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즘이면 방학 끝물이라서 난 눈물을 머금고 6일 뒤 학교로 복귀해야만 했다.
이런! 교실에 들어가기도 전에 메리컨 프리 선생님을 마주치고 말았다.
"오늘은 77페이지에 나온 첫 번째 문제를 발표시킬 거야. 한번 잘 풀어봐"
"네? 제가요??"
"그래. 이제 정답을 알겠니?"
아도라가 풀지 못했던 문제의 답이지 선생님께서 답지에 나온 답을 틀렸다고 선언한, 그 문제의 답이었다. 그걸 지금 이 자리에서 물어보고 있었다.
"정답이요?"
분명 문제를 스스로 풀어보면 답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지. 확실히 수학문제는 모르겠지만, 그 문제의 답이 인생에 관한 것이라면 이젠 알 것도 같았다.
그때 반 아이들의 말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방학 전에 나누었던 이야기였다. 암만 봐도 답이 아도라가 말한 것이 맞다는 이야기였다.
그래, 잘못 이야기하다 창피당하긴 싫었다. 더구나 남들 다 보는 이 복도에서 말이다.
"어디 네 열정을 잘 이용해 봐."
한참 동안 머뭇거리자, 선생님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처음 화가가 되겠다고 다짐했을 때가 생각난다. 모두의 앞에서 그림을 발표하고 칭찬받고, 반에서 우승작으로 선정되었을 때의 가슴깊이 벅차오르던 기분을 잊을 수가 없다. 그때 난 내가 무척이나 자랑스러웠다.
중학교에 들어가자마자, 망신을 당하지 않았다면 아마 발표도 꽤 잘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 당시 미술 선생님은, 내 작품이 형편없는 그림일 뿐만 아니라, 미술작품 내에도 아까울 수준이라며 혹평했다. 아이들은 발표 내내 웃음을 터뜨렸다. 그 순간만큼 창피했던 적이 없었다. 그 뒤로는 왼만한 발표는 피하게 되었다.
그래도 그림 그리는 것이 싫지는 않았기에, 난 계속해서 남몰래 그림을 그렸다.
그러던 중 2학년이 되고, 방학 동안 부모님이 내게 학원이란 시련을 주었을 때, 내가 만약 그대로 승낙했다면, 지금쯤 꿈을 향한 빌걸음은 물거품이 되었을 것이다. 시도해 보지도 않아도 잃어버린 꿈에 목을 매었겠지. 그런 건 싫다. 죽어도 싫었다. 그렇지만 난 이미 한번 이렇게 시도해 보았지 않은가? 물론 그 과정이 마냥 순탄했다고는 말 못 할 것이다. 그럼에도 결국엔 원하는 결과를 손에 넣었다.
만약 그 선택이 원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직접 두 손으로 만들어내면 된다. 인생은 길고, 기회는 많으니까.
순간 용기가 생겼다. 나만의 의견을 모두 앞에서 말할 용기. 이 순간이 아니면 다신 없을 용기가 내 마음속에 굳건하게 자리 잡았다.
"그 문제의 정답은 없어요. 왜냐하면.... 문제를 푸는 행위 자체가 정답이니까요."
그동안 모두의 앞에서 당당하게 발표를 하고, 의견을 내고 싶었다. 다만 목소리를 내 본 적이 없어서 두려웠을 뿐이다. 사실 지금도 두렵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이것도 또 하나의 경험이겠지
"과연, 스스로 문제를 풀어보려 하다니, 멋진걸? 오늘도 기대할게?"
"네?! 잠시만요!"
"아침조례까지 시간이 있어. 푸는 방법이니 공식 정도는 알려줄 수 있어. 도와줄까?"
"네. 도와주세요."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2교시 수학 박 표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그러자 아이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웬일이야? 저 선생님 우리 싫어하는 거 아니었어?"
"문제를 풀이까지 완벽하게 풀었기 때문이지. 자, 도와줄 테니까 잘 봐봐."
나는 메리컨 프리 선생님께 배운 수학 공식과 풀이 방식을 자연스례 써 내려갔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쉬운 난이도에 허무해했다. 여태 이걸 못 풀고 있었다며 말이다. 물론 금세 배운 만큼, 응용하는 법도 간단했다.
그 덕분에 이젠 반 아이들도 선생님께 꽤나 호의적이 되었다.
실력이 늘고, 자신감이 올랐으니, 선생님께 직접 질문하는 아이들도 몇 생겨났다.
이어 우리 반 수학 실력이 꽤 많이 오른 것을 보고 메리컨 프리 선생님은 꽤나 뿌듯해하시는 것만 같다. 뭔가 기분이 좋아 보이신다고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