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교도소에서 야간 2팀 부당직 업무를 볼 때의 일이다. 부당직은 02시에 당직을 교대해 주어 아침 6시까지 소 전체를 책임지며 보안과 사무실에서 직원들의 근무상태를 감독하며 발생한 사고를 처리하는데 새벽 4시에 출역한 취사장에서 수용자 A가 작업거부를 하여 담당 근무자의 말도 듣지 않고 고집을 부려 처리해 주어야겠다고 하여 시계를 보니 새벽 5시였다.
당시 대전교도소 수용인원이 3,200여 명이었고 취사장 출역인원이 60여 명이었는데 3,200여 명의 식사를 준비하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니었고 특히 여름철 취사장 일이 힘들어 취사장 출역을 희망하는 수용자들이 적어 가석방 특혜 등 인센티브를 주기도 하였다.
일이 힘들다 보니 수용자 간 다툼도 많았고 작업거부건도 자주 발생하였다. 칼을 사용하다 손가락을 베는 부상을 입기도 하고 뜨거운 물이나 불에 화상을 입는 등 안전사고도 간간이 발생하여 직원들이 기피하는 근무지였다.
조를 나누어 번갈아가며 새벽 4시쯤 일부 수용자들이 먼저 출역하고 나머지 수용자들은 6시 넘어 출역하는데 부당직은 새벽에 출역한 수용자들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새벽 5시쯤 보안과 사무실에서 취사장으로 간다. 취사장으로 들어가는 통용문을 열고 20걸음쯤 걸어가면 큰 나무가 한그루 있는데 그 속에서 잠을 자고 있던 수백 마리 참새가 내가 나무 앞을 지나갈 때 일제히 날아오르는데 그 모습이 장관이었다. 취사장에서 나오는 잔밥이나 음식 찌꺼기를 먹기 위해 참새들이 많이 몰려들어 밤이면 나무속에서 잠을 자는 것이었다.
참새들이 잠을 자는 큰 나무 주변에 줄기지름이 10cm가 넘는 개나리 나무도 있었는데 그렇게 두꺼운 개나리 나무는 처음 보았기에 지날 때마다 유심히 보곤 하였는데 어느 날 가지치기를 너무 심하게 하여 보기 좋던 나무가 이상한 모습으로 변하여 어떤 몰상식한 사람의 짓인가 궁금하였으나 내 영역이 아니라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취사장 작업거부건을 처리하러 취사장으로 가던 그날도 통용문을 열고 나무 앞을 지나자 수백 마리 참새들이 일제히 날아오르며 짹짹짹 짹 지저귀고 새벽공기도 상쾌하여 더없이 맑고 아름다운 세상인데 작업거부건을 처리하러 가는 나 자신을 생각하자 쓴웃음이 나왔다.
취사장에 도착하니 조출한 수용자들이 아침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고 담당실에는 근무자와 수용자 A가 서 있었다. 근무자와 인사를 나눈 후 근무자가 출역한 지 며칠 안된 사람인데 출역거부를 한다는 말을 듣고 수용자 A에게 의자에 앉으라고 한 후 "작업거부 이유가 뭐냐?"라고 물어보자 "아무 일없고 일하기 싫어서 혼자 가겠다."라고 말하는 모습이 뭔가 있는 것 같아 반장을 담당실로 불러 "이 사람 작업거부하는 이유가 뭐냐?"라고 물어보자 반장이 "작업거부 한다는데 그냥 보내세요"라고 말했다. 반장이 말하는 태도가 자신들과 화합 못하고 잡음 일으키는 A를 쫓아내려는 것 같아 "누구랑 싸웠지?"라고 물어보자 반장이 "말다툼하기는 했는데 혼자 조사실 간다니까 보내세요"라고 말하기에 반장에게 "이 사람 혼자 조사실 보낼 수는 없고 이 사람하고 말다툼 한 사람 같이 조사수용시켜야 하니까 담당실로 데리고 오세요"라고 말하자 반장이 잠시 머뭇거리더니 "두 사람 화해시키고 잘 지내게 할 테니 없던 일로 해 주세요"라고 말한다.
수용자 A에게 "취사장 힘든 거 알면서 온 것은 가석방 혜택 조금이라도 더 받으려는 거 아니냐? 작업거부해서 징벌받으면 가석방 혜택도 없으니 잠시 마음 누그러뜨리고 반장이 중재한다니까 화해하고 잘 지내라"라고 말하자 아무 말하지 않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반장이 A에게 가서 일하자며 데리고 가자 따라 나가서 일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몇 달 후 A는 취사장에서 담배 사건이 발생하여 온 소내가 술렁거렸다. 개봉하지 않은 담배 몇 갑이 취사장 한구석에서 나왔고 이를 발견한 수용자가 신고를 한 것이었다.
조사결과 취사장에서 나오는 잔밥을 가져가는 업자가 담배를 넣어 준 것이었고 이것을 받은 취사장 수용자가 이를 모퉁이 깊숙한 곳에 숨겨둔 것을 대청소를 하던 다른 수용자가 발견한 것이었다. 1m 50cn 정도 높이의 플라스틱 큰 통을 겹겹이 높이 쌓아둔 것을 모두 들어내고 청소를 하던 중 구석 끝에 남은 통 안에 긴장화가 들어있었는데 새것이어서 조장이 신입 수용자에게 신으라고 주었는데 그 속에서 담배가 나왔고 조장이 이를 담당근무자에게 신고한 것이었다.
야간근무를 하기 위해 보안과 사무실에서 인계인수를 받던 내 눈에 취사장에서 담배를 발견해 신고한 수용자의 이름이 눈에 띄었는데 자세히 보니 몇 달 전 새벽에 작업거부를 했던 A였다. 그때 조사수용 안 시키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들며 웃음 짓고 있는데 옆에 있던 직원이 왜 웃냐? 고 묻기에 취사장 담배 신고한 수용자가 몇 달 전 작업거부했던 일을 설명해 주며 화해시켜서 일하게 했더니 이런 큰 공을 세웠다는 말을 하였다.
조사수용시키는 것이 시간낭비도 안 하고 쉽게 가는 길이긴 한데 잠시 격앙된 마음을 진정시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교도관의 역할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