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들은 상대방이 충분한 호감 신호나, 관계 개선을 위한 신호를 충분히 보내고 있음에도 상대방에게 다가가기를 주저하는 분들이 있어요. 아마도 뭔가 더 상대방으로부터 더 큰 확신을 받고 싶으신 것이겠지요. 물론 이해할 수 있어요. 괜히 내가 오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실 테니까요. 하지만 이런 상태로 관계가 애매하게 이어지는 경우, 높은 확률로 그 관계는 파탄에 이르게 됩니다.
관계는 달리는 자동차와 같다.
여러분과 상대방이 관계를 시작했다면, 그 관계는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와 같습니다. 그 자동차가 '행복한 연애'라는 목적지에 안전하게 도착하려면, 누군가는 운전대를 잡고 자동차를 운전해야 하며, 또 누군가는 운전자를 보조해주어야 하지요.
하지만 모종의 이유로 상대방이 운전대 잡기를 주저한다면 이 자동차는 어떻게 될까요? 아마도 곡선 구간이나 장애물이 등장했을 때 피하지 못하고 사고가 나겠죠. 또한 내가 원하는 '행복한 연애'라는 목적지에 도달하지도 못할 것이구요.
때문에 관계가 시작된 이상 누군가는 운전대를 잡아야 하고, 누가 운전대를 잡을지 정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부분에서 합의가 되지 않아 관계가 무너지는 안타까운 경우가 꽤 많아요.
SVR이론
SVR이론이라는 것이 있어요. 이전 칼럼에서 연애 곡선에 대해 다룬 적이 있는데, SVR이론은 연애곡선과 같이 관계가 형성되고 안정화되는 과정을 시기별로 유형화한 사회 심리 이론이지요. SVR이론은 다음의 3가지 단계로 관계 형성을 설명하고 있어요.
S (Stimulation, 자극)
두 사람이 서로의 존재를 인지하고, 낭만적인 (혹은 성적인) 자극을 주고받는 단계예요. 매력을 바탕으로 서로에게 강한 끌림을 느끼는 단계이지요. 이때는 관계가 막 형성되기 시작하고, 서로를 궁금해하는 호기심이 생겨나게 돼요.
V (Value, 가치)
서로에게 강한 끌림과 호기심을 느끼고 관계가 형성되기 시작하면, 두 사람은 서로에게서 '가치'를 찾기 시작해요. '이 사람이라면 나를 행복하게 해 줄 거야.', '이 사람과 연애하면 정말로 좋을 거 같아.'와 같은 가치를 찾는 것이지요. 서로를 더욱 알아갈 만한 동기가 부여되고, 관계는 급속도로 진전되게 됩니다.
R (Role, 역할)
두 사람의 관계에서 서로가 담당할 역할이 무엇인지 판단하고 합의하는 단계예요. 보통은 Leader와 Follower로 역할이 나뉘게 되는데, 두 사람이 동시에 같은 역할을 맡으려 하면 그 관계는 몹시 불안정해지죠. 반대로 두 사람 중 누가 Leader가 되고 누가 Follower가 될지 합의가 되고 그게 굳어진다면, 그 관계는 안정적으로 오래 유지될 수 있어요!
서로의 역할이 합의되지 않았다.
여기까지 SVR이론에 대해 잘 이해했다면 이제 이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갈 수 있을지가 보일 거예요. 상대방이 소극적으로 나서서 관계를 애매하게 만든다면 상대방은 Leader가 되기를 주저하고 있거나 Follower가 되기를 원하고 있을 확률이 높아요.
이런 상황에서는 내가 Leader가 되어서 서로의 역할을 명확히 정의하는 것이 좋아요. 만약 내가 Leader가 되기 부담스럽다면, 그 관계를 놓고 다른 관계를 시작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도 있어요.
일단 내가 운전대를 잡아서 관계를 끌어가 보면서, 상대방이 운전대를 잡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파악해 봅시다. 대화를 통해서 말이죠. 그리고 그 이유가 개선 가능한 이유라면 개선해 보면 되고, 아니라면 차에서 내리면 됩니다.
결론
상당히 어렵게 돌아왔는데요. 쉬운 말로 풀어보자면, '상대가 애매하게 굴 때는 내가 적극적으로 나서보자.'라는 이야기입니다. 상대방이 갑자기 적극적으로 변하기를 바란다면 꽤나 오랜 시간이 필요할 수 있어요. 관계가 깨지는 속도가 더 빠르겠지요.
또한, 행복한 연애를 위해서는 능동적인 연애를 해야 해요. 반드시 Leader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Follower가 되더라도 상대방에게 Leader가 되라고 요구할 수 있어야 해요. 결국 행복한 연애는 나에게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 가는 것임을 기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