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롱대롱 동태 한 마리 매달려 있다

by 방정민

대롱대롱 동태 한 마리 매달려 있다


수십 년 만에 보았다

대롱대롱 동태 한 마리 매달려 있는 것을


매선 겨울바람을 맞으며

동태 한 마리 도심에 걸려 있다

사라진 줄 알았던

겨울철 동태 한 마리 아래로

한 아이가 서럽게 울먹인다

엄마! 엄마아!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누구를 그리 기다리는지

계속 울어대는 아이

곁으로 수많은 도시인들이 스쳐지나간다

고독한 낙조가 한 여인을 어슴푸레 비출 때쯤

아가! 아가! 추운데 왜 이러고 있니?

아이를 꼭 안은 여인 터벅터벅 비탈길을 올라간다

도시가 다 내려다보이는 하늘 아래 집

주름진 여인은 바람에 매달려 있는 동태 한 마리 떼어 내어

따뜻한 동탯국을 끊인다

김이 모락모락, 냄비뚜껑이 들썩들썩

그 사이로 비집고 나온 황홀(恍惚)한 동탯국 냄새

세상은 이제 막 어두워진다

사라진 줄 알았던 상처는 내 속에서 계속 덧나고 있었고

위태로운 아픔은 슬플 겨를 없는 우리의 외로움이 되어

그 외로움이 홀로 유령처럼 이 도시를 떠돌 때

그제야 깨닫는다

언제나 동태는 세찬 바람 맞으며

아스라이 도시에 매달려 있었다는 것을

아가! 너는 어디서 왔니? 나는 누구니?

여인은 짧았던 긴 한숨 내려놓고

어릴 적 아이 만나러 고이 꿈길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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