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 휴버먼 / 어바웃어북
뉴욕 헤럴드 트리뷴지는 ‘당신의 인생에서 반드시 읽어야 할 가장 불온한 논픽션’이라는 말로 이 책의 가치를 평가했다. 도대체 어떤 책이기에 이런 도발적인 문구를 사용하며 책 읽기를 종용하는 것일까? 이 책의 부제 또한 섬뜩하다. ‘과연, 자본주의의 종말은 오는가?’. 아무리 자본주의의 폐해가 심하더라도 선뜻 이런 표현을 쓴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터인데 과연 이 책의 정체는 무엇일까?
책을 살펴보는 데 있어서 저자의 이력을 찾아보는 것만큼 책의 성격을 쉽게 간파하는 방법도 없을 것이다. 작가의 성향을 보면 굳이 책을 읽지 않아도 대략적으로 내용을 유추할 수 있는데 이는 작품이 작가를 대변한다고 해도 좋을 만큼 책은 저자 고유의 표현양식을 극대화한 콘텐츠인 이유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책의 저자인 리오 휴버먼은 어떤 사람일까?
책날개에 보면 리오 휴버먼은 미국을 대표하는 진보지식인으로 소개되어 있다.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자본주의의 극복과 사회주의의 실현을 위해 평생을 바친 이론가이자 실천가로 그의 업적을 간단히 기술하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육십 년이 지난 시간의 강을 두고 다시금 <휴버먼의 자본론>이 주목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사견이지만 비록 이 책이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책이라고 할지라도 그에 합당한 가치가 있기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다. 더군다나 2008년 세계 경제위기를 필두로 자본주의에 대한 불신은 이미 많은 것들이 화마가 훑고 지나간 것처럼 상처를 남기고서야 비로소 그 폐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로부터 몇 년 후 이 책이 다시 발간된 것은 그만큼 자본주의에 대한 몰이해에서 오는 두려움을 상쇄하고자 하는 지식인들의 몸부림은 아니었을까?
저자가 생전에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과 사회주의 실현을 위해 노력한 것도 이미 그때부터 드러난 자본주의의 모순과 그에 상응하는 해결책의 필요성을 절감했던 이유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이 책은 자본주의를 설명하는 바이블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다양한 사유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저자가 후기에서 밝힌 것처럼 이 책을 ‘사회주의의 ABC'라고 지으려고 생각했던 것도 그만큼 이 책이 담고 있는 범위가 방대하다는 방증이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들은 많다. 계급, 잉여가치, 축적, 독점, 분배, 공황, 전쟁, 국가, 효율, 합리성, 정의, 퇴조, 몽상가, 계획, 자유, 권력, 인간 등 다양하다. 이런 단어들은 자본주의를 밑거름 삼아 우리가 지향하는 목표와 부합되고 때론 걸림돌이 되기도 하는 것들이다. 이렇게 여러 가지 주제들을 자본주의와 결부시켜 사유의 시간을 갖다 보면 과연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 시스템이 얼마나 무모하고, 불합리한 구조로 얽히고설킨 채 많은 시간 동안 불안한 항해를 해왔는지 목도할 수 있다.
<휴버먼의 자본론>이 발간된 시점과 지금의 현실 상황과는 상당한 괴리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 시절에 드러난 자본주의 폐해와 지금의 상황이 본질적으로는 유사한 측면이 있겠지만 시대가 변하고, 사회주의 신화가 사형선고를 받은 작금의 상황에서 사회주의 운운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역설적으로 그런 고리타분한 방식의 사고를 조장하는 듯한 이 책의 정체성 또한 지금 상황에서 재조명될 여지가 있다는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불안정성을 인정하는 것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
자본과 노동, 소유와 분배의 문제는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민감한 사안으로 자리할 만큼 대척점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휴버먼의 자본론>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그저 막연히 사회주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투쟁의 선봉에 서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닥친 현실적인 상황들을 차분히 들여다보고 그에 맞갖은 해답을 찾기 위한 방편으로서 자본주의 현실을 직시하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야 함이 옳지 않을까? 한 편의 불온한(?) 논픽션을 읽는 동안 그동안 생각지 않았던 문제들에 대해 사유의 폭을 확장할 수 있었다. 그런 측면에서 <휴버먼의 자본론>은 저자의 명성에 값할 만큼 사유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던 저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