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린 나의 풍경화

by 방정민

내가 그린 나의 풍경화


바람이 분다 비가 내린다

안개 자욱한 비바람의 풍경이

평생 나를 가혹하게 가둔다

황폐한 시간과 의미 상실된 공간

나는 나이면서 내가 아니다

죽을힘을 다해 달려온 시간은

나의 시간이 결국 아니었고

더럽혀진 영혼이 헐떡이는 공간은

나의 공간이 끝내 아니었다

어디에도 없다 내가 없다

얼마를 더 아파하고

얼마나 더 좌절해야

시간과 공간이 나의 풍경이 될까

비가 멈추고 바람이 잦아든다 언젠가는

그때 나는 진짜 나를 찾을 수 있을까

찾을 수 없던 시간을 찾아 헤맨 나,

타인에 의해 그려진 풍경화가 아니라

이제 스스로 나의 풍경화를 그려야 한다

의미 있는 비를 내리고 바람을 그려야 한다

그렇게 거친 허무의 시간을 걷어내고

내가 그린 나의 풍경화에서

나는 흐릿한 시점이 되어

올곧이 내가 되어야 한다

끝끝내 피지 않아도 괜찮은 꽃 한 송이 살짝 그려놓고

아무도 보지 않아도 좋은

내가 그린 나의 풍경화 속

풍경들, 그리고 꽃 한 송이

♣ 시 후기: 누군가가 ‘넌 실패자야, 루저야’, 라고 말하면 ‘그래, 실패자라고 불러!’라고 답할 것이다. 이제 정말 누군가의 인식이 아닌 오로지 내 삶을 살 것이다. 내가 나만의 풍경화를 그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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