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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무빠빠 Aug 23. 2022

일본은 한국 제품의 무덤?

과연 일본에서 외산은 성공할 수 없는 건가?

몇 년 전 삼성전자는 결국 일본에서 삼성이라는 회사명을 포기하고 갤럭시 브랜드로만 승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아직도 일본에서 삼성 갤럭시 시장 점유율 10위권을 왔다 갔다 하면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뿐만 아니다. 전 세계 가전시장 1위 엘지도 일본에서는 인지도가 거의 없다. 현대 자동차도 이미 10년 전 일반 승용차 시장을 포기하고, 현재는 상업용 자동차 시장에서만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그렇다고 일본에서 해외 제품이 모두 실패한 건 아니다. 아이폰은 몇 년째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 1위이고 도요타 등 전 세계 최고 품질 서비스를 자랑하는 일본 자동차 시장에서 BMW, 벤츠는 높은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다.  네이버 라인은 SMS 시장에서 큰 성장을 기록해서, 일본 모바일 메신저 시장의 압도적 1위를 기록하고 있고, 일본 주식시장에 성공적으로 상장한 후에, 야후와 합병해서, 지금 일본에서 가장 사랑받는 브랜드 중에 하나가 되었다.


나는 2012년부터 일본에서 태양광 모듈, 시스템 마케팅/영업을 시작해서, 2017~2019년 일본에서 3년 연속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교세라, 파나소닉, 도시바, 샤프 등 강력한 일본 대기업 브랜드들과 경쟁해서 일본에서 1위를 했다는 것은 사실 놀라운 성과가 아닐 수 없다. 확실히 일본은 어려운 시장이지만 공략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내가 직접 경험한 일본 시장을 토대로, 일본 시장의 특성 및 성공방정식을 찾아보고자 한다.


먼저 일본인들이 무조건 한국산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이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한참 할 때 일본 언론도 매일 관련 소식을 대대적으로 알렸지만 일본 내에서 한국산 불매 움직임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는 k pop과 한국문화에 대한 이미지가 매우 좋다. 내가 본 일본인들은 물건을 구매할 때, 감성보다는 이성이 앞서고, 특히 가전제품 등 내구성이 필요한 제품은 최소 5년~10년 이상 사용할 생각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이유로 일본에서는 장기 제품 보증을 하는 제품/서비스가 많고, 이를 위해 어느 지역, 어느 시간에도 대응 가능한 서비스 체계를 매우 중요하게 본다. 일본인들에게 설문조사를 해보면, 중국산/한국산 제품은 이러한 대응 체계, 품질관리가 약한 인식이 매우 높다.  즉, 가격은 저렴하지만, 고장 나면 수리가 어렵고 교체해야 되기 때문에, 결국 가격이 좀 비싸더라도 오랫동안 무료로 점검받을 수 있는 일본산 제품이 비용 대비 효과 측면에서 높다는 것이다. 초기에 한국산 제품들은 이러한 서비스 측면을 가볍게 보고, 한국산 제품의 품질/가격 경쟁력으로 승부를 보려는 성향이 강했다. 마케팅 비용, 판촉비를 초기에 크게 투자해서 M/S (시장 점유율)을 단기적으로 높이면, 브랜드 인지도가 올라가서 재구매고객이 증가되는 선순환 구조가 다른 나라에서는 통했지만, 일본에서는 크게 먹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물론 초기에 마케팅 비용을 집중 투자하면 일시적으로 판매량은 증대될 수 있어도 만약 서비스 대응 체계 미비로 고객 클레임이 터지기 시작하면, 판매점에서 제품 취급을 상당히 꺼려한다. 일본은 상사, 판매점들이 지역에서 신뢰를 기반으로 주민들과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제품 품질/서비스 대응 문제가 터지면, 바로 브랜드를 교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내가 종사하고 있는 태양광 산업은 태양광 패널뿐만 아니라 인버터, 축전지 등 관련 부속기기들이 상당히 많은데, 여기서 한국 대기업들이 초기 일본 시장에 진입했다가 품질 이슈로 대부분 철수하는 것을 8년 동안 지켜본 바 있다.


그러면, 서비스 대응 체계를 구축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지만, 간단하지는 않다. 일본은 맨 위에 토호쿠 지역에서 맨 아래 오키나와 지역까지 물류망이 상당히 복잡하여 인프라 구축에만 많은 시간이 걸리고, 기본적으로 제품 품질이 떨어져서, 클레임 빈도가 늘어나면 이러한 대응 시간도 지체되어 결국 소비자/판매점에게 외면받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고객 특성, 품질기준, 물류 특성에 이미 익숙하여 이미 선투자가 되어 있는 일본 기업들 대비, 해외기업들은 안 보이는 꽤 높은 진입장벽이 있는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회사도 초기진출 시 고객 클레임으로 상당히 고생했고, 이로 인해 일부 판매점으로부터 퇴출된 경험도 있다. 하지만 전국 1천 개 규모의 고객 서비스/판매가 가능한 판매점을 모집/관리하면서 신뢰를 쌓고, 고객 대응은 무조건 3일 내 끝내는 원칙을 준수한 결과,  큰 마케팅 비용 투자를 안 해도 자연스럽게 제품 인지도가 올라갔다. 해외 브랜드인지만, 국내 브랜드 대비 서비스/제품 품질에서 차이가 없는, 심지어 그 이상의 브랜드로 인식되어, 지금도 높은 판매량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 시장, 일본 국민의 특성을 이해하기 어려워도 한번 이해하고, 관계를 쌓으면, 그 효과는 상당히 오래 지속된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배운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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