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덕, 일연 / 아이세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역사서를 꼽는다면 아마도 <삼국유사>, <삼국사기> 일 것이다. 우리 역사에 문외한인 내게도 일연의 삼국유사, 김부식의 삼국사기가 단박에 떠오르는 것을 보면 수박 겉핥기식의 역사 교육이나마 수혜를 본 셈이다. 고전 읽기에 대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이지성 작가가 말한 대로 우리의 교육은 이런 단편적인 지식을 암기하는데 그친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니 삼국유사의 원전은커녕 제대로 된 번역본조차 읽기 쉽지 않다. 이런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상쇄하고,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역사서를 조금이나마 알아보려는 차원에서 <우리 고대로 가는 길 삼국유사>를 고른 것은 탁월한 선택이라고 할만하다. 특히 아이세움에서 발간한 나의 고전 읽기 시리즈는 전문가들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놓은 책이니 만큼 접근하기도 수월하다.
<삼국유사>는 흔히 김부식의 <삼국사기>와 비견된다. <삼국사기>를 정사로 친다면 <삼국유사>를 야사로 인정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특히 <삼국유사>는 고대에서부터 내려오는 정사에 편입되지 못한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어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고대의 이야기들의 대부분은 <삼국유사>에서 그 연원을 찾을 수 있다. 이런 가치가 있는 역사서임에도 불구하고 <삼국유사>에는 분명 한계가 존재한다. 전문사관이 아닌 승려가 쓴 역사책이라는 점, 작자인 일연이 주로 활동하던 지역성의 한계를 갖는다는 점, 무엇보다도 불교적인 색채가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의 역사고전으로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고대로 가는 길 삼국유사>는 <삼국유사>의 저자인 일연에 대해 상당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이는 이지성 작가가 고전독법에서 강조하고 있는 저자의 심정으로 책 읽기라는 맥락의 차원에서 보았을 때 아주 적절한 구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집필했던 당시 저자의 상황과 행적을 통해 집필의도를 유추할 수 있다면 이해도는 가일층 향상될 것이다. 저자(이경덕)도 언급하다시피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효에 관한 일화는 당시 저자(일연)의 심정과도 상통하는 면이 있다.
저자인 이경덕은 이 책을 마무리하면서 <황금가지>를 쓴 제임스 프레이저 경의 주장을 인용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역사가 주술의 시대, 종교의 시대, 과학의 시대라고 한다면 다시 주술의 시대가 찾아올 것이라는 것이다. 이런 주술의 시대가 도래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고대의 가치에 대한 중요성, 이를 테면 고대의 역사, 문화, 이야기 등을 찾아간다는 측면에서 이런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요즘은 스토리텔링의 시대라고 할 만큼 산업의 전 분야에서 스토리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 말이 결코 국수주의에 찬 발언이라고만 폄하하기는 힘들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역사서를 대표하는, 더군다나 수많은 스토리텔링의 원천이 되는 고대사 이야기의 보고라고 할 수 있는 <삼국유사>는 우리가 반드시 읽어야만 될 고전으로 자리매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