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했던 나에게
많이 힘들었겠지만
지금까지도 계속 담아 두었던 나에게
예전의 나를 생각해 보면 노력한 것 같았다.
어린이집에 다니던 시절, 놀이상담 때 자신의 내면을 그려 보라고 선생님이 도화지를 주셨을 때 자물쇠로 잠긴 문을 그렸지만 그 안에 잠긴 나를 투영하고 있었고, 초등학생 때는 친구들이 나를 싫어할까 봐 잘 거절하지 못했지만 그 안에는 친구들이 나를 좋아하길 바라는 마음을 묻어두고 있었다.
중학생 때는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기 어려워하며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지금의 고등학생도 아주 달라진 편은 아니었다. 괜찮은 줄 알았지만 조용한 성격이라서 밖으로 빼지 않았던 거였구나, 혼자 있기 싫은 마음을 행동으로 보였던 거였다.
그래도 지금까지 잘 해냈다. 아무 말 없이 있던 예전을 나는 기억한다. 말하지 않아도, 네 눈은 세상의 작은 움직임들을 놓치지 않았지. 너는 조용하게 속에서 이야기를 만들었다.
그건 세상을 외면한 게 아니라, 오히려 누구보다 깊이 받아들이고 있었던 시간이었음을 나는 이제야 안다.
그 시간들이 있기에 오늘의 나는 글을 쓰고 있었다. 예전의 모습을 단어로 옮기고, 문장으로 엮어 지금의 글을 만들었다.
네가 지켜본 조용한 순간들이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어주었다. 과거의 나를 그냥 묻어 두었다면, 나는 이렇게 세상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찾지 못했을 것이다.
이 이야기를 쓰면서 나는 예전의 나를 다시 마주했다. 예전에 쓴 마음일기를 펴고,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을 헤집으면서까지 보물 찾기를 하는 기분으로 내 과거를 외면하지 않고 보았다.
이제 예전의 나를 묻어 두지 않아도 돼.
예전의 내가 지금의 나를 만들어낸 거니깐.
이제 나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나 자신을 싫어하는 대신 어제보다 조금 더 달라진 나 자신을 인정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가끔 넘어지고 가끔 길을 잃어버리겠지, 그래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한다. 힘들겠지만 그 과정도 모두 미래의 나를 만들어내는 소중한 시간과 기억이니깐.
조용했던 나에게, 오늘의 내가.
많이 힘들었지만 잘 살아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