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흐림
어제보다 컨디션이 조금 나아졌다.
물론 왼쪽다리는 아직 더 조심 또 조심해야 할
상태지만, 살금살금 아침준비를 하고,
어제와 같은 메뉴로 간단히 아침을 먹었다.
블루베리요거트+바나나1/3
공복시간이 길어지는데 몸이 적응을 해서
배가 고프진 않지만, 아침에 약을 먹어야 하니
조금이라도 먹는다.
아이들을 데려다주고, 또다시 편의점 커피.
사흘만인가? 그래도 커피는 여전히 맛있다.
이제 원래 문제였던 오른쪽 무릎은 많이 회복된
것 같다.
이젠 왼쪽 무릎을 잘 보호해줘야 하는 타이밍!
책을 읽고 정리를 하고, 이것저것 하다 보니
점심때가 금방 왔다. 오징어볶음 한 팩 남은 걸
데워서 반을 귀리밥과 함께 먹었다.
오후시간에는 마당에 앉아서 남은 책을 더 읽었다.
오늘 분명 흐렸는데 한 시간쯤 앉아있으려니 등이
따끈따끈해졌다. 나는 ‘광합성’이라 부르는
이 ‘일광욕’의 시간이 지나면 몸도 마음도
한결 가벼워짐이 느껴진다.
둘째와 첫째를 순차 픽업하고 마당에서 조금 더
놀았다.
나도 그렇지만 아이들은 마당을 더 좋아한다.
가을이니 마당에 떨어진 낙엽을 주워서 미리 준비한
박스에 붙여 단풍나무를 완성했다. 나는 움직이지
않으며 아이만 움직이지만 즐거운 초간단 놀이다.
점점 잔꾀가 늘어간다.
저녁을 해야 하는데, 금요일이 오면 뭘 안 해도
이상하게 저녁 차리기가 싫다.
격렬하게 시켜서 때우고 싶다.
반찬배달 말고 오늘은 짜장면 먹어라 얘들아.
간짜장 곱빼기에 1인용 탕수육 세트를 주문했다.
서비스로 군만두가 함께 왔다.
나도 정말 오랜만에 짜장을 먹었다.
곱빼기에서 1/4. 너무 짜고 자극적이지만 뭐..
먹을만하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이들은 간짜장
특유의 아삭한 야채 식감을 싫어했다.
결국 간짜장 곱빼기는 절반 가량이 버려졌고,
서비스 군만두는 첫째가 다 먹었고,
탕수육은 거의 다 남아 남편이 축구를 보며 먹었다.
내가 주문한 건 엄연히 조금 많은 1인분이었다.
1인탕수육+간짜장곱빼기
아이들이 짜장을 남김없이 먹었다 쳐도,
이 양이 4인가족 한 끼가 될 수도 있구나 싶어
놀라웠다. 그간 우리 가족에게서는 있을 수 없던
일이다.
‘그동안 대체 나는 얼마나 많이 먹었던 것인가! ’
‘식비가 많이 나온건 다 내가 먹어서 그런거였나! ’
지금이라도 양이 줄어서 다행이다.
다만 버려지는 양이 아까우니 다음부터는 조금 더
신중히 선택하기로 했다.
다리가 아파 제대로 못 걷게 된 지 3주쯤 됐다.
여행 전부터로 따지면 5주 정도… 꽤 오랜 시간이다.
그 사이 꽤 오랜 시간을 우울증처럼, 눈물을 쏟으며
속상해하고 가족들에게 미안해했다.
나는 지금껏 내 강점이 긍정이라고 믿고 있었는데,
그 긍정도 내 삶이 최소한의 가치 실현이 가능한
수준. 그 이상은 되어야 발휘되는 부분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
아직 몸은 완전히 돌아오지 않았지만,
서서히 나아지는 것이 느껴지기 시작한 후에야
긍정적 마인드도 다시 자라나는 것 같다.
다리가 아파보니 한동안은 지나가는 사람들,
티비에 나오는 사람들 다리, 무릎만 보였다.
누구나 자기의 아픔이 가장 크게 와닿는 법이라지만
큰 병에 걸린 사람들이 티비에 나와도
‘아, 저 사람은 그래도 잘 걷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이번 일을 계기로 나는
내가 가진 것, 너무나도 사소하고 당연해서 잊기도
하는 작은 부분에까지 감사하며 살아야 하는 이유를
배워가는 중이다.
내가 그저 걷는 사람들을 보며 부러워했던 것처럼,
다른 누군가에겐 내가 가진 어느 작은 부분이
그렇게 다가올 수도 있는 법이니까.
늘 감사하고 또 감사하며 지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