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취하는 정도의 행복

맥주를 즐기는 방법

by 사뿐사뿐


처음 맥주를 접한 건 대학교 입학해서였어요.

다른 신입생들처럼 선배들이 주는 술을 받아마셨어요.

술맛? 뭐 그런 건 느낄 틈도 없었고,

소위 말하 듯 술을 물 마시는 듯이 마셨던 것 같아요.

간이 해독을 잘해서 그런지 잘 취하지도 않았어요.

막 대학생이 되어 성인으로서의 특권을

마음껏 누려보고 싶어 선택한 것 중 하나가

맥주였던 것 같아요. 20대의 대부분이 그랬죠.

그러다 맥주의 맛을 알게 된 건

캐나다에서 1년 정도 머물던 시기였어요.

캐나다 토론토에는

주류만 취급하는 상점인 LCBO가 있었어요.

그 곳의 진열대는 마치 작은 박물관 같았어요.

다양한 맥주들이

저마다 특징 있는 캔과 병에 포장되어 있었어요.

처음 보는 맥주들은 호기심 많은 저를 유혹했고,

집에 들어오는 길에 매일 한 캔씩 골라오곤 했죠.


그리고 어느 5월 오후,

맥주 한 캔을 들고 베란다에 앉아 있던 순간이 기억나요.

맑디맑은 캐나다의 하늘이 유난히 높아 보였고,

햇살은 살짝 취기가 오른 제 볼을 스쳤습니다.

그때 문득 깨달았죠.

“아, 이게 맥주의 맛이구나.”


다산 정약용 선생님이 유배지에 머무실 때 일화를 아시나요?

큰 아들이 아버지를 뵈러 찾아왔다고 해요.

그때 아들이 술을 너무 잘 마셔서 이를 보고 하신 말씀이

"술은 목을 축이고 살짝 취하는데 그 정취가 있는 것이지,

소가 물먹듯 술을 마시는 자들이 어찌 술맛을 알겠냐"라고 했다 해요.


혹시 아무 맛도 없는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켜고 계시진 않으신가요?

그렇다면 지금 맥주 한 캔 들고 멋진 곳을 찾아 목을 축이고, 살짝 취해보세요. 맥주의 찐 맛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king of beer#맥주 #일상에세이 #소소한행복 #살짝취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