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의 나와 거울 밖의 나

by 방정민

거울 속의 나와 거울 밖의 나


거울 속에 내가 없다

거울 밖의 나도 내가 아니다

그 어디에도 내가 없다

어디에도 없는 나를

백이십 년 전 니체가 명명했고

백 년 전 이상이 따랐다

그 후 우리 모두는

니체의 아들이고 이상의 딸이다

그런데 니체도 병으로 일찍 생을 마감했고

이상도 사실상의 자살로 더 일찍 세상을 등졌다

부모 모두를 비정상적으로 잃은 우리는 태생적 정신상실자다

길을 파괴하며 길 아닌 길을 가는 아이

점점 멀어져 가는 길을 쫓는 아이

끝내 잃어버린 길에서 마냥 우는 아이

이 모든 아이가 거울 속에 갇혀 거울 속의 길만 찾고 있다

거울 밖의 내가 두려워서이다

무섭다 무섭다 모든 게 무섭다

안과 밖이 제멋대로 찢어진 세상

나는 내가 제일 무섭고 두렵다

이제 죽어버린 니체와 이상을 거울 속에 묻어두고

나는

거울 밖으로 나와야 한다 거울 밖으로

그러나

내가 아닌 내가

내가 될 수 있는 세상 속에서

나는 끝내 네가 될 것이다

상실된 구원이 시작되었다

♣ 시 후기: 현대인들은 모두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정신이상자들이다. 현대를 연 니체도, 니체의 사상을 시로 말한 이상도 그 후손인 우리 모두 정신상실자다. 구원은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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