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길고양이 같아서> 21화
보이지 않지만 믿게 되는 것들이 있다.
손에 잡히지 않아도
존재를 의심하지 않는 것들.
사랑도 그렇고,
신도 그렇다.
사랑을 믿는다는 건, 사실 신을 믿는 일과 비슷하다. 어느 쪽도 눈으로 볼 수 없고, 증명할 수 없고, 예측할 수 없지만 우리는 믿는다. 그리고 그 믿음이 삶의 모양을 바꾼다. 신앙이 절망 속의 등불이 되듯, 사랑은 가끔 이유 없는 버팀목이 된다. 그래서 누군가는 말한다. 사랑은 이 세상에서 우리가 가장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신앙의 형태라고.
사랑과 신앙 모두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일이다. 신은 우리 앞에 나타나지 않지만, 그 존재를 느낀다. 사랑도 그렇다. 누군가를 떠올릴 때 마음이 흔들리고, 그 사람의 고요한 한마디에 하루가 흔들릴 때, 우리는 그 감정을 '사랑'이라고 믿는다. 논리보다 믿음이 먼저 작동하는 세계. 사랑은 그런 세계 속에서 자란다.
영화 『인터스텔라(Interstellar)』에서 쿠퍼는 말한다. “사랑은 시공간을 초월하는 힘이다.” 딸 머피를 향한 사랑은 우주의 법칙보다 강한 에너지로 작용하고, 그 믿음은 결국 생명을 구한다. 우리가 사랑을 믿는다는 것은, 어떤 불확실성 속에서도 그 사람이 있다는 것을 확신하는 일이다. 눈앞에 없더라도, 시간 속에 묻혀도, 마음은 그를 향해 움직인다. 신을 향한 기도처럼.
사랑도 신앙처럼 사람을 구원한다. 신을 믿는 사람들이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듯, 사랑에 빠진 사람은 불안 속에서도 그 마음 하나로 살아간다. 어떤 사람은 말없이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이긴다. 사랑이 있을 때, 사람은 더 오래 견디고, 더 멀리 나아간다. 신이 인간에게 주는 위안처럼, 누군가의 사랑은 마음의 기도를 들어주는 존재가 된다.
도스토옙스키(Fyodor Dostoevsky)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The Brothers Karamazov)』에서 알료샤는 말한다.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곧 신을 믿는 것”이라고. 그에게 신앙은 교리나 형식이 아니라, 인간을 향한 연민과 사랑이었다. 사랑하는 능력이 있는 사람은 신을 품고 있는 사람이고, 신을 믿는 사람은 결국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뜻. 신을 믿는 믿음과, 사랑을 믿는 믿음은 결국 인간이 절망 속에서도 버티는 방식일지 모른다.
신앙과 사랑은 둘 다 헌신을 요구한다. 신을 믿는 사람은 그 믿음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하고, 사랑하는 사람은 감정 이상의 책임을 져야 한다. 그리고 그 헌신은 종종 상처를 동반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향해 걸어가기 때문이다. 신의 침묵 앞에서 흔들리는 마음처럼, 사랑의 외면 앞에서 무너지는 감정도 있다.
1988년 작 폴란드 영화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에서는 한 남자가 우연히 알게 된 여성에게 집착에 가까운 사랑을 느끼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이 단순한 열정이 아니라 헌신적 사랑으로 변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는 그 여성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감정이 진실하기에 계속해서 그녀를 위해 행동한다. 이는 신앙에서의 절대적인 믿음과도 유사하다. 사랑과 신앙 모두 대가를 바라지 않는 순수한 헌신을 동반하는 것이다.
하지만 신앙과 사랑은 닮았지만, 절대로 같지는 않다. 신은 인간 너머의 존재이기에 변하지 않지만, 사랑은 인간적이기에 흔들린다. 오늘 사랑했던 사람을 내일은 미워할 수도 있고, 내 마음이 옳다고 믿었던 감정이 어느 날 거짓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사랑은 영원하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인간의 사랑을 더 슬프고, 더 아름답게 만든다.
톨스토이(Leo Tolstoy)의 『안나 카레니나(Anna Karenina)』는 그런 사랑의 덧없음을 말한다. 안나는 남편을 향한 책임감과 연인을 향한 열정 사이에서 갈등한다. 신앙은 한결같음을 요구하지만, 사랑은 그러지 못한다. 안나는 결국 그 갈등 속에서 무너지고, 사랑은 그녀를 구원하지 못한다. 이것이 신앙과 사랑이 갈라지는 지점일지도 모른다. 사랑은, 늘 구원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랑이 신앙보다 덜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사랑은 인간의 손끝에서 피어나고, 인간의 언어로 말해지기에 더 실감이 난다. 누군가는 사랑을 통해 신을 믿게 되고, 누군가는 신을 통해 사랑을 배운다. 신앙은 우리를 신의 품으로 이끌고, 사랑은 우리를 서로의 품으로 데려다 놓는다.
사랑은 인간의 신앙이다. 그리고 신앙은 인간의 사랑이다. 우리가 무언가를 믿는다는 것. 그것은 이 불확실한 세상에서 흔들리지 않기 위한 방식이다. 누군가는 신을 믿고, 누군가는 사람을 믿고, 누군가는 그 모든 것을 믿는다. 믿음은 결국 우리를 살아가게 만드는 마음의 구조다.
그리고 사랑은, 그 믿음의 가장 아름다운 이름일지도 모른다. 보이지 않아도 믿고, 대답이 없어도 기다리고, 끝이 와도 계속되는 것. 그게 사랑이고, 어쩌면 그것이 신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