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가족>
세상에 완벽한 가족이 있을까. 남들이 보기에 화목하고 아무리 가족 간 사랑과 우애가 깊어도 그 나름대로 문제는 있는 법, 그 문제를 안고 그래도 행복한 듯 아닌 듯 서로 보듬고 껴안고 이해하며 살아가는 존재가 가족이 아닐까. 그런데 가족 중 아픈 사람이 있으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특히 가족의 중심 엄마가 아프면 가족이 송두리째 흔들린다. 많이 아픈 엄마가 이제 그 삶의 마지막을 준비한다. 엄마의 마지막을 보내야 하는 가족의 심정… 가족들은 쌓였던 감정을 터뜨리며 파열음을 낸다. 그래도 서로 보듬어야 하는 가족, 과연 엄마의 죽음까지 보듬을 수 있을까!
많이 아픈 엄마 릴리(수잔 서랜든)는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기 위해 흩어진 가족들을 불러 모은다. 큰 딸 제니퍼(케이트 윈슬렛)가족과 작은 딸 애나(미아 와시코브스카)가족이 엄마 집에 시간차를 두고 도착한다. 자매는 안 본 사이 서로 쌓였던 감정을 터뜨리지만 이내 엄마를 위해 참는다. 유일하게 가족이 아닌 엄마의 친구(린제이 던칸)도 초대받았다. 어색하지만 어색하지 않은 듯 서로 음식을 먹고 산책을 하고 저녁을 재밌게 보낸다. 그렇게 마지막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엄마는 다음날 준비한 죽음을 맞이하려 한다. 그런데 날이 밝자 처음부터 엄마의 자살을 반대한 작은 딸과 자살도 엄마의 선택이라며 찬성한 큰 딸이 모두 갑자기 엄마의 자살을 반대한다. 아빠(샘 닐)와 엄마의 친구가 내연의 관계라는 것이다. 엄마는 어떤 말을 하며 끝내 어떤 선택을 할까.
영화 <완벽한 가족>은 가족이라는 울타리에 안락사 또는 자살이라는 무거운 양(주제)을 들여 놓았다. 안락사라는 무거운 양이 그 무게에 짓눌려 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 주저앉을지, 아니면 울타리를 뛰쳐나올지를 관객에게 지켜보라고 한다. 더 이상 가망이 없는, 몇 주 뒷면 상태가 더 나빠져 병실에 누워 인공호흡기와 주사로 의식 없이 몇 달 살아야 하는 엄마, 그 엄마의 선택은 가족 앞에서 행복한 하루를 보내고 편안하고 과감히 저세상으로 가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가족이다. 엄마의 안락사(자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엄마의 선택을 존중해야 하는가. 아니면 막아야 하는가. 그렇게 가고 난 뒤 가족들의 삶은 어떻게 될까! 정말 행복할까.
이런 주제를 위해 감독은 안락사라는 엄마의 선택에 내연의 관계라는 막장적 요소를 살짝 덧칠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을 다루는 데는 전혀 막장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엄마는 자신이 떠나고 나면 남게 될 아빠가 자신의 절친과 사랑하는 사이기 때문에 안락사를 선택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남편이 먼저 떠난 자신만을 생각하며 너무 슬퍼하며 살지 말라는 것이다. 세상에 이렇게 쿨한 여자가 있을까. 남편과 절친이 이전에도 어느 정도 내연의 관계였는지는 정확히 나오지 않는다. 다만 영화는 이별이 무엇이며 어떻게 떠나보내야 하는가를 묻고 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이 죽고 나면 배우자에게 평생 혼자 자신만 생각하며 살라고 하고, 어떤 이는 자신이 죽고 나면 좋은 사람 만나 잘 살라고 한다. 영화에서 주인공 릴리는 후자를 선택하는 꼴(떠나는 사람의 배려인지는 모르겠으나)로 나오지만, 단순히 이런 문제를 넘어 영화는 가족(간 사랑)과 안락사라는 소재에, 이별이라는 주제를 엮어 묵직한 울림을 주고 있다.
가족은 무엇이며 가족 간 사랑은 또 무엇인가! 가장 소중한 것이 가족이라면 그 가족의 안락사라는 죽음의 선택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결국 가장 소중한 엄마, 가족의 이별을 우리는 어떻게 성찰하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행복한 추억을 남기며 떠나보내는 애도가 나은지, 아니면 병든 모습에 온갖 희로애락을 드러내는 애도가 나은지…
참 어려운 문제다. 영화는 뒷마무리마저 너무 쿨하다. 엄마가 떠난 집을 남은 가족들이 한 명씩 나오면서 끝난다. 어떤 감정이었는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장면과 쇼트가 너무 담담하다.
이별,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것도 가족의 이별을, 엄마와의 이별을! 영화를 보는 내내 이런 저런 노병이 점점 깊어져 빨리 저세상 가고 싶다는 노모가 생각나 눈물이 줄줄 흘렀다.
PS: 원제가 왜 Blackbird 인지 모르겠다. 비틀즈 노래 제목인데 그 노랫말에 ‘당신 생애 내내 날아오르는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었잖아요.’가 나오는데 엄마의 안락사 선택, 즉 죽음이 그렇다는 의미로 쓴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