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우 감독(2010) / 대한민국
춘향전을 이색적으로 각색한 <방자전>. 방자와 춘향은 사랑을 하고, 이몽룡과 향단은 외도를 한다. 방자는 처음으로 향단을 좋아했지만 춘향에게 사랑이 넘어갔다고 주장하는 향단. 방자는 진정한 사랑을 염원하지만 신분의 벽이 막힌 채 춘향을 양보할 수밖에 없는 애처로운 상황이다. 종국으로 가면 춘향은 아예 제정신이 아닌 채 방자의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처지로 전락한다. 그런 애틋한 사연으로 인해 <방자전>이 <춘향전>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는 다소 허무맹랑하지만 약간은 그럴싸한 설정은 웃어넘길만하다.
최근에 개봉된 이런 고전 사극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미인도>의 김민선, <쌍화점>의 송지효, <방자전>의 조여정은 극을 이끌어가는 여배우이다. 영화가 개봉되면 영화에 대한 평보다는 여배우의 노출 수위에 대해 관객들은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물론 마케팅 전략일 수도 있고, 애초부터 그런 설정으로 영화를 제작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천편일률적으로 한두 명의 배우에게 의지해 극을 이끌어 간다는 점에서는 부정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방자전> 또한 그런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화려한 고전의상, 유명한 여배우의 관능적인 연기, 적당하게 가미된 코믹적인 요소 등은 영화의 차별화를 보여주지 못하는 고전 사극의 한계점으로 지적될만하다.
천만 관객의 신화를 이룬 <왕의 남자>는 특출 난 주연배우 없이도 영화가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준다. 탄탄한 스토리와 시대를 풍자하는 비판정신은 영화가 주는 재미와 교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저력 있는 영화를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한때 조폭 코미디류의 영화가 들불처럼 번진 적이 있었다. 물론 영화는 관객의 재미를 충족시켜야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사회를 비판할 수 있는 역할도 중요하다. 그저 가볍게 웃고 즐기는 영화도 필요하지만 좀 더 사회의 이면을 비출 수 있는 풍자적인 영화의 출현도 절실하다.
<방자전>은 그동안 우리 영화사에 수없이 리메이크된 <춘향전>을 제대로 뒤집어 놓은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그동안 정통적인 춘향전에 식상한 관객들에게 새로운 시야를 틔어준 것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방자전>이 최근 고전 사극의 틀을 넘어서지 못한다. 그저 평범한 멜로물로서 자리 잡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좀 더 파격적인 접근을 통해 사회의 폐부를 드러내지 못한 측면도 있다. 또한 핵심적인 메시지를 남기지 못한 채 얼버무리듯 영화를 마무리한 느낌 또한 지울 수 없다.
한때 한국 고전 영화하면 에로영화라는 등식이 성립된 적이 있었다. 최근에는 <가루지기>라는 영화가 기존 에로영화의 계보를 잇는 듯한 느낌마저 들게한다. 우리 문화가 해학적인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래도 좀 더 진지한 접근을 통해 의미 있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 좋겠다. 그렇게 되면 콘텐츠 발전 측면에서도 문화적 가치를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와 <취화선>은 우리의 고전 영화가 어떤 식으로 가야 할지를 제대로 알려주는 교본이라고 할 수 있다. 훌륭한 우리의 문화를 계승시키기 위해서는 진정한 멋과 가치를 투영시킬 수 있는 제대로 된 영화가 탄생이 절실하다. <방자전>을 꼬집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