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진정한 변화는 상상과 추론의 힘에서 나온다.

<어느 날 책을 선택했다>

by 나승철

자기 계발서는 '원조'와 더불어 '근본적'으로 확장한 전형이 존재한다. 자기 계발서의 목적을 제대로 다룬다면 반드시 그 목적에 상응하는 내용의 책들로 범위를 넓혀야 하고, 현재 우리가 흔히 부르는 자기 계발서의 영역은 대단히 좁은 일부 영역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확장된 고전 자기 계발서로는 아리스토텔레스나 에피쿠로스, 세네카, 아우렐리우스, 노자, 공자, 장자, 맹자 등의 저서가 있다. 고전을 대표 선수로 삼는 자기 계발서와 근현대에 나온 자기 계발서와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가장 큰 차이점은 얼마나 사색과 숙고의 과정이 책에 녹아들었느냐의 정도 차이다. 두 번째의 차이점은 얼마나 독창성을 갖추었느냐이고, 세 번째는 독자에게 사유의 시간을 유도하는가의 여부다. 고전의 자기 계발서들은 철학적, 사상적, 체험적 숙고의 과정을 담고 있다. 오랜 시간 동안 저자들의 경험과 깨달음을 통해 문자화된 그것들은, 제자들이나 혹은 후세의 학자들에 의해 꾸준히 연구와 분석의 대상이 되면서 더욱 의미가 분명해지거나 이해하기 쉽도록 변형의 과정을 거쳐왔다. 수많은 비판적 사고의 표적이 되어 반론에 부딪히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더 나은 이론의 바탕이 되어 초기 이론에 변화를 맞이하기도 했지만, '시조' 혹은 '창시자'라는 타이틀까지 빼앗긴 건 아니었다.


근현대에 나온 자기 계발서들은 고전의 그것들과 비교하면 매우 취약한 사고의 과정을 담고 있다. 사물과 현상 및 행동의 근원을 캐기 위한 노력보다는 오랜 전통과 문화 및 관습을 따르면서 약간의 변형만을 추구하며 사람들의 변화를 촉구한다. 철학이나 사상적 배경은 배경일 뿐, 저작물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 근현대 자기 계발서들의 목적은 인간의 근본적 변화보다는 효율성과 실용성을 우선으로 한다. 고전의 자기 계발서들이 '독창성'을 무기로 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선조로부터 배우지 않은 내용은 거의 없겠지만, 자신만의 독특한 깨달음이 주무기가 되어 새로운 이론과 실천 방안을 제시하는 고전은 '시조'나 '창시자'라는 말은 그런 의미에 어울리는 표현이다. 그렇기 때문에 후세에게 끼친 영향이 큰 책들은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참고 서적'이 될 만한 가치를 지닌다. 사상과 이론이 발전하고 첨단 과학이 세상을 선도하는 시대에도 고전의 위상은 여전하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근현대의 자기 계발서 중에는 고전에서 많은 영향을 받은 티가 역력하다 못해 거의 인용하는 수준의 책도 많다. 고전에서 필요한 부분들을 발췌하거나 요약하는데, 그 솜씨가 탁월하여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이론이나 행동 양식의 탄생처럼 느끼게 한다. 이전의 이론과 주장에 한 발 더 내딛는 과감성도 발휘하여 발전되고 진보된 이론으로도 보이게 한다. 새롭고 참신해 보이지만 아직 검증되지 않은 이론이나 실천 양식일 뿐인데, 사실 그래서 더욱 과감한 표현을 쓰는 것이다. 고전의 자기 계발서들은 깊은 사유를 유도한다. 한번 빠지면 쉽게 헤어 나오지 못할 정도의 정신적 변화를 주기도 하며. 단순한 질문에 대한 대답이 아니고 사물과 현상의 근본부터 적절한 의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해답을 스스로 생각해서 만들어가는 과정을 제시한다. 쉽게 해답을 찾을 수 없는 질문이지만 해답을 찾는 과정 자체가 의미 깊은 일임을 보여준다. 딱 떨어지는 해답이 존재하는 질문보다, 절대로 해답을 찾을 수 없는 질문의 답을 찾는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인식하게 한다.


현대의 자기 계발서들은 확실한 질문과 더불어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는 책이 대부분이다. 왜 여태껏 이런 걸 알지 못했느냐고 질책을 하면서, 이렇게만 실천하면 원하는 모든 걸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런 욕망의 실현이 '누구나' 될 수 있다고 단정 짓는다. '하면 되'는 일인데, 실천만 하면 가능한 일인데, 왜 안 하느냐고 자극한다. 자존감이나 힐링은 어떤 계획에 의해서 짜인 내용대로 실천만 하면 저절로 높아지고 이루어지는데 왜 그걸 못하느냐고. 또한, 우리의 인생은 '직선'이고 '엘리트 코스'여야 한다고 말한다. 성공하고 출세한 사람들의 예를 들면서 취합한 장점을 그대로 따라만 하면 효율성 높은 효과를 본다고 주장한다. 그들에게 어떤 질문에 근본적으로 필요한 '왜'란 없다. 자기 계발서에 따르면 자존감뿐만 아니라 자신의 '뇌'의 작동까지도 마음먹은 대로 바꿀 수 있다. 자존감, 힐링, 뇌과학 등은 교육계에서도 유행하는 실정이다.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사다리의 꼭대기에 올라갈 수 있는 비법이라고 소개하니 열광하는 수많은 팬들이 탄생한다.


위에서 거론한 고전의 자기 계발서들이 다 좋다는 말은 아니다. 현시대와는 맞지 않아 실천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근현대 자기 계발서들이 모두 나쁘다는 말도 역시 아니다. 맹목적인 믿음을 보이기보다는 자신의 처지와 환경에 따라 냉철하게 선별하여 읽을 필요가 있다. 인간은 사실의 적시보다는 직유나 은유법, 대유나 의인법 같은 비유법에 의한 서술을 본능적으로 더 좋아한다. 신화를 비롯한 수많은 '이야기'들이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공동체를 결속시키며 번영하게 했다. 사실 이해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상상과 추론에 이은 비판적 사고가 학문의 발전을 유도했다. 자기 게발서는 '사실'만을 모으고 섞어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문학을 포함한 예술이나 과학은 '사실'을 바탕으로 한 더 큰 상상의 결과물이다. 인간은 상상과 추론에 의한 이야기에 더 큰 감동을 받는다. 자기 계발서를 아무리 읽는다 해도 인간을 변화시킬 수는 없는데, 그 이유는 이야기가 인간의 변화를 이끌기 때문이다. 어제와 오늘보다는 내일의 '변화'가 필요하다. 여성학자 정희진은 자신의 책 '나를 알기 위해서 쓴다'(교양인)에서 우리가 '발전'보다는 '변화'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발전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즉 타인과의 경쟁에서 이겼을 때 사용할 수 있는 말이고, 변화는 자신의 과거와는 현재가 달라졌을 때 쓰는 말인 까닭이다. 발전은 자본주의가 적극적으로 원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치열한 경쟁에서의 승리만이 존재의 이유이며 살아가는 의미가 있다고 자본주의는 말한다. 멈추거나 정체해 있다면 곧 죽음과 다르지 않다는 의미다. 정신과 행동의 발전보다는 변화가 우선이다.


책을 선택한 이후로 인간의 진정한 변화는 사실 이해보다는 상상과 추론하는 힘에서 나온다는 것을 책 속의 행간에서, 책들 사이에서 느꼈다. '이야기'가 아닌 책은 보고서나 논문과 비슷하다. 그런 것들은 시대가 지나면 아무 쓸모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근현대의 자기 계발서는 보고서나 논문보다 못하다. 과거의 것을 모양만 바꾸거나 포장만 그럴싸하도록 꾸몄기 때문이다. 상상하고 추론하며 비판적 사고를 다듬을 수 있는 책을 읽으려 노력한다. 어제의 나와는 다른 나의 모습으로 매일 변화하고 싶기 때문이다.



수,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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