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덕분에 저도 친구가 생겼습니다. 직장맘이라 '아이들 친구 엄마들'과 친할 기회가 별로 없습니다.
그러다 올해 둘째아이가 배정받은 반에서 한 친구와 사귀게 되었고, 자연스레 저도 그 친구의 아이 엄마와도 알게 되었고, 지금은 ‘언제 날잡아 식구들끼리 여행 가요’ 라는 말도 주고 받는 정도가 되었습니다.
지난 토요일, 아이 친구의 엄마가 한달에 한번 무각사에서 아이들을 위한 법회가 있는데 거기서 아이들을 뛰어 놀게 하면 어쩌겠느냐고 제안했습니다. 아이들끼리 뛰어놀게 하고 엄마들끼리는 무각사 지하에서 개최하는 ‘희메요 백자 특별 전시전’을 관람하자고 했습니다. 마침 전시장 한 편에서 도자기를 빚는 작가님이 차를 마시고 계셨습니다. 친구 엄마는 대뜸 그 작가님께 인사를 하더니 ‘같이 차를 마셔도 되겠느냐’고 여쭤보았습니다. 친구엄마와 저는 작가님께 차를 얻어 마시고 짧은 시간이나마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언젠가 퇴근 후에는, 친구엄마와 함께 주민자치회 행사에 참여 한 적이 있습니다. (이것 역시 친구엄마가 먼저 제안해 주었습니다) 교육청과 주민자치회가 협력하여 주최한 행사였고,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에 대한 아이디어를 마을 주민이자 동시에 학부모인 이들에게 물어보며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자리였습니다.
친구 엄마는 그 날 행사에서 사회를 보신 퍼실리테이터 강사님께 다가가 ‘어떻게 그 일을 하게 되었는지’
‘무슨 일들을 하는 건지?’ 등등을 거리낌없이 물어봅니다.
저는 놀라웠습니다. 어떻게 하면 낯선 사람과 그렇게 거리낌없이 질문을 할 수 있는 것이지 ! 친구 엄마에게 비결을 여쭤보았습니다. ‘호기심 때문 인것 같아요’ 라는 쿨한 답이 돌아왔습니다. 본인은 ‘그냥 막’ 궁금하다는 것입니다. 곧바로 그 뒤에 이어지는 말에 저는 뒷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공개적으로 오픈되어 있고 사람들과 서로 만나 이야기 하는 자리가 마련 된 이유는 다 우리들을 위해서 잖아요. 그래서 저는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앞서 무각사에서 희메요 전시회를 개최하는 작가님의 약력을 소개하는 리후렛을 보고 ACC(국립아시아문화전당)와 해외에서 전시하시는 작가님 정도라면, 그와 함께 차를 마시는 손님은 당연히 무각사 주지스님이나 돈많은 VIP정도 되는 사람들 정도이지 않을까, 라고 지레 짐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주민자치회 행사가 끝나 바쁘게 뒷정리를 하는 퍼실리테이터 강사님을 붙들고 물어보는 것은 실례라고만 생각했는데.
저는 친구 엄마의 말이 본질을 꿰뚫은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의 주인공인 저 사람과 내일의 주인공이 될 우리들을 잇는 소통의 자리인 전시회나 강연회에서는 여건이 허락하는 한 당연히 물어보아도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우리들은 우리의 호기심을 충족할 당당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질문해야 했습니다. 서로가 성장할 수 있고 발전할 수 있는 질문을 멈추지 말아야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저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제 안의 깊은곳에서는 호기심보다 두려움이 더 크게 자리를 잡고 있는듯합니다. 그러다 보니 어딘가 당당함이 2% 부족합니다.
하지만 걱정없습니다. 감사하게도 제 주변에는 언제 어디서나 당당한 사람들이 함께하기 때문입니다.
대학 다닐 때 비엔날레 소무대에 올라와서 함께 춤을 추면 상품을 주는 행사가 있었는데, 친구가 '올라가보자, 우리도 해보자'고 권유해 주어서 난생 처음 무대에 올라가 본 기억이 떠오릅니다. 2여년전 미라클 새벽기상을 같이 해보자고 말한 직장 동료가 있었기에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지금의 제가 있게 되었습니다.
제가 먼저 나서지는 않았지만 감사하게도 주변에는 같이 해보자, 라고 말해주는 이들이 항상 있었습니다. 저는 ‘네. 좋아요. 같이 해봅시다’ 라고 순응하는 마음으로 흔쾌히 말했을 뿐입니다.
인생에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로 인해 제 부족한 홈이 메꿔지고 채워집니다. 혼자서는 결코 호기심에 불이 당겨져 행동으로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저에게, 주변 사람들은 기꺼이 호기심 촉매제가 되어 주었습니다.
오늘 아침도 모닝페이지 글을 함께 씁니다. 그리하여 오늘도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참 감사한 하루를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