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산책로가 있다.
거창한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대단한 마음을 먹지 않아도
그저 현관문을 여는 용기를 낼 수 있다면
나를 이대로 내버려 두지 않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준비는 다 된 것이다.
오늘도 길을 나선다.
언젠가 길을 잃어버린 때가 있었다.
길 위에서 물었다. 매일을 묻고 또 물었다.
길이 보이지 않아 헤매기도 하고 돌아가기도 했다. 걷고 또 걷다 보니 내가 걷는 그 길이 받아주었다. 그리고 하나가 되었다.
오늘의 산책을 마무리하면 길이 끝난다고 생각하는 순간 내리막길을 내려오다가 다른 길이 이어지고 길은 또 계속된다.
이제 길은 다르게 보인다.
걷기 전의 나와 걷고 난 후의 나
나는 매일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그렇게 가벼워지고 있다.
마음이 바닥에 달라붙어 있을 때
몸을 움직여 마음을 일으킨다.
조금 걸었을 뿐인데
나뭇잎을 바라봤을 뿐인데
새소리가 좋아서
푸른 하늘이 좋아서
그냥 좋았던 것인데
이제야 머릿속을 가득 채운 무거운 생각들이
흩어져 사라진다.
나는 이제 가볍게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