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6411>
어떤 무식한 사람은 정치에 신경 써서 뭐하냐고 말한다. 정치에 관심 둬서 뭐하냐고 말한다. 한국의 정치가 워낙 저질이라 하소연 하는 말이 라면 모를까, 그게 아니면 말 그대로 무식한 말이다. 서민의 일상에 가장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정치다. 가령, 코로나 사태로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주는데 그 대상을 전국민으로 할지, 일부로 할지에 따라 바로 국민의 정서와 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또 얼마나 많이 지원금을 푸느냐에 따라 국민의 삶이 달라진다. 프랑스나 독일 등 유럽은 한국에 비해 수 십 배나 더 돈(재정)을 풀었다. 그래서 팬데믹임에도 자신들이 다니는 회사에서 짤리지도 않고 안정적으로 지금도 잘 다니고 있다. 이처럼 정치는 국민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우리는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더 간절히 말하면 제대로 된 정치인을 뽑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누워서 침뱉기를 넘어 누워서 칼 던지기가 된다. 잘못된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을 뽑으면 서민을 죽이고 죽음으로 내모는 것이다. 그 예는 너무 많아 들 수가 없다. 이런 한국의 환경에서 한 젊은이가 정치에 자신의 생을 바쳐야겠다고 마음먹고 정말 후회 없이 한 생을 정치에 다 바친 후 스스로 목숨 끊은 사람이 있다. 바로 노회찬이다.
노회찬 의원이 사망한지 벌써 3년이 지났다. 이제야 라고 해야 할지, 벌써 라고 해야 할지 그의 정치 일대기를 다룬 다큐 영화가 나왔다. 노회찬 의원의 정치사를 어찌 두 시간으로 다 다루겠는가. 어떤 특정한 주제를 가지고 다루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영화는 단편적으로 그의 정치 인생을 죽 보여주는데 그치고 만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파노라마 사진처럼 그의 정치 인생을 훑어볼 수 있다. 그래서 음, 하며 진짜 정치인 노회찬을 음미해 볼 수 있지만 역으로 그래서 다소 아쉽다. 사진이나 영상이 부족해서 인지 아니면 첫 다큐라서 그런지 다소 부산스럽고 뭔가 긴밀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한다. 그러나 정치인 노회찬을 지나치게 영웅화하지도 않고 지나치게 눈물을 빼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의 첫 다큐라는 점에서 박수를 쳐 줄만 하다. 그래서 이 지면에서 나는 이 영화의 평보다는 한국의 정치에 대한 평을 해 볼까 한다. 이 지면에는 강한 주장이 있으니 불편한 사람은 보지 말기 바랍니다.
영화에도 나오지만, 나는 오래전부터 궁금한 것이 있었다. 왜 한국의 노동자와 서민들은 노동자와 서민을 대표(최소한 그들의 삶을 조금은 위하는)하는 당을 선택 내지 좋아하지 않고 재벌(좋게 말하면 국가 내지 전체의 이익을 대표하는)과 돈 많은 자들을 대표하는 당을 선택하고 좋아하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지금도 이해되지 않는다. 영화에서는 노회찬 입을 빌려 노동자를 대표한다는 민주노동당이 왜 노동자로부터 외면을 받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들의 처지와 입장에 밀착하지 못하고 거대 담론만 일삼았다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노회찬은 자신이 국회의원 선거에서 떨어졌을 때도 노동자와 서민들의 탓을 하면 안 된다고 했다. 나는 이 말에는 반만 찬성한다. 정치인들이 거대담론만 일삼고 그들의 삶에 밀착하지 못했다는 것은 맞다. 그렇다고 노동자와 서민들에게 문제는 없을까? 노회찬은 선택받아야 하는 정치인이니까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사람의 본성에 대해 부정적인 나는 특히 노동자와 서민에 대해서도, 그 본질에 대해 부정적이다.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 있다. 50억을 벌 수 있으면 감옥가더라도 비리를 저지르겠냐고 물어보니 그렇게 하겠다는 대답이 절반이 넘었다. 절반이라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30프로는 대답을 보류했고 절대 안 하겠다고 대답한 경우는 겨우 20프로 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는 누구나 내로남불이다(그렇다고 조국의 내로남불을 비난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조국과 민주당보고 내로남불이라고 엄청 비난했지만 자신을 보라. 내로남불아닌 자 있는가! 내로남불은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뜻이다. 팔이 안으로 굽지 밖으로 굽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내 자식과 남의 자식이 싸우면 무조건 내 자식 편들지 공정하게 평가해 내 자식이 잘못한 것을 알고 내 자식 야단치는 부모가 있는가! 50넘게 살고 있지만 그런 부모 본 적이 없다. 모두 사회, 정치 개혁하자고 하지만 절대 나만 빼고 하자는 것이 사람의 본성이다. 노무현보고 빨갱이라고 그렇게 욕하면서 노무현(정부가)이 노인연금 주니까 좋다고 받으면서도 노무현은 그래도 빨갱이라며 욕하는 사람들이 대한민국 노인들이다. 과연 이 사람들을 교육시켜 제대로 된 합리적 이성을 갖게 할 수 있을까! 절대 불가능하다.
일반적으로 평가하면 국민의힘은 재벌과 있는 사람들 편에 서 있다. 정책도 그런 정책을 편다(일반 정책과 세금 정책을 보면). 민주당과 정의당은 가급적 서민과 노동자를 위한 정책을 편다. 그럼에도 왜 노동자와 서민은 민주당과 정의당을 지지하지 않고 국민의힘을 지지하는가(지난 총선에 국한하지 말라)! 그 이유를 서민의 삶에 더 다가가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해석이 될까? 아니다. 서민(노동자)은, 아니 사람은 근본적으로 보수에 있고 내로남불이기 때문에 자신이 현재는 권력이든 돈이든 없는 사람이지만 없는 사람 편을 들기는 뭔가 찝찝한 것이다. 언젠가는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강한 욕망이 있기 때문에 없는 사람들 편을 드는 당을 지지할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내로남불(이율배반)이고 지질함이고 비겁함이고 무지함이다. 단지 일상의 어려움 때문에 현재를 바꾸고 싶지 않아서 보수가 된 것(보수를 지지하는 것)이 아니다.
작년에 코로나로 대학가에서 온라인 수업을 하니 대학생들이 수업 질이 떨어져 등록금을 반환해 달라고 데모했다. 소송도 했다. 나는 이 주장과 데모에 동의한다. 그러나 실상은 이와는 전혀 딴판이다. 막상 어렵게 대면 수업을 하니 왜 대면수업을 하냐는 듯 엎드려 자거나 수업 내내 톡을 하거나 심지어 게임을 하는 대학생이 수두룩하다. 이를 어찌 볼 것인가! 실제 아직 코로나가 종식 안 되었는데 왜 대면수업하냐고 대놓고 교수 와 대학을 욕하는 학생도 있다. 이런 학생도 있고 저런 학생도 있는 것 아니냐고? 글쎄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나는 사람의 근본적 본성에 부정적이라 그런 말을 좋아하지 않고 믿지 않는다. 사람은 절대 내로남불적이고 이율배반적인 존재다. 나를 포함해 그들의 본성이 비겁하고 찌질하고 무식하니 그들의 삶이 바뀌지 않는 것이다. 영화에도 나온다. 노회찬이 노원구 국회의원 선거에서 노원구 서민들은 인간 노회찬을 진짜 정치인으로 보면서도 투표로 찍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게 사람이다, 서민들이다. 지역을 위해서 아무래도 돈 많은 정치인, 돈 많은 정당을 뽑아야 하지 않겠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서민들이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은 것이다. 그런 욕망 때문에 그런 무식한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믿음에는 내로남불과 이율배반적인 본성이 깔려 있다. 독한 시어머니한테 당한 며느리가 시어머니가 되면 그 역시 독한 시어머니가 되고, 강한 자에게 폭력을 당한 사람이 더 약한 사람에게 폭력을 가하는 법, 그것이 사람의 본성이다. 그것을 악의 평범성이라고 부르든 죄(악)의 대물림이라고 부르든 사람의 본성은 악하고 이율배반적이다.
사람은 무식(무지)하다. 주위 사람들 정말 무식하다. 우주여행하는 이 때 영성으로 코로나를 물리칠 수 있다고 말하지를 않나, 백신 맞으면 정신을 조종당한다고 하지를 않나 문재인을 여전히 빨갱이라고 고함치는 사람이 있지를 않나… 극히 일부의 천재가 인류의 문화를 이렇게 발전시켰을 뿐 사람은, 인류는 구석기 이래 호모 사피엔스 이후 한 치도 진화하지 않았다. 그래서 무식한 것이다. 그렇다보니 내로남불이 되는 것이고 이율배반이 되는 것이다. 선후가 바뀌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인간의 본성은 악하고 부정적이고 무식하다. 전혀 개선될 가능성이 없다. 그래서 미안하지만 노회찬의 희망, 즉 진보 정당이 다수당이 되고 대통령을 배출할 일은 이 대한민국 땅에서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오징어 게임(마지막 남은 한 명에게 500억 주고 대신 나머지는 다 죽이는)’처럼 몰살하는 것이라면 모를까. 말을 꺼냈으니 오징어 게임을 보라. 게임에 참여한 사람들이 게임에서 지는 사람을 죽이니까 이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게임을 중지해야 한다고 항의하니 주최측에서 엄청난 돈을 보여준다. 이기면 이 돈 다 가져가는 것이라고. 그러니 다시 이 게임을 하려고 한다. 그게 사람이다. 결국 한 사람 남을 때까지 다 죽고 마지막 한 사람이 500억을 받으려고 하는 것, 그 정도로 무한한 욕망과 이기심을 가진 존재가 인간이다(안 그런 측면도 나오지만).
오징어 게임처럼 몰살해서 정신 못차리는 무식한 인간 모두를 몰살하면 모를까 노회찬이 꿈 꾸는 세상은 오지 않을 것이다. 내가 30이었을 때 그때의 50이후들이 다 죽는 날이 오면 노회찬과 노무현이 꿈꾸는 세상이 될 것이라고 믿었고 많은 젊은이들이 그렇게 말했다. 그런데 그 믿음은 절망이 되었다. 지금의 2030들을 보라! 그들의 극우화를 보고 있으면 이 사회는 절대 바뀌지 않을 것임을 직감할 수 있다. 세월호 천막 농성하는 유가족을 향해 비아냥거리면서 피자 먹고 짜장면 먹는 젊은이들을 보라. 일베와 워마드에서 혐오를 노골화하는 것을 보라. 젊은 2030들이 이럴 수 있다는 것, 나 때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다. 절망적이다. 그것이 기성세대들의 잘못이건 신자유주의라는 구조의 잘못이건 사회는 이렇게 대물림되면서 전면적으로는 절대 바뀌지 않는 것이다. 대혁명으로 왕조시대에서 민주주의가 되었지만 그 내부를 자세히 살펴보면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갑질이 만연하고 부모찬스가 일상이 된 우리 사회는 여전히 계급 사회이고 계층간 이동은 불가능하다. 오죽하면 헬조선, 망한민국이라 하겠는가. 개혁이 아니라 새로운 대혁명이 일어나지 않는 한 바뀌지 않는다. 아니면 뉴질랜드 같은 사회민주주가 되면 지금의 망조든 대한민국이 살아날 수 있는 조그마한 대안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주장도 또 빨갱이라고 공격당할 것이다.
겉과 속이 일치한 유일한 정치인! 완벽하지 않았기에 부끄러움을 안 유일한 정치인 노회찬! 아니 10여 년 전에 먼저 간 인간 노무현도 있었지. 대한민국의 정치사에서 겉과 속이 거의 같아서 자신들의 티끌 같은 잘못을 부끄러워해, 그 부끄러움을 결단코 용서하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정치인 바로 노무현과 노회찬이다!!! 이런 정치인을 보지 못하는 우리 인간들, 서민들이 있기에 이 땅에 희망이 없는 것이다.
PS: 일제 때 독립의 방향을 두고 의견 대립이 심했다. 실력양성론과 무장투쟁론이다. 이런 대립이 독립을 저해한다고 생각한 독립투사들은 신간회를 통해 좌우연합했다. 독립의 방향에 대한 생각은 다를 수 있지만 분명한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절대 악인 일제를 몰아내는 것이다. 일제를 몰아낸 후 노선 투쟁을 해도 늦지 않는 것이다.
이처럼 정의당은 정신차려야 한다. 당신들의 말처럼 민주당이 보수이고 정의당이 진짜 진보라면 이 사회의 악, 절대극우 국민의힘(제정신인 국힘의원들 제외)을 이 땅에서 몰아내는데 온 힘을 다 바쳐야 한다. 민주당과 연합해 하루 빨리 국민의힘을 몰아내고 없애야 한다. 그 이후에 민주당과 경쟁하라! 그 이후에 정권을 잡든지 하라. 국민의힘을 없애지 않고서는 부정적인 인간의 본성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없다. 인간의 본성을 바꾸기에 앞서 국민의힘을 없애야 한다. 그래야 인간의 본성이, 최소한 대한민국 서민들의 본성이 조금이라도 바뀔 수 있다. 인간의 본성을 바꾸지 못한다면 사회민주주의라는 정체 체제를 만들면 서민들의 본성이 조금은 바뀔 것이다. 이래야 노회찬이 바라는 평등하고 공정한 사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