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없던 곳에 길을 만들다.

오늘도 길 위에 서서

by 이루다니

네덜란드에 온 지도 어느덧 1년 하고 3개월이 지나고 있다. 한국으로 돌아갈 시간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낯설었다. 언어도, 문화도, 심지어 하늘빛조차 다르게 느껴졌다. 한국 하늘은 저 멀리 있었는데 네덜란드 하늘은 손에 잡힐 듯 낮게 있었다.


그 낯섦 속에서 나는 오히려 나를 새롭게 발견하고 있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길에 대해 물음표를 던지게 되는 용기를 갖게 되었고 지금은 나만의 길을 하나씩 만들어 가고 있다. 그 길이 어떤 길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선택한 길이기에 한 걸음씩 내딛고 있다. 주어진 길을 따라가던 사람에서 스스로 길을 만드는 사람으로 나를 변화시키고 있다.




작은 실험들의 연속

이곳에서의 삶은 매일이 작은 실험이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가족들을 위해 음식을 하고, 익숙하지 않은 글을 쓰면서 나만의 도전을 하고 있다. 하지만 언어는 여전히 서툴고 음식은 매일 해야 하니 부담이고 글은 즐겁지만 고행이다. 그래도 이런 반복 속에서 나는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다.


성공한 이들에게 "성공의 비결이 무엇인가요?"라고 물으면 대부분 같은 대답을 한다. "꾸준함입니다. 꾸준하게 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습니다." 결국 답은 꾸준함이다. 알고 보면 단순하지만, 그 단순함이 가장 어렵다. 포기하지 않고 걸어가는 것, 매일의 작은 걸음을 이어가는 것이 결국 길을 만든다.




이 길을 선택한 2가지 이유

나만의 길을 찾으려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온전히 내 시간을 살고 싶어서다. 지금까지 내 시간을 남에게 주며 커리어를 쌓아왔다. 이제는 남에게 시간을 주지 않고 온전히 나에게 사용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다.


두 번째는 아이들에게 선택지를 주기 위해서다. 한국에서 이곳으로 올 때 아이들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부모의 결정이었고 그저 따라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국으로 돌아갈 때만큼은 아이들에게 선택지를 주고 싶다. 한국으로 돌아갈지 아니면 여기에 남을 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힘겹게 적응해 이제야 친구를 사귀고 언어에 익숙해진 아이들에게 "이제 돌아가자"라고 말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 위해선 나 또한 선택의 자유를 가져야 한다. 그래서 안정된 직장을 내려놓고 불편한 길을 택해보기로 했다.

KakaoTalk_20251007_111938337.jpg




속도보다 방향, 돈보다 시간

한국과 네덜란드를 경험하며 나는 새로운 관점을 배웠다.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돈보다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비록 속도가 느리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어졌다.


여기서 아이들을 돌보면서 아이들은 많은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엄마와 아빠만 있으면 된다는 것을 알았다. 유명 관광지, 좋은 숙소, 맛난 음식이 아니었다. 무엇을 하고 경험하는 것보다 누구와 함께 있는가가 아이들에게는 더 중요했다. 투박한 장소, 소박한 음식을 먹더라도 엄마 아빠와 함께하면 되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와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 그것을 한국에서 놓치고 있었다.


이곳에서의 경험은 나의 선택을 더욱 확고하게 만들었다. 속도보다 방향, 돈보다 시간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 방향과 시간을 위해 네덜란드에 남은 9개월 동안 시간을 더 알뜰하게 사용해서 꿈을 이루고 싶다.


아직은 제대로 된 길이라 할 수 없다. 잡목은 많고 숲이 울창하게 드리워져 있어 한 치 앞도 나가기 힘들다. 하지만 내 손에 든 한국 음식을 통한 작은 성공과 글이라는 도구를 가지고 내 앞에 펼쳐진 숲을 길로 만들어보려고 한다. 길이 없던 곳에 길을 만들 것이다.


오늘도 나는 길 위에 서서 한 걸음 한 걸음 내 길을 만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