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까까멜리아 Oct 08. 2023

10월 7일 토요일

쌀쌀하고 흐림

지금 내가 글을 남기는 매거진의 제목이

‘내 몸 리모델링 일지’인데,

과연 내 몸이 리모델링이 되는 게 맞는 건가?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보통 리모델링을 하면 업그레이드가 돼야 하는데,

지금의 나는 한~~ 참 다운그레이드 된 것 같은

느낌이기 때문이다.


아침으로 남편이 카레를 해줬다.

남편이 할 수 있는 요리 중에 가장 영양가 있고

간편하고 아이들이 잘 먹는 메뉴다.

늦은 아침으로 카레를 먹고, 남편이 아이들과

나들이를 갔다.

미리 신청해 둔 가을 어린이 행사였는데, 해마다

함께 했지만 올 해는 아빠와 아이들만 다녀왔다.


어쩔 수 없으니, 나는 집에서 쉬었다.


간식으로 먹을 것들을 미리 주문했다가 싸줬다.

귤, 에너지바, 훈제메추리알, 우유를 챙겨 보내고,

나 혼자 시간을 보냈다.


점심으로 뭘 먹을까 하다가 그냥 구운 계란을

하나 먹었다. 이후 귤도 두어 개 더 먹고, 호박즙도

하나 먹었다. 그토록 바라온 혼자만의 시간이지만

이런 상황에 어쩔 수 없이 갖게 된 혼자만의 시간이

썩 즐겁지만은 않았다.


마당으로 나가 앉아서 책을 읽다가,

신발을 벗고 맨발을 잔디 위에 올려봤다.

시원하고 쾌적해 기분이 좀 나아졌다.


남편과 아이들이 돌아오고, 남은 카레를 저녁으로

또 먹였다. 내가 어릴 때는 엄마가 카레를 하거나

짜장을 하면 그 양을 모두 먹을 때까지 반찬

한두 개만 바뀔 뿐 계속 같은 메뉴를 먹었던 것 같다.


그러나 내가 살림을 하면서부터 우리 가족은

매 끼니 다른 음식을 해 먹었다. 연달아 같은 메뉴는

가족들 모두 잘 안 먹어서 보통 딱 한 끼 분량만

요리를 하고 먹고, 매 끼니 새 음식을 해왔다.

그래서 이렇게 연달아 두 번 같은 메뉴를 먹는 일은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낯설다.


내 저녁은 바나나 하나와 오트밀크 한 팩.

점심이 부실했나 오트밀크 하나로는 좀 안 차는

느낌이라 바나나도 먹었다. 다행히 초록빛이던

바나나는  많이 익어 먹을만했다.


남편과 나는 연애부터 지금까지 15년째 함께하는데,

이 정도로 안 먹는 내 모습은 처음 보기에

남편이 볼 때마다 놀라워하고 있다.

나는 더위를 먹어도 돼지갈비를 먹으러 가고,

입덧을 하면서도 소고기 육개장을 찾았었다.


안 먹고 싶냐는 말에,

”그렇게 엄청 먹고 싶진 않지만

먹으려면야 또 먹는데…

스테로이드 먹을 때는 살이 너무 금방 찌니

음식을 덜 먹는 게 맞는 것 같아. “

하고 대답했다.


전엔 ‘초밥, 짜장면, 육회, 닭발, 피자‘이렇게 콕

찝어 먹고 싶은 것들이 있었는데,

요즘엔 특정 메뉴가 먹고 싶은 마음보다

뭔가 맛있는 음식을 왕창 먹고 싶다는 마음만

한 번씩 생긴다.


둘째를 재우고, 첫째와 남편과 셋이 함께

아시안게임을 봤다. 세대교체된 야구팀이 금메달을

 따고, 역전승으로 축구도 금메달을 따고, 경기 중간

무릎 부상에도 투혼을 발휘해 금메달을 딴 배드민턴

안세영 선수의 경기까지 모두 함께 응원하며

지켜봤다.


스포츠가 주는 메시지는 세계평화나 인류 화합도

있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용기’와 ‘응원’이다.


그리고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나와 내 가족을

응원하기로 했다. 그런 의미에서 내일은 아이들에게

우리 가족의 소울푸드, 닭백숙을 해 줘야겠다.

잘 먹고 씩씩하게 이겨내자.



매거진의 이전글 10월 6일 금요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