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과 감성

by 거북이

구강 건강에는 좋지만 다소 비싼 치약을 선물 받아 사용한 적이 있습니다.


요즘에는 펌핑해서 사용하는 치약도 있고, 원터치 뚜껑의 치약도 있어 편리함의 극치를 달리고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치약 뚜껑만은 비싸지도 않고 편리하지도 않았습니다. 일일이 돌려서 사용하는 것이 불편해 뚜껑을 열어두고 그냥 욕실을 나왔습니다.


그런데 다음에 쓰려고 보면 꼭 잠겨 있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남편이 닫아 놓은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이 치약 뚜껑을 꼭 잠궈둔 것입니다.

나는 ‘다음에 또 쓸 텐데 뭐하러 귀찮게 닫아두나~’ 라며 신나게 치약 뚜껑을 열어두었고, 그걸 본 아들은 ‘누가 또 열어놓은거야? 벌레 들어가게’ 라며 열심히 닫아 둔 겁니다.


예. 맞습니다. 지금은 5학년이 된 아들은 MBTI 성격유형중 강한 J 기질이 있습니다. 원리와 원칙, 규율과 규칙을 중시한다고 하는 그 J 기질이요.


그런데 또 재밌는 것은 아들은 치약 뚜껑은 꼭 잠궈 놓으면서도, 치약 아래 부분부터 짜는 것이 아니라 중간 부분이나 윗부분을 눌러 치약을 사용한다는 겁니다. 그럼 저는 치약 몸통 아래 부분부터 착실하게 눌러 놓습니다.


이 치약 뚜껑 이야기처럼 저는 인간과 인간이 사는 이 세상이 모순투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이 모순 투성이인데, 그런 사람들이 모여있는 세상은 얼마나 더 요지경이겠습니까.


억누를수록 용수철은 강한 힘을 갖습니다. 놀고 싶은 본능을 억누르며 성취하고자 할 때 욕구 불만이 생깁니다. 타고난 완벽함 이외에 완벽해 보이고자 노력하는 사람일수록 억눌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억눌릴수록 품성을 갈고 닦아야 하는 것이 인간의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모순투성이의 간격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이성과 감성의 간격을 균형있게 만드는 것.

‘거북이한테 놀란 사람은 솥뚜껑만 봐도 놀란다’ 라는 말이 있는데, 놀란 마음을 재빨리 추스르고 해야할 일을 계속 하는 사람이라면, 보통의 선남선녀를 뛰어넘는 비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난세에는 이들을 영웅이라고 부를 것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일본의 억압이 불의임을 알면서도 저항하지 않았습니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 더러워서 피한다', 라면서요. 하지만 일제 치하 안중근 의사 같은 독립운동가들은 불의에 항거하며 행동하였습니다.


아이들 학교 학부모 독서회에서 책 <인생학교 정신>을 다 읽고 나서, 다음달 읽을 책으로 <깨어있는 부모> 책을 읽어보는 것이 어떠냐고 추천했습니다. 한 회원이 ‘당신은 왜 이런 감정과 심리에 관한 책을 즐겨 읽는 겁니까?' 라고 질문했습니다.


우리는 종종 ‘머리로는 이해가 가는데 마음으로는 이해가 안가' 라고 말합니다. 마음으로 이해할 수 없으면 행동으로 옮기는 것을 어려워합니다. 감정과 느낌은 우리를 강하게 하고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궁극적으로 행동하게 합니다. 사실 저는 게으름뱅이에 겁쟁이여서 움직이며 행동하고 싶었기 때문에 심리와 감정에 관한 책을 주로 읽었나 봅니다. 비워있는 곳을 채우고 싶었기에. 균형을 맞추고 싶었기에.


하지만 요새는 손이 덜 갑니다. 책으로는 머리로는 지식으로는 알기는 하지만 금방 잊어버리고, 또 아는만큼 행동과 실천이 안 따라주니 그것 또한 괴로움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인디언처럼 종종 되돌아보고 기다리려고 합니다. 생각에 맞게 행동도, 혹은 행동만큼 생각도 내 뒤를 졸졸 잘 따라 오고 있는지 확인하려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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