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슬옹, 세종대왕 / 아이세움
이전에 TV에서 <뿌리깊은 나무>라는 드라마가 선풍적인 인기를 끈 적이 있다. 인기배우인 한석규의 브라운관 복귀라는 이슈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으기도 한 이 사극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물론 배우들의 활약과 퓨전 사극이라는 장르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이유도 있겠지만 드라마 사상 최초로 훈민정음에 초점을 맞춘 드라마라는 이유도 한몫했을 것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에 이 한 편의 드라마가 전해주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이 책은 훈민정음의 탄생 배경, 창제와 완성에 기여한 사람들, 훈민정음의 원리와 풀이, 보급과 발전에 대한 기록이다. 요즘 읽고 있는 아이세움출판사의 나의 고전 읽기 시리즈 중의 한 권이기도 하다. 이 책은 그동안 막연하게 알고 있던 훈민정음에 대한 모든 것을 방대한 자료를 압축하여 뽑아놓은 책이다. 그만큼 훈민정음에 대한 상세한 해설서라고 할 수 있다. 한글은 세계 문자 중 유일하게 제작과 그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는 문자이다. 특히 <훈민정음 해례본>은 한글의 가치를 더욱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사료이다. 또한 국보 70호로 지정되어 있고, 1997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바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세계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우리의 귀중한 보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글이 세계적으로 의미 있는 문자로서의 위상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시다시피 훈민정음의 창제 과정을 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한글은 동양의 철학적인 원리를 바탕으로 효율적인 제자원리에 의해 탄생된 문자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어떤 문자보다도 효율적이고 가독성이 뛰어나다. 세계의 언어로 추앙받고 있는 영어조차도 한글의 우수성을 따라오기엔 부족할 정도이다. 이는 IT기기 보급과 더불어 과학적인 우수성이 지속적으로 입증되는 것과도 맥을 같이 한다. 중요한 것은 세종의 훈민정음 창제의 이유이다. 요즘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에서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하 서로 사맛디 아니할쎄'라는 말이 자주 나온다. 이것이 바로 훈민정음 해례본 서문에 나오는 말이다. 세종의 한글 창제의지를 정확하게 피력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말소리가 중국과 달라 한자로는 서로 통하지 아니하니 글을 모르는 백성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리하여 이를 가엾이 여겨 스물 여덟자를 만드노니 사람마다 쉬이 익혀서 날마다 쓰는 데 편하게 할 따름이다.
이는 조선을 이끄는 사대부들이 그동안 써왔던 한자에 대한 정면 도전이자 그들의 기득권을 흔드는 행위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한글 창제에 대해 반기를 든 최만리와 세종의 논쟁 또한 역사의 한 부분으로서 당시 사대부들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는 자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세종의 한글 창제는 단순한 문자에 대한 창제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이는 한글 창제의 목적이 진정으로 백성을 사랑하는데서 나온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세상에 어느 군주가 나라의 백성을 위해 글을 창제한 전력이 있던가? 군주의 입장에서는 백성들이 우민한 것이 오히려 정치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세종은 보다 큰 눈을 세상을 바라보았고, 백성들의 편에 서서 그들의 소리를 즐겨 들으려 했던 것이다. 소통의 부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작금의 현실을 보면 이런 세종의 위대함은 더욱 빛을 발한다.
이 책을 통해 훈민정음 창제의 역사를 다시 되돌아볼 수 있었던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더군다나 훈민정음 창제 배경에 깔려 있는 세종대왕의 위대한 생각은 더욱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런 위대한 문화유산이 우리의 자랑임에도 아직도 한글날이 국경일 중에서 공휴일로 제외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위정자들은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창제의지를 깨달아 그분이 남기신 고귀한 뜻을 되새기는데 더욱 진력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