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부도의 날

by 방정민

<국가부도의 날>



언제까지 국민은 위정자들의 잘못된, 또는 의도적으로 잘못된 선택으로 고통만 받아야 하는가! 고통 후에도 다수의 국민들은 위정자들의 잘못을 다시 잊는다. 그러면서 위정자들은 언제나 국민 위에서 군림하고 상위 1%라는 위치에서 나라를, 사회를 자기 멋대로 가지고 논다. 언제나 호화로운 생활로 서민 위에 군림하는 자들은 위정자와 자본권력자들이고 소시민은 늘 고통 받고 억압받는다.


비정규직이라는 단어도 낯설던 때, 1997년 나라는 국가부도의 사태를 맞이한다. 모라토리움을 선언하지 않고 IMF 구제금융을 신청한다. 이 둘의 차이는 결국 두 가지다. 부끄러워도 국가부도를 국제적으로 선언하고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하느냐, 경제주권을 포기하고 대량실업과 비정규직을 양산하느냐다. 더 쉽게 말해 모라토리움 선언은 국민 모두가 어려움을 함께 이겨 나가자는 것이고, IMF구제금융은 경제주권을 포기한 채 상위 1%는 더 잘 살게 하고 대다수의 국민은 나락으로 떨어져 비참하게 살게 하는 것이다. 당시 위정자들은 후자를 선택하였다. 그 결과 현재 한국은 대기업은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내고 있고(재벌은 국민의 세금 투입, 정부지원 등으로 세계적 기업으로 발돋움했음) 다수의 국민은 비정규직으로 비참하게 살고 있다. 높은 실업률과 항시해고(비정규직)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자신의 노력으로 신분상승은 불가능해졌고 많은 국민들은 삶을 포기하고 비참한 생활을 하게 되었다. 급기야 조선과 같은 지옥이라며 ‘헬조선’이라 하고 자신의 조국이 망해버렸으면 좋겠다며 ‘망한민국’이라고까지 비아냥거린다. 이 모두가 20년 전 위정자들이 선택한 IMF구제금융 때문이다. 이렇게 될 것을 그들은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이 사회를, 이 나라를 그들만의 나라로 만들고 싶었으니까. 그것도 모르고 국민들은 장롱에서 잠자던 금반지와 금목걸이 등을 바쳐 대기업들의 부채를 갚는데 기꺼이(?) 기여하였다. 이때 수많은 협력업체와 중소기업들은 망해버렸는데 말이다. 참 한스러운 나라다! 순진을 넘어 어리석은 국민들이다! 그런데도 많은 국민들은 또 다시 자한당을 지지한다고 하니 참 개탄스러울 뿐이다!


영화는 이처럼 당시 IMF구제금융 신청 전의 상황 7일 간을 상세하고 드라마틱하게 보여준다. 크게 세 축으로 보여주는데, 하나는 당연히 정부나 재정 관료들의 무능함과 무지, 그리고 기만을 보여주고 있고, 한축은 이로 인해 겪는 소시민의 고통과 좌절을 보여준다. 그리고 마지막 한축은 이 국가부도의 상황을 기회로 삼아 자신의 이익만 챙기는 탐욕스런 투기세력을 보여준다.


나라의 위기 조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신 못 차리는 정부와 한국은행 총재(권해효)를 대신해 통화정책팀장 한시현(김혜수)은 국가부도를 경고한다. 뒤늦게 정부는 비밀리에 대책팀을 꾸리는데, 재정국 차관(조우진)은 의도적으로 IMF구제금융을 주장한다. 시민이 다 죽고 경제주권 빼앗긴다는 반대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바뀐 경제수석(김홍파)은 결국 IMF구제 금융을 신청한다. 그것도 국민을 끝까지 속여 가며. 이로 인해 작은 공장을 운영하던 소시민 갑수(허준호)는 망하게 되고 동료 사장은 자살한다. 이 국가부도의 위기를 이용해 투기로 떼돈을 버는 투기세력 윤정학(유아인)이 탐욕을 드러낸다.

영화는 결정권자의 무능과 잘못된 선택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리얼하게 보여준다. 당시 실제 사건을 위주로 긴박하게 보여주는데 화려한 액션이나 드라마틱한 반전 없어도 한시도 지루할 틈이 없다. 실화가 주는 힘일 것이다. 당시 위정자들이 얼마나 무능하고 무지하고 악의적이었는지, 또는 미국과 IMF가 얼마나 자본제국주의적이고 악랄한지, 그리고 나라의 위기를 자신의 탐욕으로 채우는 이기심 많은 투기 국민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당시 외환위기는 한국만이 겪은 것도 아니고 동남아 대부분의 나라가 겪었다. 그런데 말레이시아는 IMF를 신청하지 않았다. 자국의 경제주권을 지켰던 것이다. 지난하고 힘든 시기를 겪으면서도 자국의 자존심을 지킨 것이다. 한국과는 너무나도 다른 선택이었다. 우리는 무조건 대기업 위주의 경제정책이 정답이라 믿는다. 대기업이 망하면 나라가 망하고 대기업이 나라를 살린다고 생각한다. 무조건 대기업, 재벌들은 잘 되고 봐야 한다고 믿는다. 거의 신화 수준이다. 이런 맹신이 어디에서 왔을까? 이 신화적 맹신은 상당수의 일반 국민들과 수구(보수라 할 수 없는 수구 내지 극우라 생각한다) 관료와 경제학자들에게 뚜렷이 나타난다. 못 사는 것이 그렇게 한이 되었는지, 얼마나 화려하게 잘 살아야 하는지, 이 천박한 자본주의적 탐욕은 한국의 지상 최대 가치다. 국민과 대기업은 서로 상부상조하는 측면이 분명 있다. 그러나 그런 것과 상관없이 왜 한국 국민들은 대기업만 정답이라고 생각하는가? 법인세 같은 세금 올리고 대기업의 불법을 바로 잡아 법의 정의를 실현하려고 하면 빨갱이라고 몰아붙이고 나라 망한다고 하니 이 대기업 맹신 신화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영화는 얼마나 한국이 대기업, 재벌에 맹신하고 있는지 재정부 차관과 재벌의 유착관계를 통해 잘 보여준다. 그런데도 국민의 30%(2018년 11월 현재는 20%지만 곧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는 여전히 자한당(현재 국민의힘)을 지지하고 재벌을 사랑하니 이 현상을 무엇으로 해석해야 하는가! 오로지 상위 10%의 국민들만을 위한 정당이 자한당 아닌가! 그런데도 수구(극우)의 국민들은 자한당을 지지하니 할 말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도 솔직해져야 한다. 자본주의 300년 역사에서 성장과 분배(복지)를 같은 급으로 동시에 달성한 예는 없다. 어느 한쪽이 제대로 되면 반드시 어느 한쪽은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의 정부는 촛불혁명으로 세워진 정부다. 그렇다면 솔직히 70%의 국민들에게 밝히고 설득해야 한다. 성장과 분배는 동시에 달성하기 불가능하다는 것을. 수구 정부 때 오로지 재벌을 위한 정책으로 서민을 내몰았다면 지금의 정부는 분배위주의 정책을 펼쳐야 하기 때문에 성장은 떨어질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고 설득해야 한다. 한국의 경제력에 맞게 복지를 더 강화해야 한다. 성장이 지금보다 더 떨어져 1%대가 되더라도 분배와 복지에 더 신경 써야 한다.


국민들과 언론들도 이 점에 유의해야 한다. 이 정도 잘 살면 어느 정도 되었다. 무조건 성장률 높이는 것이 정답이 아니다. 국가가 성장해도 양극화가 심해져 서민은 이전보다 더 죽을 지경이다. 이제 성장률에 신경 쓰지 말고 분배와 복지에 신경 써야 한다. 무조건 잘 사는 것이 정답이라는 이 천박한 자본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민자살률, 노인 자살률, 국민행복지수 등 거의 모든 지수에서 세계 꼴찌다. 나라가 조금 더디게 잘 살면 어떤가. 서민들이 행복하고 너와 내가 조금 더 평등하다면 그것으로 행복한 것이 아닌가! 80년대까지만 해도 그랬다. 지금보다 못 살았지만 크게 불만 없이 너와 내가 서로 도와가며 행복해지려고 애썼다. 그런데 90년대 신자유주의시대부터 무한경쟁이라는 단어가 정답이 되더니 무조건 잘 사는 것만이, 화려하게 사는 것만이 정답이고, 그래서 너를 짓밟고 이웃을 속이며 나만 배불리 잘 살면 된다는 것, 그것이 행복이라는 그릇된 사고가 이 나라에 독버섯처럼 퍼졌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한때의 유행어는 이래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도 반성없이 아직도 무조건 성장해서 잘 살아야 한다고 믿으니, 성장해야 분배도 할 수 있다고 사기치고 있으니 이 일을 어쩌면 좋을까(성장해도 분배 없다는 것은 지난 10년간 수구 정부 때 이미 경험적으로 다 밝혀진 사실이다. 문제는 이 정부에서 양극화가 더 벌어지고 있다는 것인데, 이는 사회구조를 바꾸는 데서 발생하는 과정이다. 문제는 이 정부도 양극화가 벌어지니 분배보다 성장으로 정책을 바꾸려는데 있다)! 이 신화적 맹신의 성장제일주의를 어떻게 없앨 수 있을까! 못 없앤다면 이 나라에 미래는 없다고 확신한다. 말레이시아처럼 한국보다 못 살아도 경제주권 지키고 경제정의 실현하며 국민들 다수가 행복하면 그것이 더 올바른 것이 아닐까. 경제주권 뺏기고 다수의 국민은 비정규직으로서 하루살이도 힘들게 허덕이고 있고 자살률이 최고인 이 나라가 정상인가!


건전한 보수가 하루 빨리 정착되어야 한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의 말처럼 자한당은 역사 속으로 사라져야 하는 당이다. 보수가 아니라 극우수구당이다. 내년에 한부모 가족에서 배당된 세금 4조도 아깝다며 깎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한유총이라는 사악한(아무리 자기 돈으로 유치원 지워도 교육이라는 공공성은 망각한 채 자기들 이익과 재산만 바라고 온갖 비리를 저지르고 국민세금을 불법적으로 사용 한 것에 대한 반성은 전혀 없다는 점에서)이익단체의 입장만 대변하는 당이 보수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한당을 지지하는 국민들은 이 역시 보수가 아니라 극우ㆍ수구들이다. 여전히 박근혜를 지지하는 몰상식한 비이성주의자들ㆍ그릇된 맹신주의자들이다(북한과 다를 바가 없다. 맹신하는 대상만 다를 뿐이지). 이들 때문에 이 나라의 미래는 어둡다.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라는 민주주의를 제대로 실현시키려면 건전한 보수와 건전한 진보가 있어야 한다. 이제 성장제일주의를 버리고 대기업 위주의 정책에서 중소기업 위주의 정책으로 과감히 전환해야 한다. 이 과정은 아주 아프고 힘들 것이다. 그래도 반드시 해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나라에 미래는 없다. 다시 IMF같은 국치의 날이 올 것이다. 서민이 이 나라의 주인이 되는 날은 우리가 깨어 있어야 달성될 수 있다. 깨어 있는 국민만이 이 나라를 살릴 수 있다.

과한 해석일지 모르겠지만 영화는 이런 것을 넌지시 알려주고 있다. 영화를 통해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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