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결혼했습니다!
<13. 걸그룹 '트와이스'를 좋아했던 이유!>
'트와이스'라는 유명 걸그룹의 이름은 '귀로 한 번' 다음에 '눈으로 한 번' 더 매력을 느낀다는 뜻이랍니다. 저도 책을 읽으면서 반드시 '트와이스' 실행하는 것이 있는데요, 한 번은 책을 읽으면서 독서 노트(독서 일지)에 요약과 발췌를 하고, 또 한 번은 그 요약과 발췌를 기본으로 블로그에 풀어서 쓰는 서평 쓰기입니다. 책 읽기와 병행해서 반드시 실행하는 과정이라 '트와이스'라는 걸그룹을 보면 나의 독서 중 및 독서 후 활동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떠올리며 친근감을 느끼곤 했지요.
이전 글에서 '초서(抄書)와 질서(疾書)'에 대해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책을 읽으면서 충실한 초서와 질서가 되도록 노력합니다. 도서관이나 집 혹은 카페 같은 고정된 의자에서 앉아 책을 읽을 때는 독서 노트에 적고, 지하철 안에서나 버스를 기다릴 때와 같은 독서 노트에 기록하기 힘든 환경에서는 메모지(주로 A4 이면지)에 적은 후에 다시 독서 노트에 옮겨 적습니다. 메모지에 적은 양이 많은 경우에는 옮겨 적는 대신, 적은 부분만 가위로 오려서 독서 노트에 풀로 붙이는 요령을 피우기도 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한 번은 초서와 질서를 하고, 다 읽은 후에 또 한 번은 적은 내용을 바탕으로 서평을 쓰는 과정이 그렇게 쉽지는 않습니다. 독서 노트에 적은 요약과 발췌 내용은 될 수 있으면 간단한 문장 혹은 줄인 말로 기록하기 때문에, 그것을 다시 완전한 문장의 서평 형식으로 풀어쓰려면 글의 구성을 어떻게 해야 할지, 즉 개요는 어떻게 짜야할지, 어떤 것을 선택해서 써야 할지 등 여러 가지 새로운 글쓰기 과정이 필요합니다. 요약하는 능력과 글쓰기 능력은 전혀 다른 것처럼 블로그에 서평을 쓸 때에는 별도의 수고가 들어가는 것이지요.
굳이 독서 과정에 '트와이스'라는 규칙을 고집하는 이유는 읽은 책의 내용을 오래 기억하고자 하는 방법을 찾다가 얻은 선택이어서, 그렇게 한다면 독서의 가치를 좀 더 높일 수 있다는 생각과 함께 글쓰기 훈련을 지속적으로 하려는 욕구를 실현시킬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전에도 밝힌 바 있지만 저는 '공대' 출신으로 이제껏 환갑이 지날 때까지 '글쓰기'에 대한 교육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어릴 때는 글 좀 쓴다는 칭찬을 받은 걸 자랑삼아 가끔씩 끄적거리기는 했어도 글쓰기 교육에 대한 갈망은 늘 제 마음속에 잠재되어 있었습니다.
요약과 발췌는 책의 핵심 내용을 놓치지 않으려는 방법이고, 요약과 발췌를 바탕으로 블로그에 풀어써 서평을 완성하면 조금씩이라도 글쓰기 능력 향상을 위한 연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죠. 책을 통해 얻은 수많은 정보들은 대개는 유통기한이 있어서, 제때에 가두어 오래 간직할 수 있도록 '내재화'하지 않으면 제 눈이나 뇌에서 영영 날아가 버리는 특성이 있으니까요. 글쓰기 능력 역시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노력 중입니다. '최고'나 '완성'이 아닌 '진보'를 향한 발걸음을 평생 내딛습니다.
독서의 가치를 드러내거나 더욱더 돋보이게 하는 방법 중 하나는 요약과 발췌이고, 또 하나는 다시 풀어서 쓰는 서평으로 생각했습니다만,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 성숙은 가장 큰 가치인 건 두말할 필요가 없겠죠. 아날로그 방식의 손글씨와 디지털 방식의 자판 입력의 융합은 아직 그 효과를 검증받을 수는 없겠지만,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는 독서와 관련된 꼭 필요한 소양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식 습득과 더불어 사색과 숙고 역시 두 번의 과정 속에 녹이려고 노력하면서 말이지요. 참, 걸그룹을 좋아했다는 것도 내 반려자에겐 비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