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
나도 이제 머지않아 반 백살이 다 되어 가는 나이인데, 아직도 인생은 참 배울게 많다고 느낀다. 아니 오히려 나이가 들 수록 배울 것이 점점 늘어난다는 게 아이러니 한 것 같다. 그동안에는 보이지 않던 나의 실수, 후회가 조금씩 더 잘 보이는것을 느끼며, 이제서야 조금씩 어른이 되어 가는구나 라는 생각을 요새 하기 시작했다.
가장 최근에 내가 후회한 일은 바로 내 아들에게 한 행동이다.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내 아들은 자기 일에 대한 애착이 누구보다 강하다. 그래서 수학 문제가 안풀리거나, 원하는 악기가 잘 안불어지면 분에 못 이겨 짜증을 참 많이 낸다. 그럴때마다 나는 내 아들을 꾸짖었고 그래도 안고쳐지자 점차 혼을 내는 내 목소리도 올라갔다. 아들은 매번 결국 잘 못 했다고 이야기하지만 그 이후로도 고쳐지지 않았다. 나는 아들이 혹시 밖에 나가서도 그런 행동을 할까봐 고쳐줘야 한다는 생각에 점점 더 큰 혼을 내왔던 것 같다. 나는 내가 아빠로써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왔고 계속 아들을 나무랐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잘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내 아들은 나의 어릴 적 모습늘 너무 닮았다. 나도 내 분에못이겨 잘 안되면 짜증을 내거나 반항을 할 때가 종종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가장 필요한 것은 비난과 질책보다는 격려와 용기였다는 생각을 요즘 해본다. 그 때 짜증은 혼자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부모에게 보내는 구조요청이었던 것이지, 진정한 반항의 의미는 아니었다. 그때 부모님께 혼나면서 억울해했던 심정이 요새 갑자기 생각이 났고. 그래서 아들을 무조건 꾸짖었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사춘기 시절 아들이 함들때 내가 말없이 안아주고 용기를 주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아직도 늦지 않았다. 비즈니스 일정으로 한달간 떨어져 있지만, 돌아가면 아들을 꼭 한번 진심으로 안아주고 싶다.
점점 높은 자리로 올라갈 수록 남이 한 일을 평가해야 될 일이 많아진다. 평가는 객관적이고 언제나 정의로와야된다는잣대로 상대의 약점, 문제점을 끄집어 내면서 남 모를 희열을 느낄 때가 많아진다. 하지만 내가 어렸을 때, 약자 였을 때, 신입사원이었을 때를 다시한번 잘 생각해보면 그 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알 수 있다. 내가 신입사원일때 실수로 사업에 나쁜 영향을 미쳐 자책하고 있을때. 한 상사가 한 말이 생각난다. “회사 생활은 마라톤이고 너는 이제막 스타트 해서 갈길이 얼마나 많은데 벌써 결승점을 보고 있니?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마지막 스퍼트를 위한 준비를 충분히 하렴” 내 실수를 지적하고 혼을 냈던 수 많은 상사들보다 나에게 용기를 줬던 그 분의 말 한마디가 기억에 남는 것은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