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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담 Feb 28. 2022

Small Succ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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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기고했던 글에서 언급했다시피, Again (brunch.co.kr) 지난주 주말, 1년 여만에 다시 예식장에 가서 신랑 신부의 소중했던 순간을 내 카메라로 담아 드리게 되었다.


 사실, 건방지긴 하지만 촬영 전, 약간 자신이 있었다. 아무리 예전 이라지만, 1년 전에 찍었던 사진도 다시 한번 살펴봤고, 그 당시 서브 스냅으로서의 가이드라인이나 피드백도 머릿속에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카메라 설정(화이트 밸런스/노출/조리개/셔터스피드)등도 일단은 내가 생각한 대로 촬영을 진행해보기로 마음먹었다. 


 현 업체 대표님은, 카톡으로 '자신 있게 한번 찍고 오세요'라고 말씀 주셨다. 사실, 카톡으로 서브 스냅의 작례를 몇 컷 보내주셨지만, 이미 내 머릿속에는 이전 업체 대표로부터 받은 피드백들만 가득했을 뿐이다. 그래서 해당 작례들을 깊이 있게 살펴보지 못하고 필드에 나가 촬영을 하게 되었고, '예전 방식'대로 컷을 담아서 웹하드에 올린 후 보고했다.


"jpg랑 raw 1,600컷씩 업로드 완료하였습니다."

"네네, 수고하셨습니다 실장님 피드백은 주중에 드릴 꼐요 :D)"


 '좋은 피드백이 오겠지?'라는 나의 착각이었다. 주중의 시간은 매우 빠르게 지나, 목요일을 향해 갔다. 대표님은 토요일도 촬영이 있다고 미리 스케줄을 주셨기에, 혹여나 내가 찍은 게 마음에 안 드셔서 그런가 하고 걱정이 들기도 하였다. 퇴근 시간이 무섭게, 알리는 대표님의 카톡


"실장님... 실장님 사진은, 너무 답답해요"

"화각에 대한 이해도가 전혀 없으세요, 천편일률적이에요"


 사진을 오래 찍어오진 못했지만, 그래도 나름 자신이 있던 터라, 목요일 저녁은 다소 충격을 받기도 하였다. 그러면서 '남 탓'도 해보기도 했다. 예전 대표가 알려준 대로 찍었을 뿐, 그리고 메인 작가의 화각에 들어가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원하는 사진을 못 찍었을 뿐이라고...


 그러면서, 나는 '왜 이걸 찍고 있지?'라는 생각도 잠깐 해보게 되었다. 주 5일, 나름 안정적인 기업체에서 근무하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이런 피드백을 받고 그만둬도 딱히 손해 볼 게 없던 나 지만, 그럼에도 '다시 해 보겠다'라고 생각한 이유는 바로 '자기만족'이었다. 


 결혼식 날은, 참석자 누구에게나 자신 있게 권할 수 있다. "괜찮으시면, 사진 찍어드릴까요?" 그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이 입을 수 있는 가장 댄디하고 예쁜 옷을 입고 오는 데다가, 합법적으로 나 또한 그분들의 즐거움을 담아 드릴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인물을 담아내는 구도와, 향후 배울 포즈 리딩은 덤일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비싼 카메라를 사놓고, 풀떼기나 건물만 찍기에는 아깝다고도 생각했다. 인물사진을 찍겠다고 미혼 작가들처럼 대놓고 상호 무 페이 사진을 찍기도 애매하다. 그러고 싶은 마음도 많이는 없다.


 이러한 생각들을 떠올리며, 다시 한번 대표님이 말씀 주신 피드백을 태블릿 피씨에 받아 적고, 그다음 날 내가 찍은 사진과 대표님의 사진을 냉정히 비교해 보았다. 확실히 달르다. 컷 하나에 의미가 부여되어 있고, IT용어로 CTA가 강조되어있다. '왜 셔터를 눌렀는가'에 대한 답을 조금이나마 생각하게 되는 많은 자극이 되었다. 


 그다음 날 토요일, 나는 다시 한번 아침 일찍 일어나 정장에 넥타이를 매었다. 카메라의 세팅 값을 다시 한번 체크하고, 지하철로 이동하면서도 대표님의 사진을 꼼꼼히 체크했다. '화각에 따른 인물의 크기를 명심하세요'라는 말을 가장 중점적으로, 이번 촬영 때 표현해 내고자 다짐했다.


 드디어 식이 시작되었고, 나는 저번 주와 다르게 꽤 능동적으로 움직였다. 오죽하면 대표님이 '실장님, 화각에서 나가주세요'라는 말을 할 정도였다. 그만큼 '내 분량'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촬영은 큰 어려움 없이 끝이 났고, 대표님은 수줍게 피드백을 드릴 테니 커피나 한잔 하자고 말씀하셨다. 두근두근, 바로 '즉결 심판'인 셈이었다.


 커피숖에 단 둘이 자리를 잡고, 촬영하느라 거의 다 닳은 카메라 배터리를 충전시키며 대표님께 LCD창을 보여 드렸다. 대표님은 꽤나 진지하게 사진을 보며, 한컷 한컷 예의 주시하기 시작했다. 꽤나 디테일한 피드백이 모두 끝나고,


"실장님, 진짜 엄청 좋아지셨는데요? 공부하신 거예요?"

"네네, 너무 부끄러워서요, 아무리 수습이지만, 돈 받고 일하는 프로인데, 쪽팔리기 싫었습니다."

"와, 이거 3달 동안 꼬박 매주 나온 사람도 안 되는 분 많아요. 대단하신데요"


 그제야 한숨이 나오며, 긴장이 풀렸다. 대표님은 그렇게 나를 '인정'해 주신 것 같았다.


"실장님은, 조금만 더 잡으면 바로 메인 하실 수 있겠어요. 충분합니다. 저희 전속 작가님 Pool에 넣어야겠어요"

"아이코,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요새 사람 구하기가 너무 어려워서요, 저희가 감사드립니다 실장님"


 사실, 나는 늘 나에게 '시간'을 써주는 사람을 좋아한다. 세상에 공짜가 없듯, 나에게 '투입'하지 않고 결과를 바라는 사람을 제일 혐오하는 편인데, 대표님은 그렇지 않았다. 하나하나 꼼꼼하게 체크해주고, 정말 많은 피드백을 나에게 주셨다. 

 그러면서, 현재 수습 중이라 돈도 거의 못 드리고, 계약이 되어 메인이든 서브를 해도 타 업체보다 많이 못 드리는 그런 점이 미안하다고 하였다. 위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나는 이미 주 5일제 풀타임 근무자다. 돈이 너무 적지만 않다면, 크게 문제 될 게 없다고 이야기드렸다. 사실 이런 피드백은 어디서 받을 수 있을까, 학원에서도 구하기 어려운 피드백을 돈을 받고 필드에서 듣고 있다 생각하니, 나는 상관이 없었다.


그렇게 대표님과 대화를 나누고, 우리는 헤어졌다. 집으로 오는 길에 웃음이 났다. '해냈다. 그것도 내가 해오던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라는 즐거움과 성취감 때문에, 온종일 기분이 좋았다. 그러면서 머릿속으로는 온통 당구 다이처럼, 인물과 화각, 구도만이 머릿속에 감돌 뿐이었다. 요번 주 부족한 부분은 또 복기해서 보완할 생각이다. 이러한, 나의 Small Success는, 내가 현재 일하고 있는 분야에서도, 또 하나의 '근거 있는 자신감'으로서 나에게 긍정적인 부분으로 작용할 것이다. 


 나는 작은 성공이지만, 이것들이 모여 '커다란 성취'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나는 믿는다. 앞으로도 다짐하려 한다. 그러한 '작은 성공'을 위해, 실패와 비난을 무릅쓰고라도 도전하겠다고. 이런 짜릿함은 아무것도 안 한 사람에게 찾아오는 게 아니라고 스스로 자부심을 가지며, 오늘도 되뇌며 글을 줄일까 한다.


부족하지만, 스스로 정리 중인 태블릿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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