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길고양이처럼> 61화
사랑은 온도로 기억된다.
누군가의 체온, 그날의 공기,
마주하던 눈빛에서 사랑의 온도를 느낀다.
오래된 기억이 불쑥 떠오를 때도,
그때의 감정은 온기나 서늘함으로 먼저 되살아난다.
사랑에도 온도가 있다.
누군가는 그것을 따뜻함이라 부르고, 또 누군가는 열정이라 말한다. 물리적 수치로 재는 온도와는 다르다. 사랑의 온도는 감각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손을 맞잡던 그 순간에 미세한 떨림, 겨울바람 속에 서로의 손에 불어넣던 따스한 숨결. 나는 아직도 그 온도를 기억한다. 혹한 속에서도 녹아내릴 듯했던 감정의 열기. 우리는 과연 몇 도의 온도로 서로를 안았던 걸까.
일본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는 사랑을 색과 온도로 표현한다.
푸른 냉정과 붉은 열정 사이에서 흔들리는 마음들. 감정은 온도계의 수은주처럼 오르내리며, 우리 역시 그 진폭 속에서 사랑을 배웠다. 어떤 날은 태양처럼 타올랐고, 어떤 날은 북풍처럼 서로에게 등을 돌렸다. 사랑의 온도는 늘 일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불안정함 속에서 우리는 사랑의 깊이를 알아갔다.
문학은 자주 사랑을 계절에 비유한다.
봄의 설렘, 여름의 열기, 가을의 쓸쓸함, 겨울의 냉기. 각기 다른 계절, 각기 다른 온도 속에서 사랑은 형태를 바꾼다. 김훈의 『흑산』에서도 차가운 바람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의 온기가 등장한다. 거친 바다를 건너는 사공들의 손에 스며든 짠물처럼, 우리의 사랑도 삶의 풍랑 속에서 온도를 지켜내려 애썼다. 그리고 그 온기는 쉽게 식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기억한다.
첫눈 내리던 날, 당신과 맞잡은 손. 그 순간의 온도는 분명히 체온보다 높았을 것이다. 감정이 뜨거웠기에, 겨울바람조차 우리를 식히지 못했다. 반면, 한여름의 햇살 아래에서도 당신의 한마디에 소름이 돋곤 했다. 사랑은 때로 계절과 반대로 흐른다. 차가운 말 한 줄이 무더운 여름날 마음을 얼리고, 따뜻한 눈빛 하나가 가을의 허전함을 덮어준다.
만약 사랑의 온도를 수치로 표현할 수 있다면 어땠을까.
36.5도, 평온하고 균형 잡힌 사랑. 혹은 40도, 열병처럼 타오르는 순간들. 또는 0도, 냉정하고 멀어진 관계. 하지만 사랑은 온도계에 담기지 않는다. 그것은 눈빛과 목소리, 손끝의 떨림처럼 미세한 감정의 결로 존재한다. 당신의 말투 속에서 느껴졌던 진심, 포옹 속에 머물던 따뜻함. 그 모든 순간이 모여 사랑의 온도를 만들어냈다.
윤동주는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서 차가운 겨울에도 마음속에 불을 지펴야 했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세상이 점점 차가워질수록, 우리는 서로를 감싸기 위해 더 따뜻해지려 한다. 당신을 사랑했던 그 순간, 나는 내 안의 온도를 높였다. 당신을 녹이고, 나 또한 지키기 위해. 그래서 사랑은 살아 있는 감정이다. 체온보다 약간 높은 마음. 나는 그 온도를 기억하기에 아직도 따뜻하다.
이제 당신은 곁에 없지만, 당신이 남긴 온기는 여전히 내 안에 머문다.
겨울밤 이불을 덮고 눈을 감으면, 당신의 손이 떠오른다. 부드럽고, 따뜻하고, 나를 안아주던 그 손. 사랑은 떠났을지언정, 온기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것은 내 안에 남은 위로이며, 기억이며, 살아 있음의 증거다.
사랑의 온도는 몇 도일까? 정확한 수치로는 말할 수 없지만, 당신이 나를 바라보던 그 순간의 눈빛 속에 담겨 있었을 것이다. 그 온도는 지금도 내 안에서 조용히 타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