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을 못한 게 아니었다.
보고서 작성법, 전화 매너, 업무 프로세스.
하루 이틀이면 익혔다.
고객 응대도, 자료 정리도 충분히 해낼 수 있었다.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일보다 어려웠던 건, ‘나 자신’을 다루는 일이었다.
나는 늘 누군가의 기대에 맞추려 애썼다.
상사가 원하는 답을 찾아 말하고,
동기들과는 문제없기 잘 지냈다.
때로는 억지로 밝은 척, 자신 있는 척했다.
하지만 일이 끝나고 혼자가 되면,
나는 늘 공허했다.
“나는 어떤 사람이지?”
“나는 이 일을 왜 하고 있지?”
스무 살 후반,
나는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몰랐다.
뭘 잘하는 지도, 뭘 원하는지도 알지 못했다.
일이 힘들었던 게 아니다.
‘나’와 어색했던 시간이
나를 힘들게 했다.
남들은 열심히 적응하고 커리어를 쌓아가는데,
나는 하루하루 스스로와 점점 멀어졌다.
그 시절,
나는 어른이 되어가고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나를 잃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