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가는 길

by 방정민

집으로 돌아가는 길

1.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너무 허무하고 험난하다. 여기서 치이고 저기서 밟히는 인생, 집 한 채 없다. 집이 없어서 쉴 곳이 없다. 쉴 만큼의 일도 없다. 결국 이리 저리 헤매다 영혼 쉴 곳 없는 집으로 나는 간다. 터벅터벅 가는 길이 너무 멀다. 저 화려한 집들은 다 누구의 집인가. 영혼과 몸 모두가 블랙홀보다 무겁고 캄캄하다. 더 이상 쉬기 위해 존재하는 집은 없다. 무능의 발걸음과 패배의식의 얼굴은 인간의 것이 아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이제 없다.

그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내가 사라졌다. 흔적조차 없이 사라졌다. 4차원으로 빠졌는지, 외계인에게 납치당했는지 감쪽같이 사라졌다. 나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살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아파트 단지 앞에서 칼에 찔려 쓰러진 30대로 추정되는 남자 A씨는 아파트 경비원에 최초 발견되어 구급차에 실려 갔으나 끝내 숨졌습니다. 남자 A씨는 저녁에 친구와 술을 마시고 대리운전을 불러 아파트까지 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경찰은 대리운전기사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이 대리운전기사인 남자를 쫓고 있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묻지마 범죄 가능성과 원한 범죄 가능성도 열어놓고 수사를 펼치고 있습니다.’

내가 그 남자를 죽였나? 진실은 나도 알 수 없으나 경찰은 나를 찾지 못할 것이다. 왜냐고? 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석 달 전부터 하던 대리운전, 어제도 콜을 받고 대리운전을 뛰었다. 남자 손님이었다. 차 키를 받고 시동을 걸고 운전을 하는데 그는 얼큰히 취한 얼굴로 운전을 하는 나를 물끄러미 보더니 대뜸 물었다.

“김○○교수님 아니세요?”

“네? 아닙니다. 사람 잘 못 보셨습니다.”

“맞는 것 같은데. ◇◇대학에서 강의 안 하셨어요? 맞죠?”

“…”

대답 안 한 나에게 공격적이고 무례하게 그는 말을 이었다.

“시간강사인줄은 알았지만, 아직도 교수 못 되었어요? 어쩌다 이 일까지… 아무리 공부 많이 해봐야 소용없다니까. 실력이 부족해서 교수 못 된 거예요, 아님 백을 못 잡은 겁니까? 하긴 백도 실력이니까. 선생님 수업 하나도 기억 안 나는데 이건 기억나요. 카톡한다고 야단치고 잔다고 야단치고. 아니 무슨, 대학에서 학생이 무얼 하든 야단을 치고 지랄이야. 그것도 시간강사가. 그때부터 알아봤다니까.”

그는 실컷 떠들어댔다. 나는 한 마디 대꾸도 안 했다. 백미러를 통해 그를 살짝 보기만 했을 뿐이다.

“말하다 보니 벌써 다 왔네. 수고했어요. 자알~ 그리고 열심히 사세요. 지랄 교수님! 자 대리비!”

대리비를 받고 인사를 하고 돌아섰다. 그 이후 나는 기억이 없다. 그를 칼로 찔러 죽였는지 그냥 집으로 돌아왔는지. 그는 죽을 만했는가. 죽을 만한 짓을 하는 사람들이 세상에는 너무 많다. 이런 저런 이유로 법은 나약하기 그지없고 죄 지은 사람은 너무 당당하게 잘도 살아간다. 인간의 역사 이래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는 말은 완벽한 거짓말이다. 언제나 못난 사람만 당하고 사는 세상, 그런 사람을 위한 이론이나 철학은 없다. 있는 척 할 뿐이다. 설령 그런 철학이나 이론이 있다고 해도 현실을 전혀 바꾸지 못한다. 현실을 전혀 바꾸지 못하는 이론은 이론이 아니다. 그런 책은 책이 아니다. 그렇다고 그의 죽음이 마땅한 것인지는 아리송하지만 어쨌든 그는 죽었다. 잘 죽었다. 쓰레기 하나 지구에서 치워졌다.

이런 생각에 휩싸이다보니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항상 힘들다. 외롭다. 세상의 부적응자 나를 사회는 받아들이지 않았고 나는 끊임없이 하락하고 있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현실, 그 더러운 현실이 나를 부적응자로 만들었고 외롭게 만들었다.

힘들게 일하고 난 후 편히 이 몸 하나 누일 곳 마땅치 않았다. 평생 고시원과 원룸을 전전하다 재개발이 무산되어 사람들이 다 떠나고 없는 귀신집에 나는 들어왔다. 정식으로 내 돈으로 사고 들어온 최초의 나의 집이다. 다 허물어져 가는 작은 다세대주택 3층의 한 가구다. 17평에 단 돈 삼천 만원. 저소득 특별분양이라는 혜택으로 10년 거주 후 내 집이라는 조건으로 산 집이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집에 10년 거주조건이라니 어이가 없다. 설령 이것이 아니라도 이런 귀신 나올 것 같은 집이 왜 삼천만 원이나 하는지 모르겠으나(부동산업자는 개발되면 대박 날 거라며 나를 꾀였다. 개발 될 가능성이 1도 없는 버려진 동네라는 것을 뻔히 아는데), 아무튼 내 평생 내 돈으로 산 집이다. 바로 10분 거리 앞에는 재개발되어 엄청 화려한 아파트가 있다. 한 채에 십억이 넘어가는 아파트다. 졸부가 된 사람들이 꽤나 된다. 어쨌든 십억 하는 집과 삼천만 원의 집이라… 그렇게 세상은 잘도 어울려 살아간다. 이 집에서 나는 살아 있는 존재도 아니고 죽은 존재도 아닌, 아닌 존재로 살아간다.

나는 이제 이 집에서 때때로 아픈 사람으로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때때로 멀쩡하게 살아갈 것이다. 경찰이 침대에 누워있는 내 집으로 들어왔다. 이 다주택 건물 관리인과 함께였다. 내 집 열쇠를 가지고 있는 관리인이 마구잡이로 쳐들어 온 것이다. 경찰이 관리인에게 물었다.

“그러니까 이 사람이 반신불구입니까?”

“그렇다니까요.”

“그럼 이 사람 케어는 누가 합니까?”

“일주일에 두세 번 구청에서 보호사인가 뭔가 하는 사람이 와서 돌봐주고요, 또는 이 사람 형 같은 사람이 가끔 오던데.”

“이 사람 형이 있어요?”

“그런 것 같은데. 나야 잘 모르죠. 직접 물어보세요,”

그제야 경찰이 침대에 누워 있는 나에게 말을 걸었다.

“저 경찰입니다. 김○○ 씨 됩니까?”

나는 눈을 슬쩍 흘기고는 귀찮다는 듯 무표정하게 말을 받았다.

“네. 그런데요. 무슨 일이죠?”

“실례지만 언제부터 누워계셨죠? 장애 말입니다.”

“작년부터요. 뉴스 봤는데 30대 남자 살인사건 때문이죠? 근데 왜 절 찾아오셨죠? 전 보시다시피…”

“잘 아시네요. 목격자의 진술도 그렇고 발자국, 지문 등 정황이 이 집을 가리키고 있어서요. 죄송하지만 지문 좀 찍어주세요. 그리고 그쪽 형은 어디 있습니까? 같이 안삽니까?”

“막노동 하는 사람이라 타 지방에 가면 몇 주에 한 번 오기도 하고 몇 달에 한 번 오기도 합니다. 여기 형 번호입니다. 조사 해보세요.”

경찰은 나의 당당하고 대범한 말에 짐짓 놀라는 듯했다.

“그럼, 실례 많았습니다.”

실례라… 세상은 참 실례를 많이 하지. 아니, 실례만 하면 정말 좋은 세상이지. 무시와 차별, 갑질은 일상이 된 지 오래고, 그 억압은 내면화되거나 아니면 분노로 폭발하고 있었다. 나는 그 한 가운데 있었다.

2.


‘2030세대들의 취업난이 날로 심각해지는 가운데 주거난도 더욱 어려워져 2030세대들이 직장을 구해 집을 구하는 데는 한 푼도 안 쓰고 30년을 모아야 겨우 서울의 집 한 채 살 수 있다고 합니다. 사실상 직장을 구해 집을 살 수 없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보니 2030세대들은 결혼과 출산을 자연히 포기할 수밖에 없는데요, 그 원인은 바로 586세대들의 기득권으로 밝혀져 2030세대들의 586세대들에 대한 분노와 원망이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나보다 돈 더 잘 버는 2030들이 얼마나 많은데 무슨 소린지. 아니 나보다 못 버는 2030들이 어디 있냐고. 사회 구조적인 시각, 모순적인 사회 이면을 보지 못하는 대한민국의 언론들이란 항상 유행에만 민감해 현실에 눈 감을 뿐만 아니라 마치 서바이벌 예능처럼 뉴스를 중계하니 기레기라는 말을 듣는 거야.’

혼자 중얼중얼 해봐야 알아주는 사람 하나 없다. 인문학 강사 10년 넘게 하는데 요즘엔 강사료가 한 달에 50만원 전후다. 학생 수가 줄어드니 학교에서는 제일 먼저 돈 안 되는 인문학 강의를 줄였다. 한 학기에 8학점 주던 때가 벌써 호강에 겨운 옛날이 되어 버렸다. 그때도 한 달에 150만 원 정도로 잘 버는 것이 아니었는데, 지금은 3학점만 준다. 한 달 강의료는 50만 원 정도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 이걸 강사료라고 주는 건지. 이걸 받고도 그만 안 두고 계속 대학에서 강의하는 나도 내가 이해되지 않는다. 천민자본주의는 대학에서 제일 강하게 작동되고 있었다. 그런데도 언론에서는, 뉴스에서는 연일 586이 기득권이고 그들이 좋은 일자리, 좋은 주거 다 차지해서 2030세대들이 돈을 못 번다고 하니 나는 어느 나라 사람이고 어디에서 살고 있는가. 내 나이 50인데.

먹을 것이 없다. 돈도 없다. 다시 새벽시장에 나가야 한다. 강의 없는 날에 틈틈이 새벽시장에 나간다. 그래야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엔 새벽시장에 나가도 일거리가 없을 때가 많다. 있어도 나 같은 사람 안 쓰거나 내 순서까지 안 와서 그냥 허탕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때가 많다. 그런데 그날은 운 좋게 인력사무소에서 나한테도 일거리를 주었다. 여러 명 타는 트럭에 끼여 앉아 막노동 하는 곳을 갔다.

뭐든지 처음이 어렵고 힘든 법, 이 일도 몇 번 하다 보니 할 만하다. 어쩌다가 어쩌다가… 이런 생각에 내가 나를 죽이고 싶을 정도로 내가 밉고 부끄러웠지만 그것도 잠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다. 적응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여기 와서 느낀 것인데 의외로 이 일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사람도 많다. 고학력자도 더러 있고 한 때 대기업에 다니던 사람들도 가끔 있다. 한 마디로 이 일에 어울리지 않을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경험하고 나니 막노동일도 할만 했다.

힘겹게 오전 막노동을 하고 함바 식당에서 점심을 혼자 먹고 있는데 옆의 일군의 사람들이 같이 먹자고 해서 못이기는 척 같이 점심을 먹었다. 입이 험한 사람도 있지만 점잖은 사람들도 꽤 있다. 사람들끼리 말하는 것을 들어보니 여기도 하청에 재하청으로 공사를 하는 곳이다. 이런 공사장에서는 더욱 몸조심해야 한다고 서로를 챙긴다.

“어느 공사나 마찬가지지만 여기도 하청에 재하청을 하는 곳이라 공사비를 중간에서 삥땅하다보니 건설자재가 다 싼 것이야. 거기다 시멘트 두께도 규정의 반밖에 안 되고 철근도 3분의 2밖에 안 되니 공사 마무리할 때까지 우리 몸 조심해야 한다고. 다들 알아들었지?”

점심을 먹고 나른한 몸으로 오후 공사를 시작했다.

“어이 김 씨. 여기 좀 잡아 줘요.”

조금 전 같이 점심을 먹으면서 이 공사 비리에 대해 말하던 사람이 나를 가리켜 불렀다. 나는 하던 삽질을 멈추고 거기로 갔다.

“이렇게 잡고 있으면 됩니까?”

“그렇지. 내가 호스 가지고 올 테니까 잡고 있어.”

그 순간이었다. 내가 서 있던 지지대가 쩍 하고 갈라지더니 순식간에 와르르 무너졌다. 나는 3층 높이에서 떨어졌다. 우르르 사람들이 모여들고 웅성거렸다. 사람들은 내가 죽었다고 말을 했다. 내 주위에선 피가 나를 흥건히 감싸 안았다. 이 사건이 과거였는지 현재인지 기억에 없다. 도무지 모르겠다. 내가 과거에 살고 있는지 현재에 살고 있는지.

유튜브에서는 난리다. 아니 정식 매체인 신문에서도 난리다. 심지어 공중파 뉴스에서도 대서특필이다. 내가 30대 A씨를 죽인 범인이라고 단정하며 당장 붙잡으라고 시위까지 한다. 어떤 유튜버는 나를 잡아 목을 치라고 떠들어댄다. 그 반대의 주장을 펼치는 유튜브나 신문, 뉴스도 많다. 장애인으로 누워있는 내가 어떻게 범인일 수 있냐고 반문한다. 그러나 내가 장애인인척 연기하는 것이고, 24시간 감시하면 거짓말이 들통 날 것이라며 나를 악질 지능범으로 단정해서 뉴스를 내보낸다. 영화를 많이 본 탓이다. 언로 공해가 심각한 가운데 국민들은 자기가 믿고 싶은 언론만 소비하며 정의로운 척 지저댄다. 누가 인간을 합리적 동물이라고 했는가. 우주여행을 시작한 21세기, 인간은 신석기 이래 조금도 진화하지 않았다.

유명해진 나는 이제 공사장에서 막노동하기는 다 틀렸다. 그럼 다시 대리운전을 해야겠다. 갑질하거나 무례한 A 씨 같은 사람을 만나더라도 이제 제발 참자. 아니 그렇다고 내가 A 씨를 죽인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기억에도 없을뿐더러 결코 나는 잡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 바로 나다.

대리운전을 하기 전 해야 할 일이 있다. 공사장 업무를 담당했던 하청업체 사장을 찾아갔다. 산재처리를 해달라고 했고 병원비를 달라고 했다.

“산재처리를 해 주셔야 불구가 된 제 동생 평생 먹고 살 수 있습니다. 제발 산재처리 좀 해주세요.”

“알다시피 우리 회사는 책임이 없어요. 본사로 찾아가 보세요. 막말로 우리 같은 영세업자가 하루 하루 새벽시장에서 사람 쓰는데 그 사람들 다쳤다고 일일이 산재처리 해줬다간 바로 망해요.”

“그래도 본사에서는 자기들 책임이 아니라고 합니다. 본사는 벌써 여러 번 다녀왔다고요. 계약 상 이 회사에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라고 하던데요. 본사와 맺은 계약서 좀 보여주시죠?”

“아니, 그걸 왜 그쪽에게 보여줍니까? 허튼 소리 하지 말고 빨리 나가세요. 안 그럼 경찰을 부를 테니. 정 억울하면 법대로 해. 우린 산재처리도, 병원비도 못 내주니까.”

“뭐라고요? 말 다하셨습니까?”

“말이고 뭐고 간에 우린 한 푼도 못 줘. 본사에 가서 때를 쓰든가 법대로 하든가. 우리 회사도 당신 같은 사람들 써서 괜히 손해를 많이 봤다고. 평판에도 금이 갔고. 당신들 때문에 피해가 얼마인지 알아? 손해비를 받아도 뭐할 판에.”

“그걸 말이라고 해? 계약상으로도 당신들 책임이고, 무엇보다 당신들이 불법으로 공사를 해서, 즉 부실 공사를 해서 이 사고가 난 거 아닙니까?”

“뭐라는 거야 이 사람이. 부실공사라니. 죽고 싶어? 당장 꺼져!”

나는 사람들에 의해 끌려나왔다. 분노가 하늘을 찔렀다.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보다 하찮게 여기는 인간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 생각은 이미 옛날에 포기했다. 없는 사람들이 살기엔 이 나라는 나라가 아니었다. 있는 자에게는 천국, 없는 자에겐 지옥인 나라가 이 나라 아닌가! 망한민국, 망할 민국 헬조선이 대한민국이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을 뿐인데, 편히 쉴 작은 집이 필요했을 뿐인데 사회는, 국가는 이 작은 소망 하나까지 무참히 짓밟았다.

‘어제 저녁 작은 건설업을 운영하는 B 씨가 자신의 아파트 근처에서 칼에 찔려 사망했습니다. 이웃 주민이 B 씨를 발견하고 바로 경찰에 신고하였는데, 5분 만에 도착한 경찰은 B 씨를 즉시 병원으로 옮겼지만 이미 심정지 사망의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주변인과 회사 사람들을 상대로 수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사망 전 B 씨와 언쟁을 벌인 남자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이 남자의 신원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B 씨도 내가 죽인 것인가! 이 또한 기억이 없다. 내가 형으로 위장해 B 씨를 칼로 찔러 죽였는가. 그랬다면 이 또한 죽어 마땅한 자인가. 사악한 악마를 내가 죽인 것인가. 그렇다면 이런 악마들을 죽인 나는 누구인가. 영웅인가, 또 다른 악마인가, 세상이 사악하고 괴물이니 나도 괴물이 되어 가는 것일까? 어떻게 내가 연쇄살인마가 되었는가? 어떻게 불구가 된 내가 살인을 할 수 있었는가. 위장을 했다면 그건 가능한 것인가. 내가 아니면 누가? 도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 이 세상에는 너무 많다. 그들도 집으로 가는 길에 죽었고 나도 그저 집으로 가고 싶었을 뿐인데. 그 집으로 가는 길이 너무 험난하고 멀다.

3.


나는 다시 불구가 되어 집에 누워 있다. 귀신이 나올 법한 허름한 집에 불구가 되어 누워 있다. 무엇이 나를 불구로 만들었고 다시 비장애인으로 만들고 있는지, 상황에 따라 나는 내가 아닌 존재가 된다. 그러다 다시 나는 내가 된다. 누워만 있다 보니 배가 무척 고팠다. 먹을 것을 사러 밖을 나갔다. 집에서 2분 거리에 있는 마트에 가려고 했다. 그러자 바로 옆 아파트에서 일하는 경비가 나에게로 와서 말한다.

“이쪽 길로 가면 안 됩니다. 저쪽으로 돌아서 가세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이 길이 당신 길입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말이 됩니다, 이 나라에선. 당신은 임대보다 못한 재건축이 무산된 주택에서 사니까 이 길로 다니면 안 됩니다. 옛날 같으면 당신은 노비란 말입니다. 어디 감히 격에 안 맞게 땅값, 아파트값 떨어지게 함부로 이 길로 다니려고 그래.”

“뭐요? 이런 갑질이 어딨습니까?”
“갑질 좋아하네. 같은 동네에서 살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봐주는 줄 알아. 그게 혜택이야. 당신 같은 사람은 죽어 마땅한 존잰데 우리가 마음이 좋아 혜택을 주는 거라고.”

분노가 하늘을 찔렀지만 어쩔 수 없었다. 너무 어이가 없어 말도 나오지 않았다. 한참을 서 있다가 배가 너무 고파 길을 돌아 2분이면 가는 마트에 10분 걸려 도착했다. 그런데 그 마트 주인의 태도는 더 가간이었다.

즉석밥과 달걀, 통조림을 사서 계산대에 섰다. 그러는 동안 어딘 가로부터 마트 주인은 문자를 받았다. 그러자 마트 주인이 경멸의 눈으로 나를 보며 무미건조하게 말한다.

“당신 같은 사람한테 물건 안 팔아요. 다시 제자리 갖다 놓고 나가세요. 당신은 이 마트에 오면 안 되고 저기 구멍가게에 가세요.”

“뭐라고요? 사람 차별합니까? 이건 불법입니다. 정당한 사유 없이 상인이 손님한테 물건을 안 팔면 안 되는 거라고요.”

“당신 같은 사람한테 물건 안 파는 게 정당한 사유입니다. 고발하려면 하든지, 암튼 빨리 나가!”

마트 주인은 내 손에 들린 물건을 가로채더니 나를 밀쳤다. 나는 억지로 마트에서 끌려 나왔다. 비참함이란 이런 것인가. 너무 기가 막혀 어안이 벙벙했다. 뉴스에서나 듣던 일이 나에게 벌어졌다. 이건 말 그대로 지옥이다. 단순히 차별의 문제가 아니다. 이 어찌 사람 사는 세상이란 말인가. 조선시대보다 더한 신분사회다. 돈으로 재영토화된 끔찍한 신분사회가 21세기 대한민국이다.

을들끼리의 다툼이란… 다투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의식이 부족한 이들과 노예근성, 이 사회에 대한 무관심과 혐오, 각자도생과 같은 이기심이 권력과 자본이 없는 을들끼리 싸우게 만들고 있다. 이런 사회 구조를 만든 이들은 편안한 자신의 집에서 을들끼리 싸우고 다투는 것을 시청하듯 즐길 것이다. 음침한 웃음을 띠며. 이것이 더 비참하고 혐오스러운 것이다. 진정한 비참함!

한 사람씩 죽여서 될 일이 아니다. 사회 전체를 폭파해야 한다. 설득해서 될 일이 아니다. 차별과 이기심과 탐욕은 인간 본성의 문제다. 악하다, 전체가 악하다, 인간이 악하다. 이 악함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사회를 어떻게 개선시켜야 하는가. 평등과 박애에 대한 혁명의 의지는 이미 구시대의 유물이 된 지 오래고 누구나 피라미드의 꼭대기로 올라가기 위해 서로를 부정하고 무한정 탐욕한다. 희망이 없다. 이 희망 없는 사회를 그냥 놔두는 것은 죄악이다. 작은 죄악으로 큰 죄악을 다스릴 것이다. 나라도 나서야 한다. 괴물이 되어야 한다.

며칠이 걸리지 않았다. 사제 폭탄을 준비했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도와주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카페회원들이다. 이 카페 사람들은 나처럼 그저 열심히 일하고 난 후 집으로 돌아가 편히 쉬고 싶었던 사람들이다. 이런 지극한 일상의 소원을 이룰 수 없었던 사람들이 이 나라에는 너무 많다. 집으로 돌아가기가 너무 힘들거나, 편히 쉴 집이 없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이 사람들도 나처럼 불평등과 차별이 만연한 이 사회를 날려 버리고 싶었던 것이다. 일은 착착 진행되었다. 각 분야의 일가견이 있거나 손재주가 있는 사람들이 이 카페엔 많아 각자가 맡은 것을 잘해 주었다. 드디어 디 데이(D-Day)가 정해졌다. 재개발로 벼락부자가 된, 그래서 갑질의 가해자로 변질된 내가 살고 있는 마을의 아파트를 본보기로 날려 버릴 것이다. 카페 회원 모두가 한 자리에 모였다.

“회장님! 이제 준비는 다 끝났습니다.”

“그럼 모두 각오는 되어 있는 거죠?”

“네!”

회장인 내가 마지막으로 외쳤다.

“우리는 무두 평등하다고 배웠습니다. 우리는 모두 귀하다고 배웠습니다. 우리는 모두 행복할 권리가 있다고 배웠습니다. 그러나 사회는 불평등하고 우리는 개돼지 취급당했으며 우리에겐 행복은커녕 죽지 못할 불행만이 있습니다. 우리 모두 열심히 살았습니다. 저들보다 결코 게으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우리에게 돌아 온 것은 손가락질과 가난뿐이었습니다. 이 사회는 더 이상 희망이 없습니다. 계속 당하기만 하면 저들만 배부르고 우리는 이 지옥에서 영원히 헤쳐 나오지 못합니다. 결기합시다. 모두 죽을 각오로 대동단결합시다. 차라리 죽음을 각오합시다!”

“와! 와~~”

카페 회원들의 기가 충만하다. 나의 격문이 울리자 회원들은 일제히 소리를 질렀다. 마치 프랑스 혁명을 하는 것 같았다.

카운트다운 ZERO와 함께 사제폭탄이 여기저기에서 터지고 무너지는 건물 사이로 뿌연 연기 같은 잿더미가 뿜어져 나왔다.

‘꽝꽝꽝꽝!’ ‘뿌이이양~~’

몇 분 지나자 아파트가 와르르 무너졌다. 한 동의 아파트가 옆으로 쓰러지며 다음 동의 아파트를 부수고… 이렇게 도미노처럼 아파트는 스르륵 무너졌다. 그러자 이어서 사람들의 소리가 작게 흘러나왔다. 무너진 아파트에 깔려 죽게 된 사람들과 가까스로 살아 무너진 아파트에서 빠져나온 사람들의 절규! 죽음을 갑작스레 맞이하게 된 사람들과 죽기 직전의 사람들의 고통을 넘어선 고함소리가 아파트 안에서 세어 나와 마을을 뒤덮었다. 아비규환이라는 말 이외는 표현할 수 없는 지옥의 울부짖음이었다.


4.

“당신은 이 세상에서 살 수 없습니다. 이 더럽고 추잡한 세상과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당신을 데려가겠습니다.”

“당신들은 누구입니까?”

“당신들이 외계인이라고 부르는 존재들입니다.”

“나를 어디로 데려가려는 겁니까?”

“갑질과 차별이 없는 세상으로 당신을 데려갈 겁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모두가 열심히 일하고 행복한 세상입니다. 그런 곳에는 차별과 억압이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런 세상이 있습니까?”

“지구에는 불가능하지만 지구 밖 세상에는 존재합니다.”

“결국 지구를 벗어나야 하는군요.”

“그래서 우리가 당신을 데리러 온 겁니다. 자, 가시죠. 그리고 지구 밖에서 지구를 내려다보시죠. 지구가 얼마나 엉망인지.”

“당신들 짓이군요. 어느 날 내가 공사장에서 사고로 불구가 되었는데 돈이 없어 일하러 나가야할 때는 멀쩡해지더라고요.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누우면 또 불구가 되고. 당신들이 날 조종했군요.”

“당신이 사는 지구에서는 아무리 발버둥 쳐도 삶이 바뀌지 않습니다. 그걸 깨우쳐주려고 한 것일 뿐입니다.”


나는 외계인을 따라 지구를 떠났다. 남들이 손가락질 하는 누추한 집이지만 살아내느라 지친 몸 하나 누일 집이어서 좋았건만 이런 작은 행복마저 무참히 짓밟아버리는 지구인들을 벗어났다. 이 지긋지긋한 지구를 떠났다. 그리고 저 아름다운 외계에서 더러운 지구를 내려다보았다.


5.


지역의 한 방송에서 아나운서가 멘트를 하고 있다.

‘◇◇지역 진실화회위원회가 드디어 설립되어 그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3년 전 ◇◇지역에서 아파트재건축으로 주민들 간 대립이 생겨 발생한 아파트폭파사건을 재규명하고 주민들 간 화회를 시도할 예정입니다. 이 아파트폭파사건은 재건축을 반대하는 주민, 즉 돈 없고 이주할 곳도 없는 가난한 주민들이 재건축을 찬성하는 주민에게 폭력을 가하고 급기야 아파트까지 폭파한 사건입니다. 당시 이 사건을 주도한 김○○ 씨는 현재 사망한 상태입니다. 주동자가 사망한 상태지만 주동자 김○○ 씨를 따랐던 동조자들은 교도소에 구속된 상태여서 이들을 잘 설득해 주민들 간 화회를 하기 위하여 시도되었습니다.’

방송을 보던 사람들이 한 마디씩 한다.

“저런 미친놈들은 죽여 버려야 해. 그것도 곱게 죽이면 안 되고 참수를 해서 본보기로 효수를 해야 해. 어떻게 저런 끔찍한 짓을 할 수가 있을까. 저것들이 사람이야?”

“맞아, 맞아. 죽여야 해.”

“그런데 말이야. 아파트를 사제폭탄으로 폭파할 수 있는 거야?”

“할 수 있겠지. 그럼 넌 정부의 발표를 못 믿는다는 거야?”

“아니, 그건 아니지만. 맞아 맞겠지. 저 놈들 죽어야 해.”

“근데, 아파트가 폭파된 거야, 다세대주택이 폭파된 거야?

“그것이 그것이지. 아파트인지 다세대주택인지가 뭐가 중요해?”

유튜버들은 더욱 심하다. 짜깁기 영상으로 거짓을 진실로 둔갑해버린다. 이 모두 돈 벌기 위한 짓거리이다.

‘안녕하세요. 셀럽 유튜버 찐실이입니다. 김 씨가 주동한 아파트 폭파모임영상을 제가 입수했습니다. 이 영상을 보면 김 씨와 그를 따르는 동조자들이 모여 작당하고 아파트를 폭파하는 등 우리사회를 내란선동한 것이 확실합니다. 격문을 읽는 이 자가 바로 김 씨이고 그 옆에 있는 사람들이 30년 형을 받은 이 씨이고…’

사람들이 모두 한 마디씩 한다. 진실에는 관심 없다. 자신들이 믿고 싶은 것만 믿으며 거짓정보를 확대재생산해 거짓에 거짓을 더해 욕을 한다. 내 뱉고 질러버리는 일회용 배설에 불과한 자들의 말이 난무한다. 그 결과 가난했던 그들은 졸지에 무도한 폭파범이 되어 있었다. 사회의 내란을 음모한 무도한 반역자가 되어 있었다. 정부와 모두에 의해.

한쪽에서는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진실화회위원회를 반대한다! 반대한다!’

온갖 더럽고 추잡한 소문들이 떠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진실에는 도무지 관심 없고 욕과 비난만을 뱉어댄다. 몇몇 개인이 만든 사제폭탄으로 아파트를 폭파할 수 있다는 생각은 어디에서 나왔는가. 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는데 바른 생각을 안 하려 한다. 전문가들이 이것은 개인의 짓이 아니라고, 사제폭탄으로는 절대 다세대주택이나 아파트를 무너뜨릴 수 없다고, 그리고 결정적으로 폭탄의 파편을 수거해 조사한 결과 사제폭탄이 아니라 아파트 폭파에 사용하는 고농축 전문폭탄이라고 아무리 주장해도 절대 믿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주장을 하는 전문가에게 갖은 비난과 욕을 다한다. 인간은 신석기, 아니 구석기 이래 한 치도 진화화지 않았음을 이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진실의 사건은 3년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집에 있는 나에게 재개발추진위원회에서 재개발 승인서를 작성하라고 윽박질렀다. 나를 비롯해 몇몇이 승인만 하면 재개발이 승인될 수 있다며 거의 협박이었다. 말이 좋아 재개발이지 나처럼 돈 없는 사람은 몇 푼 더 주는 돈 받아 나가야 한다. 사실 쫓겨 나가야 한다. 원주민에게 혜택을 준다고는 하지만 최소 5억은 더 내야 재개발되는 아파트에서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엄청난 투기들이 난무하고 있었다. 지분쪼개기, 주민등록 빌리기, 지분사들이기 등 온갖 방법들이 돈에 환장한 사람들의 탐욕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출 받을 형편이 못 되면 그냥 프리미엄 5천 받고 빨리 여기서 나가!”

“못 나갑니다. 그 돈 받고 다른 데서 아파트 살 수 없어요. 다시는 월세나 전세로 쫓겨 다니고 싶지 않습니다. 전 여기서 편안히 살고 싶습니다.”

“야이 이 새끼야. 너 때문에 우리 동네에서 우리 구역만 재개발이 안 돼 내가 사는 아파트가 정식으로 재개발승인을 못 받고 있잖아. 너 같은 루저들 몇 명 때문에 다 된 밥에 재 뿌려진다고. 너 말 안 들으면 죽을 줄 알아.”

“우리도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겁니다. 저와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요.”

“이런 장애불구 새끼가 입만 살아가지고. 어디 누가 이기는지 해보자.”

이렇게 극단적으로 두 세력이 갈라졌고 재개발이 늦어지는 바람에 재개발을 적극 추진하는 쪽에서는 정부와 모종의 거래를 했다. 나를 필두로 재개발 반대하는 쪽을 사회내란 음모 세력으로 몰아갔다. 선거를 위한 정치자금이 필요했던 정부와 재개발로 막대한 이익을 남기려던 재개발추진 세력들의 거대한 음모가 이루어진 것이었다. 아니 음모를 넘어 추악한 악마의 짓을 감행했다. 거악의 실체는 바로 이것이었다.

“저 쪽에서 재개발 반대 데모를 거세게 하려고 계획하고 있으니 이 참에 저 놈들을 제거해버립시다. 어차피 폭파될 다세대주택이니까 이참에 미리 저들이 사는 주택과 우리 쪽 빈 아파트를 폭파하고 저들 짓으로 몰고 갑시다. 저들을 빨갱이로 몰아버립시다.”

“그렇다고 저들을 포함해서 아직 저 주택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폭파하자고요?”

“찌질이 궁상 루저들이라고, 사회에 해악만 끼치는 살 필요가 없는 놈들이라고.”

아파트와 다세대주택 폭파는 그렇게 이루어졌다. 수십 명이 죽었다. 저들에 의하면 살 가치가 없는 사람들이었다. 사회에 해악만 끼치는. 그 속에 내가 포함되었다. 내가 왜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사람인지… 그저 열심히 공부해 학자가 되어 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는 사람인데 그런 내가 왜 사회의 악인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돈을 못 번다는 이유로 사회의 악이 되어야 하는 것이 이 나라에는 통했다. 푸념은 푸념이고 돈 만이 최선인 사회에서 나는 사회악이 되어버렸다. 악은 사회에서 제거되어야 했다. 그래서 쉬다가 집에서 죽어버렸다.

그렇게 너무나 한스럽게 죽어버린 나는 외계로 갔다. 외계인이 나를 데리고 갔다. 외계에서 보니 지구가 참 한심하다. 지구인이 참 딱하다. 억울하다는 것도 지구의 갇힌 사고가 아닐지. 아니면 억울하게 죽은 것에 대한 합리화인가. 지구 밖에서 한국을 내려다보니까 모든 것이 꿈만 같다. 그래도 이상해서 외계인에게 물어봤다.

“3년 전에 제가 지구에서 죽었으면 어떻게 내가 남자 A 씨를 죽였고 또 남자 B 씨를 죽였습니까? 저는 기억에 없습니다.”

“당신들이 모르는 지구의 시간이 있습니다. 시간은 직선적이지만은 않습니다. 의식에 따라 나선형이기도 하고 되돌아오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지구의 시간은 모든 것을 죽이죠. 그리고 모든 것을 거짓과 악으로 만들어버립니다. 잊어버리세요. 당신의 짓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닙니다. 심지어 경찰이 본 불구의 당신은 당신이 아닐 수도 있고 당신의 유골일 수도 있습니다.”

‘인기 유튜버 짜가입니다. 최근에 다시 조명 받고 있는 아파트 폭파사건의 김 씨 사건을 다루겠습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김 씨를 추적해왔는데요, 결론부터 말하면 남자 A 씨의 살인자는 같이 사업하던 사업 동업자로 밝혀졌습니다. 사업 도중 사이가 틀어진 가운데 상습적으로 A 씨가 자신을 무시하고 욕을 한다는 이유로 A씨의 아파트에서 A씨를 기다려 죽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남자 B 씨를 죽인 범인은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하청업자 사장으로 밝혀졌습니다. 하청에 재하청이 이루어져 공사대금이 삭감된 데다가 공사대금을 석 달 째 받지 못해 밥을 굶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B 씨는 고급골프를 치고 다니는 것에 격분해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죄로 밝혀졌습니다.

그런데 경찰이 본 김 씨의 불구상태는 미스터리로 남아 있습니다. 서류 상 김 씨의 형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는데요, 약 4년 전에 김 씨가 공사장의 사고로 불구가 되어 허름한 아파트에 들어와 지내고 있을 때 그와 같은 아파트에서 살고 있던 지인(이 지인은 카페의 회원으로 알려짐)이 김 씨의 형으로 사칭해 공사장 사장을 찾아갔다고 합니다. 대리운전은 김 씨가 5년 전부터 해오던 것으로 A 씨의 살인사건 전후로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의 카페회원의 일원이 대신해서 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아파트 폭파 직전 데모 모의도 김 씨를 대신해 카페 회원이 벌인 것이었습니다. 이들은 같은 처지여서 ‘내가 김 씨이다’라는 동지의식으로 똘똘 뭉쳤다고 합니다. 문제는 김 씨의 죽음인데요, 정부에 의하면 재건축을 반대한 김 씨와 그의 동조자들이 자신들이 사는 다주택건물 맞은편의 아파트를 폭파하려고 했다는데 왜 갑자기 자신들이 사는 다주택건물이 폭파되었는가 하는 겁니다. 또한 정부발표에 의하면 내란음모를 위해 동조자와 모여 있던 곳은 야외 인데 김 씨가 어떻게 자기 집에 있다가 죽게 되었는지 정말 X 파일 급 미스터리입니다. 항간에 떠도는 소문대로 정말 정부와 조합원의 합작품일까요? 정말 한국에선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 많기는 하죠. 아무튼 여러분도 오늘 무사하시길. 그럼 저는 물러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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