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급식 뭐예요?

1200명의 아이들을 보며 알게 된 우리 아이 잘 먹이는 법

by 안유림


창모의 ‘Selfmade Orange’라는 노래에 이런 구절이 있다.

알다시피 내 출신은 리,
그걸 멀리 보면 읍,
그걸 멀리 보면 시,
그걸 멀리 보면 도.

Zoom zoom zoom, 특별시를 향해.


나는 이 가사를 좋아했다.
작은 곳에서 시작해 점점 더 넓은 곳으로 가는 이야기 같아서.


그리고 어느 날
나는 정말로 서울의 한 초등학교 영양교사가 되었다.


2022년 3월 1일.
서울 목동의 한 초등학교.


그날 내가 맡게 된 급식 인원은

1200명이었다.


신규 교사였던 나에게
1200명의 점심은
생각보다 훨씬 크고 복잡한 세계였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나고,

급식실에서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 서 있다 보니
알게 된게 있다.


급식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시간이 아니다.

그 안에는
아이들의 식사량이 있었고,
영양 상태가 있었고,
편식의 습관이 있었고,
음식에 대한 경험과 태도가 있었다.


나는 매일
1200명의 아이들이 밥 먹는 모습을 본다.


누가 밥을 늘 남기는지,
누가 갑자기 한 공기를 다 먹기 시작했는지,
누가 국은 안 먹지만 반찬은 잘 먹는지,
누가 채소를 끝까지 밀어놓는지,
누가 좋아하는 메뉴가 나오면 눈빛부터 달라지는지.


그리고 일을 하다 보니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알게 되었다.

아이들이 급식실에서 정말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오늘 급식 맛있다.”


그리고 그 다음에 꼭 이어지는 말.


“우리 엄마도 이렇게 해주면 좋겠다.”


가끔은 이런 말도 듣는다.


“선생님, 우리 엄마한테 이거 만드는 법 알려주세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엄마들은 왜 이렇게 아이 밥 때문에 힘들까?


현장에서 보면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편식이 심하다.


집에서는 밥을 잘 안 먹고,
채소는 거의 먹지 않고,
한두 입 먹고 숟가락을 놓아버리는 아이들도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아이들이 학교 급식에서는 먹는다.


심지어
집에서는 절대 안 먹는 채소를
학교에서는 먹는 경우도 있다.


또 어떤 아이는
집에서는 늘 양이 적다고 들었는데,
학교에서는 생각보다 꽤 잘 먹는다.


반대로
집에서는 잘 먹는다고 했는데
학교에서는 유독 급식량이 적은 아이도 있다.


이런 장면들을 계속 보다 보니
나는 한 가지를 분명히 느끼게 되었다.


아이들의 식습관은 단순히 “무엇을 먹느냐”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아이들은
얼마나 먹는지도 중요하고,
무엇을 먹는지도 중요하고,
어떤 마음과 어떤 경험 속에서 음식을 받아들이는지도 중요했다.


그래서 나는 점점
아이들의 식사를
단순히 식사량이나 편식 여부로만 보지 않게 되었다.


아이들이
얼마나 먹는지,
어떤 음식을 끝까지 먹는지,
어떤 음식은 시도조차 어려워하는지,
그리고 어떤 경험 속에서는 의외로 잘 먹게 되는지를 함께 보게 되었다.


왜냐하면 식습관은
영양만의 문제가 아니고,
의지만의 문제도 아니며,
하루아침에 바뀌는 습관도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배가 고프다고 무조건 잘 먹지 않는다.

몸이 자라야 한다고 해서
갑자기 채소를 좋아하게 되지도 않는다.


어떤 아이는
먹는 양이 적어서 걱정이고,
어떤 아이는
특정 음식군을 거의 먹지 않아서 걱정이고,
또 어떤 아이는
음식 자체보다 식사 시간 자체를 힘들어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의 식사를 볼 때
항상 이 두 가지를 같이 보게 되었다.


이 아이는 얼마나 먹고 있는가.
그리고 어떻게 먹고 있는가.


나는 이것이
아이들의 식습관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초등학교 현직 영양교사의 시선으로

왜 어떤 아이는 잘 먹고, 어떤 아이는 끝까지 안 먹는지

왜 집에서는 안 먹던 아이가 학교에서는 먹는지

아이들이 실제로 급식에서 얼마나, 어떻게 먹는지

편식하는 아이를 바꾸는 데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집에서도 통하는 급식의 원리는 무엇인지

그리고 아이들이 음식과 좋은 경험을 쌓게 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하나씩 풀어보려고 한다.


이건 이론으로만 배운 이야기가 아니라,
1200명의 아이들을 보며
급식실에서 천천히 알게 된 것들이다.

나는 믿는다.


아이들의 식습관은
얼마나 먹는가와
어떤 경험 속에서 먹는가를 함께 볼 때
비로소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혹시 요즘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면,



“우리 아이, 왜 이렇게 밥을 안 먹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