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꽃은 표현이 어렵다
봄에 흐드러진 배꽃을 볼 때마다 연신 사진을 찍어대면서 생각한다.
‘그리고 싶다, 한데 참 어렵겠다’
그렇다. 하얀 꽃은 표현이 어렵다.
흰색을 나타내려 색을 덜으면 꽃에 힘이 없고 힘이 없으면 깊이가 없다. 그래서 명암을 잘게 나누어 색에 무게를 두면 자칫 탁하게 어두워질 수 있다.
아... 하얀 꽃은 표현이 어렵다.
꽃의 흰색은 모두 같은 흰색이 아니다.
배꽃은 색도 벚꽃처럼 연한 분홍빛이 도는 화사한 흰색이 아니고 아그배나무 꽃처럼 백지처럼 조금은 차가운 하얀 색도 아니다. 배꽃은 소담스럽고 조금은 포근하고 온화한 흰색이다.
표현하기 어렵다는 결론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배꽃을 그리고 싶었다. 그리고 내게는 매력적으로 보여지는 점이 가득한 열매 표면도 함께 그려보고 싶었다.
소담스러운 배꽃을 가득 살리고 열매는 흰꽃과 균형을 맞추어 하나만 그렸다.어두운 배의 표면과 배꽃 채색의 강약을 부드럽게 이어 주기 위해 열매 가지와 잎을 적절히 포함했다.
작은 모습이지만 식물을 그리는 사람의 눈에는 이런 모습에 시선과 마음이 꽂힌다.
흰색 꽃은 연한 색으로 조심스럽게 시작한다.
배 잎의 어린잎은 붉은 갈색을 띠고 있으며 역시 물을 많이 섞은 연한 색부터 시작해서 점차 한 겹씩 색을 올리며 전체적으로 잎의 색을 표현해 나간다.
열매의 채색방법도 동일하다.
색을 쌓아 올리며 원하는 색과 질감을 표현해 나간다.
배 표면의 점은
먼저 물을 묻힌 붓으로 조금씩 닦아내 흰점을 만든다.
따로 쉬운 방법은 없는 듯하다.
마스킹 액(흰 부분을 보호해주는 액체)을 쓴다 해도 섬세한 마스킹 터치가 필요하다. 나중 떼어내기도 귀찮고... 어차피 이래저래 들이는 공과 노력은 같다.
닦아내면 끝이 아니다. 점 주변의 명암을 채색하며 자연스럽게 연출해야 한다.
과일 배의 표면은 거칠고 무광택이라 붓으로 찍는 점묘법을 많이 사용했다. 세밀화는 성실함을 쌓는 교양과목 같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결과물이 행복한 과목이라고 생각한다.
흰 꽃은 언제나 어렵고, 표면에 개성적인 무늬가 없는 배는 난이도가 있는 식물 그림이다. 그럼에도 역시 식물 그림은 매우 매력적이고 나를 설렘하게 만드는 작업임에는 틀림없다.
'식물을 좋아하고'
'그리기를 좋아하고'
무언가에 집중하는 삶을 지니고 싶다면 식물을 키우듯 그리는 식물 세밀화를 추천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