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한 마리 지저귄다
덧든 봄날 아침 새 한 마리 지저귄다
창 밖에서 언제나 지져겼던 새
나는 이제야 새 소리를 듣는다
새가 지저귀는 동안
아버지는 시간의 윤회 속으로 떠났고
어머니는 시간과 공간의 주술적 경계에서 서성이고
그녀는 흐르는 노을만 말없이 지켜보고 있다
고맙다,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 하지 못했는데
시간은 흐르고 흘러
만날 수 없는 공간을 형성하고
아쉬움과 그리움만을 그 속에 켜켜이 쌓는다
왜 하지 못했던가, 그때
왜 듣지 못하는가, 지금
온전히 만날 수 없는 시간과 공간
알면서 후회하고
후회하면서 그리워하고
그리워하면서 만나지 못한 채
언제나 떠나보내야만 하는 잔인한 삶
새 한 마리 지저귄다
그 새소리가 들리는 지금
나는 변화하는 영원 속으로 들어간다
모두를 떠나보내고
나마저 떠날 준비하며
지는 노을을 한없이 바라본다
무엇을 기억하며
무엇을 간직해야 하는가
지저귀던 새 한 마리
날갯짓하며 훨훨 날아간다
♣ 시 후기: 어느 날 새 한 마리의 울음소리를 듣는 순간 내 머리가 띵하게 울렸다. 어떤 시간과 어떤 공간 속에서 나는, 우리는 무엇을 하며 살고 있고 어디로 가는지. 그리고 무엇을 간직해야 하는지. 삶이 무겁기도 하면서 가볍기도 하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