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어락

by 방정민

<도어락>



‘현실생계형 공포’라면 맞을까… 공포영화하면 이전에는 외계인이 주로 나왔다. 아니면 사람이나 사회와 멀리 떨어진 으슥한 곳, 즉 어둠침침한 동굴이나 폐가, 오래된 건물 등에서 이상한 사람이나 동물로부터 공격을 당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공포영화에 아파트가 등장하더니 이제는 원룸이나 오피스텔이 등장한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이 공포의 대상, 공포의 공간이 된 것이다. 나를 죽이고 공격하는 자도 나와 더불어 사는 내 이웃이다. 잘은 모르지만 인사를 주고받았던 내 이웃이 나를 죽이려 한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바로 나의 삶이 공포라는 의미는 아닐까? 내 생활이, 우리 존재가 불안하고 위험하다는 경고의 의미는 아닐지…

경민(공효진)은 비정규직 은행원이다. 자기 룸에 누군가 있는 것 같이 아침마다 개운치 않는데 어느 날 도어락 덮개가 열려 있다. 한번은 자신의 도어락 문을 열려는 자가 있고 문 앞에 담배공초가 있어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이내 무시한다. 그러던 차 이번 달에 계약기간이 만료된다. 그래서 실적을 내야 한다는 부담감에 시달리다 은행을 찾은 손님 목공사(조복래)에게 적금을 권유하다 스토킹을 당한다. 이때 과장(이천희)에게 도움을 받다 자신의 오피스텔까지 가게 되고 그곳에서 과장이 죽임을 당한다. 이 사건 때문에 경민은 은행에서도 해고되고 목공사는 경민을 더 심하게 스토킹한다. 동료 효주(김예원)의 도움을 받아 이 난관을 헤쳐 나가려는 가운데, 경찰(김성오)과 목공사, 살인마(이가섭) 등이 얽히게 된다.


과장으로 나오는 이천희 외에 이 영화의 가해자 피해자는 모두 우리사회의 약자이거나 비정규직이다. 특히 한국에서 비정규직, 여자는 그 자체가 공포를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최고(?)의 약자다. 한국에서 비정규직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 여자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 그것이 바로 공포 자체라는 것이다. 최고의 약자를 죽이는 살인마 역시 이 사회의 약자다. 비정규직으로 살다가 잘리고 오피스텔 경비로 살아가는 아웃사이드다. 경민을 괴롭히는 목공사 역시 하루하루 살아가는 돈 없는 소시민인데, 자기들끼리 무시하고 서로를 의심하고 배척한다. 한 마디로 약자들끼리의 전쟁 중이다. 이 사회, 이 자본주의 시스템이 그렇게 만들어 놓았다. 약자들끼리 서로 증오하고 죽이게…


거기다 영화는 이 험악한 사회에서 비정규직 여성으로서 살아가는 여성의 심리(무력감, 두려움, 공포 등)가 잘 드러나 있다. 혼자 사는 공효진이 남자 구두를 현관에 놓아두거나 남자 팬티를 건조대에 걸어두는 행위, 밤늦게 골목을 걸어 갈 때면 누군가 쫓아오는 것 같아 무서워하는 행위 등에서 잘 드러난다. 비정규직 여성이 이 도시에서 혼자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겹고 공포스러운지를 알 수 있다. 어쩌다 이렇게까지 되었는가! 옆에 사는 모르는 내 이웃이, 아니면 매일 무심하게 인사하는 내 이웃이 나를 죽일 지도 모른다는 이 공포심은 어디서 기원하는가!


원룸에 사는 나도 엘리베이터에 여자가 타고 있으면 일부러 타지 않는다. 아니, 최근에는 사람이 타고 있으면 가급적 기다렸다 혼자 타고 간다. 괜히 얼굴 보는 것이 어색한 것이다. 그런데 서로 반갑게 인사하며 문 열어놓고 살던 때가 있었다. 내 어렸을 적 80년대까지만 해도 그랬다. 먹을 것 있으면 나눠먹고 서로 별의 별 이야기 다하며 살던 때가 있었다. 불과 30여 년 전이었는데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로 까마득하게 느껴지니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가! 현실이 너무 가혹하다! 따뜻한 공동체의 복원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가능할까… 2008년 현실이 공포다!!! 따뜻한 공동체가 복원되지 못하면 이 도시는 거대한 무덤이, 공포가 될 것이다.


공효진의 현실생계형 공포연기, 거기다 여성으로서 감내해야 하는 공포연기까지… 그녀의 연기가 이 영화를 받쳐주고 있다. 다만 이런 공포를 보여주는 감독의 연출력은 다소 클리셰하거나 비현실적인 측면이 있다. 가령, 공포 영화에서 경찰은 왜 이리 무능하고 한 발 늦은지. 그리고 숨어 있다 침대 밑에서 나오는 남자를 여성의 공포 심리를 극대화하는 비유적 표현으로 봐 줄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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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죽음


십여 일만에 발견된 친구의 시체

가족도, 애인도, 직장동료도, 친구도, 이웃도

그 누구도 그의 죽음을 슬퍼한다

십여 일만에 발견된 그의 시체 앞에서.

머리맡에 놓인 약봉지만

그의 죽음을 바라보았을 뿐

어느 누구도 그의 죽음을 보지 못했다

그의 부재에 관심조차 없었다.

서너 평 남짓한 깜깜한 방

이불을 덮고 친구는 무엇을 고민했을까

무엇을 꿈꾸었을까

절망의 끝? 새로운 삶?

악마 같은 세상을

더 이상 미워하지 않게

추악한 도시를

한번만이라도 고마워하게

그는 이불 속 세상에서 나오지 않았다

이 세상에 미련 하나 없는 듯

얌전히 저 세상으로 들었다.

그의 얼굴이 편안했는지

일그러져 있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단다

이렇게 친구의 죽음은

이물스런 도시에서 사망자 ‘1’이라는 숫자만 더해주었다.

너도 나도 이렇게 죽어갈 것이다

도시는 차가운 무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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