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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승철 Dec 17. 2022

<서평> 세계 철학 필독서 50

- 철학의 명저 - 

<세계 철학 필독서 50> - 톰 버틀러 보던(이시은 옮김, 센시오)


플라톤부터 마이클 샌델까지 2,500년 철학 명저 50권의 소개하는 책으로 2013년 원작에 이 번역본은 2022년 11월 출간이다. 원제는 '50 PHILOSOPHY CLASSICS'다. 인류 철학사 입문서라고도 볼 수 있는 본문은 특이하게도 '연대기 순'이 아닌 '이름(알파벳) 순'이어서 조금은 혼란스럽기도 하다. 철학은 세상을 새롭게 보게 하는 힘을 지녔으며 영혼에 용기를 불어넣는다. '우리는 누구이며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경험주의(유물론)과 합리주의(관념론)은 철학의 두 기둥으로, 모든 정보는 감각으로부터 얻는다는 전자, 이성적 추론으로 진리에 도달한다는 후자다. 철학은 실용적인 것으로 우리의 위치와 행동을 알려주고 삶의 질을 높여준다. 생각하는 법을 다루는 철학은 지식 근간에 의문을 품게 만든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우리 감각이 분명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근원적인 실재다. 우리는 앞으로 기계를 통해 자신과 세계를 지각하게 될 것이다. "철학 연구의 목적은 사람들이 생각해온 바를 아는 것이 아니라 사물 그 자체의 진실을 아는 것이다."라는 토마스 아퀴나스의 말('천체론')은 이 책의 목적을 말해준다. 철학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저작물을 읽어야 하고, 이제 그 필독서 50권이 우리 눈앞에 나타났다. 저자의 주관적인 판단이지만 철학에 대한 지적 호기심이나 배우기를 희망하는 이에게는 참 좋은 제안인 책이다. 특히, 내게는 그렇다. 철학자들과 그들의 작품에 대한 간결하지만 총괄적인 분석과 평가를 통해 철학과 철학사에 대한 궁금증을 해 결해 본다. 이 책을 읽고 난 후에는 본문에서 소개하는, 아직 읽지 못한 책들을 읽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철학을 만나게 하고 깊이 파게 하는 마중물 같은 존재다. 이제 그 50권을 한 권씩 요약해서 기억 속에 저장해 보자.    


첫 문은 토마스 아퀴나스(1224~1274)가 1274년에 출간한 '신학대전'으로 연다. 신학 교과서이며 중세 스콜라 철학의 대표 저작이다. 맹목적 신앙에 이성적 사유의 중요함을 일깨운다. 집필에 10년이 걸렸지만 토마스는 미완성인 채로 사망했다. 세상을 만든 건 신이고 완성은 사람의 몫이다. 지성을 지닌 인간의 영혼은 불멸한다. '신 존재 증명의 다섯 가지 길'을 제시한 그는 미덕과 좋은 습관의 실천을 행복의 근원이자 신에게 가는 길이라 말한다. 1958년 출간된 '인간의 조건'은 한나 아렌트(1906~1976)가 인간 잠재력을 강조하는 독창적인 정치철학서로 완성했다. 인간의 진정한 삶의 가치를 정치적 행위(타인과 관계 맺고 소통하는 일체의 행위)에서 찾은 그녀는 노동, 작업(제작), 행위(대의 추구)를 인간 활동으로 보았다. 공동체적 삶과 행위의 회복을 주장한다. 


기원전 4세기 경에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을 쓰면서 자신의 아들과 우리 모두에게 좋은 삶의 비결을 전한다. 에우다이모니아(행복)라는 개념을 제시한 그는 의미 있는 일 하는 과정에서 그것이 저절로 따라온다고 본다. 참된 기쁨은 도덕적인 삶에서 나오기에 행동과 미덕을 겸비해야 하는 것이다. 1936년에 나온 '언어, 논리, 진리'는 논리실증주의(사실에 입각한 것만이 진정한 지식이라고 주장) 선언문으로 불리는 분석철학의 고전으로서 알프레드 J. 에이어(1910~1989)의 작품이다. 명료한 표현과 철저한 논증을 강조하는 분석철학은 20세기 영국에서 시작되었다. 책에서 저자는 형이상학적 주장을 직설적이며 공격적으로 반박한다.  


가장 위대한 포스트모더니즘 이론가인 장 보드리아르(1929~2007)는 대중과 대중문화 및 미디어와 소비사회 이론으로도 유명한데, '시뮬라시옹'(1981)을 통해 인간은 미디어, 광고, 정치 영역의 관념, 이미지, 소비, 복제하는 기계에 가까움을 밝히고, 자본주의에서 우리는 단지 소비자에 불과함을 고발한다. '시뮬라시옹'의 뜻은 '시뮬라크르 하기'이며, '시뮬라크르'는 존재하는 것처럼 만든 인공물로서 존재하는 것보다 더 실재에 가까운 것을 말한다. 우리는 거대한 시뮬라크르 세계에 살고 있으면서도 그런 사실을 인식조차 못 한다. 실재보다 과거를 더 숭배하면서 말이다. 시몬 드 보부아르(1948~1986)는 '제2의 성'(1949)를 통해 인간은 곧 남자이고, 여자는 여성의 성을 가진 인간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남자는 주체이고 절대자이지만 여자는 주류 아닌 인간이라는 '타자'여서 태어나지 않고 만들어진다. 남자에게 성기가 있다면 여자에게는 인형이 있다. 사르트르와의 자유계약 결혼으로도 잘 알려진 그녀는 여러 비판 속에서도 페미니즘의 한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양적 공리주의(질적 공리주의는 존 스튜어트 밀에 의함) 철학자이며 법학자인 제러미 벤담(1748~1833)은 민주주의 기초를 세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1789년 그가 펴낸 '도덕과 입법의 원리 서설'은 이성과 법의 손질로 더없이 행복한 구조를 세우기 위함이다. 행복을 법으로 정하기 노력하면서 열두 가지 고통과 열네 가지 쾌락도 제시한 그다. 인간 진화와 철학을 엮은, 1927년 노벨문학상 수상작이기도 한 '창조적 진화'(1907)는 플라톤 이후 최고의 형이상학자인 앙리 베르그송(1859~1941)의 작품이다. 다윈주의와 진화론의 실패 지점을 설명한 그는 '생명의 근원'에 주목하면서, 아무런 목적도 없이 지속적이고 멈출 수 없는 창조에 따른 미래 예측이 불가능한 사실을 직시한다.  


이사야 벌린(1907~1997)이 1953년에 펴낸 '고슴도치와 여우'는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통해 지식에 접근하는 두 가지 방법을 논한다. 그는 그리스 시인인 아르킬로코스의 말인 '여우는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고슴도치는 하나의 큰 것을 알고 있다'라는 말에서 책 제목을 땄다. '고슴도치형'은 하나의 생각으로 전체를 통합하는 사상가를, '여우형'은 세부 사항에 집중해 다양한 경험을 중시하는 사색가(책에서는 톨스토이)를 말한다. 고슴도치 세계관을 원한 톨스토이는 자유 의지가 존재하지 않는 관점에서 기초한 역사관을 가졌다. 모세처럼 약속의 땅만 바라볼 뿐, 과학이나 문명의 세계에 들어갈 수 없는 운명이다. 전체론적 사고로 주류 양자론을 뒤집은 과학서이자 철학서인 '전체와 접힌 질서'(1980)는 이론물리학자이며 철학자이고 전자의 이상 행동을 밝힌 이론을 정립한 데이비드 봄(1917~1992)의 저술이다. 우주는 하나의 통합된 장으로 분할이나 단절이 없다고 한다. 우리 역시 단일한 전체의 투영이며, 카펫의 무늬나 강물의 잔물결 같은 존재라고 그는 말한다. 


페미니즘 패러다임을 전복시킨 페미니즘의 고전인 '젠더 트러블'(1990)은 주디스 버틀러(1956~  )에 의해 나왔다. 남성 이성 중심주의와 강제적 이성애를 검토하면서 섹스, 젠더, 욕망 관련한 권력의 '계보학'을 제시한다. 그녀 역시 16살에 커밍아웃 한 후에는 가족과의 극심한 불화를 겪는다. 전체 시스템, 섹스, 젠더 등의 범주에 문제를 느껴야 여성 해방은 시작된다. 젠더 이분법적 관점은 정치, 경제, 계급, 인종, 문화, 민족 등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기왕의 페미니즘은 다양한 정체성을 배제시켜 생물학적 여성만 부각시킨 꼴이 되어 젠더 권력관계를 오히려 유지 및 강화하는 경향이 있었다. 애초부터 젠더 범주를 가정하지 말고 생물학적 성별 기준 규정까지 거부해야 한다. 젠더는 존재나 실체 문제가 아닌 행위의 문제인 까닭이다. 섹스나 젠더를 넘어선 인간의 잠재력에 주목하자고 버틀러는 주장한다. 


미국 외교정책과 복지정책 축소 같은 문제를 통해 미국의 제국주의적 성향을 밝힌 노엄 촘스키(1928~  )은 2002년에 '촘스키, 세상의 물음에 답하다'를 내놓았다. 미국은 그들의 입맛에 맞는 권력이 들어서면 그 나라를 '민주주의' 국가로 여긴다. 미국의 외교정책은 미국 투자자들의 이해관계를 따르는데, 진짜 권력은 민간경제 중에서도 노동자들이 기업을 소유하고 자본을 통제하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인쇄된 도덕 교육서이자 정치이론서인 '키케로의 의무론'(기원전 44)은 키케로(기원전 106~기원전 43)가 아들인 마르쿠스에게 보내는 세 번의 긴 편지 내용이다. 지혜, 정의, 용기, 인내의 도덕적 선과 함께 수행해야 할 의무를 제시한다. 도덕적으로 선한 일은 무엇이든 이로운 일이며 그 반대는 이롭지 않은 일이다. 


공자(기원전 551~479)의 '논어'는 공자의 제자들이 공자의 말을 전하는 동시에 그들이 그려낸 공자의 인물상으로서, 하나의 이치로 모든 것을 꿰뚫는 이론을 보여준다. '코기토 에르고 숨' 명제를 탄생시킨 '제일철학에 관한 성찰'(1641)은 근대 철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합리주의 철학자 데카르트(1596~1650)의 중세철학에 던지는 도전장이다. 랄프 왈도 에머슨의 '운명'은 '삶의 수행' 에세이집에 실려 있는 글이다. 천명과 대립되는 자유롭고 힘 있는 인간의 운명에도 한계는 있지만 개인의 뜻과 성격의 힘으로 인간은 살아간다. 


우주와 자연에 관한 고찰과 더불어 유물론적인 우주관에 사후세계를 믿지 않았던 에피쿠로스(기원전 341~270)의 '서간집'은 후대에서 그의 글을 모아 만들 작품이다. 육신보다 사유의 쾌락을 중시한 그는 '아타락시아'(마음의 평정)가 곧 행복이라 말한다. 모든 것을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하며 정신적 고통을 초래하지 않는 삶이 진정으로 즐거운 삶이다. 우연과 행운을 믿지 말고 신중함을 믿어야 하며 우정을 삶의 최대 즐거움으로 생각하라고 권하는 에피쿠로스다. 


'에피스테메'(특정한 시대를 지배하는 인식 체계 등으로 사물에 질서를 부여하는 무의식적인 기초)를 고고학으로 밝히는 작업은 미셸 푸코(1926~1984)의 '말과 사물'(1966)에서 볼 수 있다. 에피스테메는 토마스 S. 쿤의 '패러다임'과 비슷해 보인다. 그의 '과학혁명의 구조'는 '말과 사물'보다 4년 전에 출간되었다. 과학은 잘 만들어진 언어에 불과하다고 푸코는 말한다. 1986년, 문예지 '래리탄'에 기고한 동명 수필인 '개소리에 대하여'(2005)는 해리 프랭크퍼트(1929~  )가 펴낸 책으로, 여기에서의 '개소리'는 사실 여부와 무관한 꾸며낸 말이나 이야기로, 거짓말보다 더 큰 함정에 빠트리고 인간성의 왜곡은 물론 타락시킨다. 상대주의적인 세상에 진실을 가리기 힘들다는 점은 우리가 온통 개소리에 휩싸여 있으면서도 잘 알지 못하는 이유다. 개소리는 진실에 맞서는 가장 큰 적이다.  


실세계에서 의식은 어떻게 발현되는지는 헤겔(1770~1831)의 '정신현상학'(1807)이 보여준다. 서양 철학의 최고 문제작으로 꼽히는 이 작품은 칸트로부터 시작된 관념론을 발전시킨다. 우리의 인식 단계는 정반합(테제, 안티테제, 진테제)이나 변증법적 3단계로 이루어진다. '현상학'은 드러나거나 표출되는 사물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주체(나)가 대상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분석하며, 하이데거에 의해 인간이 자신을 세상에 드러내는 방법을 규명하는 학문으로 발전한다. 헤겔은 경험주의와 유물론에 반대하면서 절대정신(완전한 자기인식에 도달한 정신)에 관한 지식 획득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철학을 지에 대한 사랑에서 실질적인 앎으로 변화시키려고 노력한 헤겔은 종교인과 무신론자 모두를 모순 없이 포용한다. 


현상학을 창시한 후설의 제자이며 나치에 협력을 이력을 가진 마르틴 하이데거(1889~1976)는 '존재와 시간'(1927)를 통해 2,500년 서양 철학사를 해체(재구성) 하고 '존재론'을 그 중심에 놓았다. 삶이란 결국 자신이 처한 환경 내에서 모든 가능성을 탐색하는 과정이다. 인간의 가능성과 존재라는 특권 열정으로 끓어오르는 작품인 '존재와 시간', 실존에 내던져진 당혹감을 극복하고 시간 속에서 강인한 자아 구축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데이비드 흄(1711~1776)은 '인간의 이해력에 관함 탐구'(1748)에서 경험과 관찰에 기반한 새로운 인간학을 선보인다. 무신론자로 오해받은 그는 영국의 경험주의를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인간에게는 고정 불변한 자아가 없고 순간적인 감정과 지각만 있을 뿐이라고 그는 말한다.  


'실용주의'(1907)를 펴낸 미국 '심리학의 아버지'인 윌리엄 제임스(1842~1910)는 찰스 샌더스 퍼스가 창시한 실용주의를 확립하고 보급하였다. 현실적인 경험주의와 이상적인 합리주의 모두를 수용하는 실용주의는 합리적 혜택이 입증될 수만 있다면 종교 등 그 어떤 가설도 환영한다. 존 듀이와 에드워드 손다이크 등을 제자로 둔 윌리엄 제임스다. 행동경제학의 통찰을 보여주는 '생각에 관한 생각'(2011)은 이스라엘 태생에 2002년 노벨 경제학상(불확실한 상황에서 의사결정할 때 나타나는 특이한 형태를 설명하는 '전망 이론'으로)을 받았으며 '행동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대니얼 카너먼(1934~  )의 작품이다. 빠른 생각과 느린 생각은 서로 연계 및 상호작용을 하며, 위협이 기회보다 더 중요시된다. 감정과 상관없이 침착하고 친절하게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커너먼은 말한다. 하지만 심리학 연구는 사고 및 행동양식을 변화시키는 데 전혀 효과는 없으며, 이론을 개발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때 고려하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세계 지성사의 한 획을 그은 '순수이성비판'(1781)은 경험론과 합리론이 아닌 '제3의 길'을 모색한 칸트(1724~1804)에 의해 세상에 나왔다. 순수이성은 경험 이전의 이성으로, 경험적인 것과 선험적인 것을 구별하여 선험적인 것의 타당한 범위와 그 한계를 구분한 칸트는 이성적 사고가 결여된 맹목적인 믿음에는 결사반대했고 행복을 위해서라도 도덕적 삶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쇠렌 키르케고르(1813~1855)의 '공포와 전율'(1843)은 아들을 제물로 바친 아브라함의 행위를 철학적으로 해석한 책이다. 기독교적 실존주의자이며 현대 신학의 아버지로도 불리는 키르케고르는 아브라함의 행위가 인간으로서의 최고 경지라 여긴다. 믿음은 인간의 최고의 열정이라고 말하면서.


솔 크립키(1940~2022)의 '이름과 필연'(1980)은 3번의 지칭이론(언어의 철학적 의미 다룬) 강연을 묶은 것이다. 언어 유물론적 패러다임의 허점을 지적하며 분석철학계를 뒤집은 그는 다시 형이상학의 진지한 고찰 풍토를 조성하려 노력하면서, 양상논리학(가능, 필연, 우연 등의 명제 양상을 구분하여 서로의 관계를 밝히는 논리학)을 정리했다. 과학의 진보는 비연속적임을 토마스 쿤(1922~1996)은 '과학혁명의 구조'(1962)를 통해 밝힌다. 언제나 저항을 유발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통해 과학 진보는 이루어지며 기존 패러다임을 강화시키는 '정상과학'에 비해 혁명적 과학은 전통 파괴 활동을 보완한다. 과학은 인간의 창조물에 불과하며, 최종 목표나 지향점이 없다는 그의 주장은 일면 진화론과 닮은 점이 있다. 


고트프리트 라이프니츠(1646~1716)는 '변신론'(1710)으로 신을 변호한다.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그는 미적분을 창시하고 2진법을 개발하였으며 사칙연산 계산기까지 발명하였다. 자애로운 신을 변호하면서 자유와 의지에 부수적 따름으로써의 악의 존재 이유를 설명한 그는 악이 오히려 행복이나 선을 극대화시킨다고 보았다. 완벽한 신은 세상을 역시 완벽하게 창조했으나 인간은 신과 같을 수는 없기에 불완전한 것이 당연하다. 신은 또한 인간에게 자유를 기초한 다양한 세계를 허용했다 개신교와 가톨릭의 화해 목적의 범 기독교적인 작품이 바로 '변신론'이다. '빈 서판' 이론의 시작은 존 로크(1632~1704)의 '인간지성론'(1689)이다. 사회계약설을 비롯 저항권을 주장하여 근대자유주의의 기초를 쌓은 그는 경험론의 대표 주자다. 빈 서판으로의 출생은 곧 천부인권인 자연권이 주어진다. 모든 관념은 애초에 경험에서 시작된 것으론 본 그는 '통치론'을 통해서는 왕권신수설과 절대주의에 반대를 나타내었다. 


'악마의 책' 혹은 근대 정치학 교과서로 불리는 '군주론'(1513)은 마키아벨리(1469~1527)가 메디치가에 헌정하는 책이다. 분열의 도시국가들은 프랑스와 스페인 등의 침략까지 받으며 혼란을 겪고 있던 시기에 이탈리아의 통일과 번영을 위해 마키아벨리는 군주의 자질을 분석한다. 정치와 종교는 별개여야 하며 좋은 목적을 위해서는 부도덕한 행동이 필요함을 역설하는 마키아벨리다. '미디어는 마사지다'(1967)는 마셜 매클루언(1911~1980)이 자신의 자품 '미디어의 이해'(1964)를 파격적으로 재구성한 책이다. '지구촌'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그는 30여 년 전에 월드와이드웹을 예견하기도 했는데, '메시지'(message)를 '마사지'(massage)로 잘못 쓴 단어를 그대로 사용하여 책 제목으로 옮겼다. 


존 S. 밀(1806~1873)의 '자유론'(1859)는 자유주의 교본이며 민주주의 입문서로 불린다. 개인의 자유와 국가 개입의 범위를 논한 이 책은 아내인 해리엇 테일러와 함께 집필했다. 벤담의 양적 공리주의를 질적 공리주의로 발전시키기도 한 그는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에서의 자유 영역을 제시한다. 개성을 인정하고 장려해야 한다고 주장한 그가 자유지상주의자는 아니며, 정부의 중요 역할을 부정하거나 의심하지도 않았다. '자유론'은 열린 사회를 위한 선언문이라고 말할 수 있는 책이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20년간 탐구한 결과물이 몽테뉴(1533~1592)의 '수상록'(1580)으로 등장한다. '에세이'라는 장르를 탄생시킨 몽테뉴는 다양하고 유연한 정신을 최고의 정신으로 보았다. 


아이리스 머독(1919~1996)의 '선의 군림'(1970)은 예술가와 철학자의 재능을 결함한 설득력 있는 책이다. 실존주의, 행동주의, 공리주의를 비판한 그는 무엇을 하는 게 옳은가에 주목하여 '선'을 도덕철학의 핵심으로 여겼다. 실존주의와 인문주의의 허무함을 밝힌 그는 초월적인 것은 의지가 아닌 선이라고 주장한다. 프리드리히 니체(1844~1890)는 '선악의 저편'(1886)을 통해 선과 악은 인간의 창조물임을 역설한다. 그가 말하는 '초인'(위버맨쉬)은 숙고나 합리화가 아닌 열정적으로 행동하고 창조하는 이다. 어떤 위험도 무릅쓰고 인생에 몸을 던지는 삶이 최고의 삶이며 혹독한 시련은 위대한 인물이 될 기회를 선사한다. 전통적 및 철학적 명제를 해체한 그는 실존주의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는 말을 남긴 파스칼(1623~1662)의 '팡세'(1670)는 그가 사망한 지 8년 후에야 세상에 나왔다. 기독교와 인간 존재에 대한 '생각'들을 남긴 그는 31세에 하늘에서 내리는 목소리를 들은 체험을 했고, 삶의 목표는 신체와 본능적 성향을 받아들이면서도 신성을 깨닫는 것이라 보았다. '파스칼의 내기'는 신의 존재를 믿는 것에 관한 내기로, 있는 쪽에 걸어야 함을 보여준다. 기하학적 정신은 편협하고 까다로워 직관적 지식을 못 믿음으로 인해 다른 앎을 놓치는 문제가 있다고 그는 말한다. 플라톤(기원전 427~347)의 '국가'에서의 'Politeia'는 국가보다는 '정치쳬계'에 가까운 개념이다. 철학자(통치자), 수호자(군인), 생산자(농민 등)의 구분은 영혼으로 보면 이성, 기개, 욕망의 분류이고, 고유의 덕으로 보면 지혜, 용기, 절제의 분류다. 엘리트 지배 체제를 옹호한 그에게 정의란 좋은 삶으로 가는 유일한 도정이다.  


칼 포퍼(1902~1994)의 '과학적 발견의 논리'(1959 영문판, 독일 원전은 1934)는 언어분석 철학(대표자는 비트겐슈타인)을 반박하기 위한 책이다. 귀납법은 '잠정적 추측'에 불과하며 과학은 여전한 가치를 지니지만 확고한 기반 위에 서있지는 않다고 주장하는 포퍼다. 공정성을 탁월하게 다룬 '정의론'(1971)은 정의만 파고든 단일 주제의 철학자인 존 롤스(1921~2002)의 작품이다. 책에서 롤스는 기회의 평등에 초점을 맞추었고 기본적 자유 원칙과 차등에 따른 기회균등의 원칙을 제시한다. 선입견, 편견, 배제를 위한 신분을 감추는 '무지의 베일'은 합의할 때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사회계약론의 계승자를 자처한 롤스는 일부의 자유를 희생하며 욕망 충족만을 위한다는 이유로 공리주의를 거부했으며, '정의론'은 플라톤의 '국가'의 현대 버전으로도 볼 수 있다.   


장 자크 루소(1712~1778)는 '사회계약론'(1762)을 통해 권력은 국민에게 있으며 국민이 직접 통치할 것을 주장한다. 그의 주권론은 민주주의의 이론적 토대가 되었고, 자유론은 프랑스 혁명을 촉발하는 계기가 되었다. 국가는 일부 단체나 당파의 이익을 우선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행복에 대한 자기 계발서인 '행복의 정복'(1930)은 분석철학의 창시자인 동시에 비트겐슈타인의 스승이며 1950년에 '서양철학사'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버트런드 러셀(1872~1970)의 저술이다. 노력과 체념 사이인 중용(golden mean)을 중요시한 그는 집착을 줄여 행복해졌다고 한다. 통찰력과 균형 잡힌 삶이 필요한 인간에게 일부 부족한 생활 환경도 필요하다고 한다. 그가 말하는 불행은 의식과 무의식, 자아와 사회 간의 조화가 결여된 결과다. 


마이클 샌델(1953~  )은 '공정하다는 착각'(2020)에서 능력주의의 부정적인 영향을 분석하는 동시에 비판하며 '노력하면 된다'라는 신화에 의문을 제기한다. 학력주의 혹은 능력주의 사회는 성공 못 한 사람들에게 심한 자괴감을 부여하며 사회에 전반적인 불평등을 증가시킨다. 사람들은 대개 '출생의 복권'을 타고나기에 공정하지 않은 출발을 한다. 잘난 이들의 못난 이들을 무시하는 상황이 공동선의 폐기를 유도하며, 그런 능력주의는 시민적 감수성을 해치고 성공(자수성가)한 사람들의 겸손을 잊게 만든다. 더불어 세상은 포퓰리즘, 근본주의, 민족주의가 창궐하는 세상이 되기도 한다. 능력주의는 초기 프로테스탄트 신학에 뿌리를 두며, 세속적 성공이 도덕적 훌륭으로 발전하였다. 받을 만한 것을 받았다는 믿음이 형성된 상황에서 고학력자들은 저학력자들을 노력 부족으로만 본다. 낙인찍기와 바보 만들기가 자연스러운 이유다. 정의와 봉사 덕목을 중요시해야 하는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 경력과 직업 및 기술 교육에 중점 두면서 연대 의식과 공유하는 비전을 살려야 한다. 


사르트르(1905~1980)의 '존재와 무'(1943)은 실존주의의 경전이라 불린다. 사르트르는 자신의 철학인 '실존주의'를 명명한 최초의 철학자로, 보부아르와의 자유계약 결혼으로도 유명하다. 레지옹 드뇌르 훈장을 받은 그는 이데올로기에 얽매이기 싫다는 이유로 노벨 문학상은 거부했다. 대자존재(자기의식 있는 존재)와 즉자존재(자의의식 없는 존재나 사물)로 나눈 그는 의식이 무엇이며 인간에게 어떤 의미인지 파헤친다. 인간에게 근본적인 '본질'이란 없다. 그래서 인간은 자아나 인생을 만들어갈 자유가 있는 것이고, 인간의 목적은 자신의 존재와 자유를 깨닫고 누리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유를 부담스러워하는 탓에 자기 기만으로 도피하면서 자기 자신을 속이고 자신에게 심각한 거짓말을 한다. 자신이 처한 환경을 인정하고 창조적 노력을 발휘하여 의미 있는 삶을 추구하기를 사르트르는 우리 모두에게 바란다. 


서양과 동양 철학의 유사성을 최초로 발견한,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1818)를 저술한 쇼펜하우어(1788~1860)는 이성이 아닌 의지를 철학적 명제로 삼았다. 비합리적이고 맹목적인, 충동과 욕망에 휩싸이며 이성의 지배를 받는 의지를 부정적인 힘으로 본 것이다. 결핍에서 비롯되고 고통을 초래하는 그의 의지는 프로이트의 '에고' 개념과 닮았다. 금욕 생활, 자연이나 예술을 경험하는 것은 의지를 초월할 수 있는 방법이다. 피터 싱어(1946~  )의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는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도덕적 행위에 대해 말한다. 좋은 삶이란 세상을 좀 더 공정하게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깨달음에서 비롯된다. 자선은 가진 자의 의무이자 못 가진 자의 권리이며, 기부하는 행위를 사회적 보편화 혹은 독려화하는 문화가 조성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싱어다. 


슬로터다이크(1947~  )의 '너는 너의 삶을 바꿔야 한다'(2009)는 자기 최적화를 수행하는 '인간공학'을 말한다. 독일의 '철학계의 악동'으로 불리는 그는 현재의 종교가 '심리적 면역 체계'에 불과하며, 오랜 수행을 반복하면 불가능한 일도 달성 가능하다고 주장하면서 노력과 자기 계발의 고고학을 제시한다. 라틴어 윤리학인 '에티카'(1677)을 지은 스피노자(1622~1677)는 신학이 전부인 시대에 자연주의적이며 과학적인 세계관을 제시하였다. 네덜란드 출신의 근대 철학의 시초인 그는 24살에 파문당하였으나 평생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범신론적 관점에서의 세계는 그저 물리적 법칙에 따라 돌아갈 뿐이다. 선과 악 역시 주관적인 판단에 불과하며,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원인이 있고, 우리는 사물의 원인을 모른다. 신은 그 자신이 원인이며 반드시 존재한다. 자연은 아무런 목적이 없다. 감정은 '영혼'이 아닌 뇌와 신경계 및 신체적 산물이라는 그의 의견은 곧 심리학의 원조가 된다. 우리는 이성에 의거한 삶 속에서 스스로 원하는 즐거움에 따라 살아야 한다.


나심 니콜라 탈레브(1960~  )는 '블랙 스완'(2007)에서 2008년 금융 위기를 예견했다. 서부 호주에서 검은 백조가 발견되면서 전혀 예상할 수 없던 일이 실제로 나타난 사건을 '블랙 스완'으로 부른다. 레바논 출신의 미국 사상가인 그는 자신의 저서로 인해 '월가의 현자'로도 불린다. 노력과 결과가 동등한 관계인 평범의 왕국과, 승자 독식 구조에 불안정으로 인한 예측 불가인 극단의 왕국으로 구분한 그는, 인간의 마음을 이해의 망상, 사후 왜곡, 사실과 통계와 범주의 과대평가, 이 세 가지를 '삼중의 불투명성'이라 칭했다. 전문가나 책임자도 잘 모르는 게 현실이며 과대평가는 인간의 본성이다. 따라서, 추론 상의 오류를 인식하며 왜 모르는지 밝혀내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있는 그대로 보기 위해서는 큰 노력이 필요하고 매사를 이론화하려는 병을 제어해야 한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자기 자신과의 지속적인 싸움이 필요하다. 


비트겐슈타인(1889~1951)의 '철학적 탐구'(1953)는 언어에서 찾아낸 가치와 관점의 전환을 보여준다. 오스트리아 신분으로 일상언어학파를 창시한 그는 일상어는 오직 사물을 지시만 한다고(설명은 하지 않고) 설명하며 언어는 놀이라고 말한다. 언어는 세계를 만드는 유동적이며 창조적인 수단이고 진화해가는 사회적 놀이다. 삶에는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경험의 영역도 존재한다. 이렇게 50권의 철학 필독서를 만나보았지만, 저자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부록으로 또 다른 철학 명저 50권을 제시한다. 실로 철학의 세계는 무한한 가 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한한 세계 여행은 즐겁다. 약간의 고달픔은 있지만.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만한 책을 만난다는 것은 늘 유쾌한 일이며, 자주 만나면 더 기쁜 일이다. 나의 왕성한 지적 호기심은 바로 철학과 사상과 도덕으로 향한다. 평생 체계적으로 배운 일이 없기에 철학 교양서에 대한 목마름은 계속된다. 관심사에서 약간이라도 멀어질 만하면 다시 철학책을 찾는 이유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훌륭한 역할을 감당했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나의 철학과 사상 여정은 어떤 주기마다 계속될 것이다. 이제 미처 읽지 못한 개별 책으로 넘어가야 할 때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소신 있게 서평을 작성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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