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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라온 Feb 04. 2024

술잘알 1타 강사의 음주 행동 요령
_2편

새내기들아 잘 들어라 

1. 나에게 맞는 술의 종류를 파악하라 

주종마다 사람마다 술 마시고 난 뒤, 몸속의 변화는 다릅니다. 여러 가지 술 중에서 내가 덜 취하면서 속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술을 알아 두세요. 내 몸에 어떤 술이 잘 받는지 마셔보고 아는 게 힘입니다. 소주 먹었을 때 머리가 띵한데 맥주는 괜찮더라, 하이볼은 부담 없이 넘기는데 양주는 한 잔만 마셔도 취하더라 할 수 있습니다. 와인은 잘 마셔도 소주는 못 먹을 수 있고, 맥주만 잘 먹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는 발효주보다 증류주가 잘 맞는 편이라서 소주를 주로 마십니다. 소주가 덜 취하고, 다음날 숙취도 깨끗해서 선호합니다. 나는 무슨 술이 잘 맞아서 그 술로 마시겠노라 말하는 것이 좋습니다. 요즘에는 무조건 다 같은 술을 똑같이 마시도록 강요하지 않습니다. 회사 회식 자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이 먹을 수 있는 술의 종류와 양은 본인이 정해서 당당히 말하세요. 소주 먹는 자리에서도 ‘저는 맥주로 마실게요’ 할 수 있어야 합니다. 


2. 마실 수 있는 술의 상한선을 반드시 정하라 


어떤 술을 몇 잔 마셨을 때 내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와 나의 기분, 컨디션을 꼭 기억하세요. 내가 어떨 때 어느 정도 취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저는 소 주 석 잔 정도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고, 반 병이 넘으면 살짝 취기가 올라옵니다. 한 병까지는 안전하게 제정신으로 귀가할 수 있지만 취한 상태입니다. 


실수해서는 안 되는 사내 회식에서는 반 병 이내, 주량이 비슷한 친구와 즐길 때는 1병 전후, 나를 책임질 수 있는 가족들과는 최대 2병 이내라는 원칙이 있습니다. 이것도 주종마다 다르므로 나의 상한선은 소주 몇 잔, 맥주 몇 CC로 정해 놓고 상대와 분위기에 따라 마십니다. 


취한 것 같으면 술잔을 내려놓고 자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술자리에서 취하면 먼저 일어나는 게 맞습니다. 취한 사람은 아무도 책임져 주지 않거든요. 취해서 내가 무슨 일을 저지를지, 무슨 일을 당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취할 때까지 마시지 말고 내가 나를 컨트롤할 수 있을 때까지만 마시세요.  


3. 취했을 때 대비해서 미리 도움을 요청하라 


술이 약하지만 즐기고 싶고 실수는 안 하고 싶다면 술자리 시작할 때 선언하세요. 예를 들어 나는 주량이 어느 정도라서 그것밖에 못 먹는다. 혹시 내가 취하면 우리 엄마한테 전화해 다오나 택시 태워 집에 보내다오 하는 거죠. 보호자한테도 누구와 어디서 어느 정도 술을 마실지, 귀가를 몇 시까지 하겠다고 정해 놓으면 대비할 수 있습니다. 


(가급적 자주는 하지 말아야겠지만) 많이 취하면 경찰을 불러 달라는 것도 나름의 방법입니다. 이번에 보니 경찰관이 안전하게 케어해 주시고 집에 데려다주는 것이 매뉴얼 같았습니다. 사촌 동생은 한창 술을 많이 마실 때, 경찰차를 타고 종종 귀가했다지요. 경찰관님께는 죄송하지만 심한 경우에는 사고 방지를 위해 도움을 받는 것이 나아 보입니다.


S 대리님은 술 마시고 귀가 중에 다른 집 벨을 누르는 등 실수가 잦았는데요. 술을 마시면 회사 근처 호텔에서 자는 것으로 와이프와 정했다고 합니다. 팀원들에게 자기는 그곳에서 자도록 데려가 달라했죠. 이런 것도 나름 현명한 대안입니다. 


4. 술잘알들과 술자리를 많이 가져 보라 


술은 어른한테 배우라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닙니다. 술에 대한 경험치가 많은 사람들과 술자리를 가져 보세요. 주로 부모님, 형제, 나보다 어른이 되겠죠. 술에 대한 경험치가 비슷한 새내기들끼리 술 자리하면 사건, 사고의 위험도 큽니다. 내가 술을 컨트롤할 수 없다면 나를 컨트롤해 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술을 적당히 조절해서 양껏 먹는 사람, 술 먹기 전, 후가 비슷한 사람, 술을 강요하지 않고 나의 컨디션을 살피는 사람, 내가 취해도 뒤치다꺼리까지 해 줄 사람과 어울리세요. 술을 마시면 그 사람의 본성과 인간성도 나옵니다. 술자리를 어떤 사람과 해야 할지 판단하고, 롤 모델도 정해서 그분처럼 술을 즐겨 보세요. 


어떤 사람이 술에 대한 태도와 방식이 바람직한 지를 보고 따라 해 보세요. 그래야 술 때문에 망신당하거나 몸이 상하는 일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즐기는 술이 약술이니까요.   


5. 숙취 해소에 대한 대비책까지 생각하라 


술 마신 다음 날 숙취도 사람마다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속이 아프고, 누구는 머리가 깨지고, 어떤 이는 구토하고, 누군가는 화장실을 오락가락하죠. 마실 때 꼭 다음 날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어떤 술로 어떻게 얼마나 마시면 다음 날도 고생하지 않는지 알아야 합니다. 숙취로 다음 날 병이 나서 하루를 망치기도 하니까요.


미리 숙취해소 음료를 먹고 술을 먹는다든가, 물과 술을 1:1로 먹는다든가, 다음 날 숙취해소 약을 처방받는다든가 나름의 방법을 강구하세요. 그리고 다음 날 속을 비워야 술이 빨리 깨는지 어떤 음식을 먹어야 술이 빨리 깨는지도 파악해 둡니다. 


저는 폭탄주를 마신다든지, 1, 2차를 다른 술로 마시면 다음 날 속이 안 좋고 머리가 빙빙 돕니다. 어떤 날은 종일 누워 있어야 합니다. 섞어 마시면 다음 날 뒤끝이 안 좋다는 걸 알기에, 다음 날 중요한 일정이 있다면 한 가지로 쭉 마십니다. 이런 원칙을 정해 놓으세요. 




지하철 여학생 때문에 어쩌다 술밍아웃까지 하게 되었네요. 이제 막 성인이 되었다면 술 때문에 실수하거나 탈 날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새내기를 둔 부모님께서는 꼭 술에 대해 자녀와 많이 이야기해 보고 술자리도 가져 보시기 바랍니다. 술을 즐기려면 술을 잘 통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알레르기 음식을 대할 때처럼 원칙을 꼭 세우고 당당하게 이야기하세요. 어떤 술을 얼마만큼 마실 수 있고, 몸의 어떤 변화가 생길 때는 그만 먹고 누군가에게 연락해서 귀가한다는 등의 원칙이 중요합니다. 


거듭 강조하는 이유는 취했을 때 아무도 나를 책임져 주지 않으며, 돌이킬 수 없는 사건,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그 여학생이 으슥한 골목에 혼자 쓰러져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정말 상상하기도 싫습니다. 자신은 자기가 지켜야죠. 술을 내가 즐겨야지 술이 나를 가지고 놀아나게 하지 말자고요. 이상 술잘알의 음주 행동 요령이었습니다. 여러분들도 술잘알이 되어 적당히 즐기며 지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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