈 수가 없었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올해는 와이프가 일요일로 근무 일자를 변경하여 재 계약을 하여, 토요일이 비어 있게 되었다.


  위에 말한 내용은 시간적 제약이었고, 다른 제약은 스트레스였었다. 한 번밖에 나가지 못했었지만, 그때 신랑 신부, 그리고 현장의 분위기를 담을 때에, '결과물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었다. 단돈 만원을 받더라도, 돈을 받고 찍어주는 프로라고 생각이 드니, 조금이라도 나은 결과물을 전달해 드리기 위해서 식은땀을 흘리며 한컷 한컷 찍어 드렸던 기억이 난다.


 위와 같이 시간적/정신적 제약으로 인해 자연스레 그만두게 된 웨딩 스냅 일이었지만, 나는 올해 불현듯 다시 카메라를 들고 웨딩홀로 나가고 싶어졌다. 특히 정신적 스트레스가 조금 있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물을 제출하고 피드백을 받고, 좋은 평가를 받았던 기억이 머릿속에 선명했기 때문이다. 그 당시 그만둔 것은 결국 시간적 제약이 더 컸기 때문이었었다.

 

 토요일 하루 정도는, 고객들의 단 한 번뿐인 빛나는 순간을 잘 담아 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다. 나 스스로의 대한 자존감도 올라갈 것이고, 금전적 이득도 취할 수 있을 거 같다.


 더구나, 내가 자주 가는 SLR클럽의 구직 글을 살펴보면, 보통 '35세 이하', '40세 이하' 등의 나이 제한 글들이 크게 크게 보인다. 아무래도 결혼하는 분들의 주 나이대가 30대 초중반인 점을 감안한다면, 수긍이 가는 부분이기도 하다. 즉, '하고 싶어도 못하는 나이'대에 접어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내가 완전 잘 찍어서 업계에서 소문이 나면, 달라질 이야기지만, 그것은 쉽게 그리 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결국, 웨딩사진을 위해, 새로운 렌즈를 들였다. 무게가 자그마치 1kg이라고 하니, 카메라에 마운트 하면 2kg에 육박하는 도구를 들고 전장에 나서야 한다. (많이 무겁긴 하겠다...)


 아울러, 내가 예전에 자주 가지고 다니던 예쁜 단렌즈도, 새로운 렌즈 영입을 위해 과감히 정리하였다. 이 글을 쓰기 직전에는, 나에게 오더를 주실 '실장님'이 웨딩 사진 작례를 주셨다. 한 번씩 스윽 살펴봤는데, 솔직히 예전 처음 웨딩 스냅 업체를 찾아갔을 때 대표님이 이것저것 설명해 주시던 것과는 디테일이 조금 떨어져 보인다. 아무래도 비용을 덜 받아 그런 거 같고, 나 또한 그래서인지 '조금 더 마음이 놓인다.'


 한편, 예전 웨딩 스냅 대표님이 주셨던 카카오톡 텍스트 파일이 날아가 버려서 그게 걱정이다. ISO는 3200, 조리개는 3.2~3.5, 셔터스피드는 1/125S 정도만 기억난다. 그리고 처음 결과물을 전달드리고 받았던 피드백에 있었던 내용들 일부가 어렴풋이 생각난다. 그때 잘 가지고 있어야 했는데, 휴대폰을 바꾸면서 날려버린 거 같아 아쉬울 뿐이다. (이래서 데이터 정리를 잘해야 한다.) 남은 시간 동안 머릿속에서 그때 그 가르침들을 잘 복기해 봐야 할 것 같다.


 바로 이번 주 토요일부터 식장에 가게 될 거 같다. 나 스스로에게도 꽤 흥분되는 도전이 될 것 같다. 언제나 누구에게나 그래 왔듯, 친절하게 웃으면서 먼저 다가가고, 정성을 보여서 사진을 찍는다면, 이일도 충분히 해볼 만할 거 같다는 생각을 한다. 


문이 열리네요, 그대가 들어오죠, 첫눈에 난~


도전이 도전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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